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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이언트마마 Mar 27. 2025

Ep.8 반대표와 부대표

사이사이 에피소드 8. 회장이 된 딸과 감사위원이 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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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는 결국 회장이 되었다. (요즘은 반장이라고 하지 않고, 회장이라고 하더라.) 친구들에게 도움도 주고, 성심성의껏 학급일에 나서는 일주일을 보내더니 과반의 투표로 회장에 당선되었다. 그리고 나는 각반 임원 학부모에게 먼저 학부모회 참여를 요청하기에 협조하였고, 학부모회 1학년 부대표로 '감사'역할을 맡기로 했다.(과거, 아이들의 초등학교 시절에도 아이들 학교 생활이 궁금해서 반대표를 자처해 대의원회 활동도 했었다.)


30여 년 전부터 나는 감투를 좋아하던 아이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전학한학교에는 학급인원이 많지도 않았고, 나서는 아이도 없었더랬다. 나대길 좋아하던 나는 반장이 되길 자처했고, 햄버거를 돌리지 않았지만 반에서 목소리가 제일 크다는 이유로 아이들은 나를 뽑아주었다. 그렇게 초등학생 시절에는 내내 반장이나 회장을 도맡았고, 중고등학교 때부터는 이 감투 노릇이상당히 피곤한 위치라는 것을 깨닫고서는 절대 나서지 않았었다. (그러다 대학생 때는 나서서 활동하면 근로장학생으로 장학금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시 나대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방식이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좌우간 나는 필요에 의해서 감투를 쓰기 시작했는데, 처음으로 '반의 대표'가 된 딸은 그 감투의 무게가 얼마나 불편하고 무거운지 최근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담임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반에 상주하면서 아이들을 통제하고 제재한다. 하지만 중학교부터는 모든 교과선생님이 다르기에 담임선생님이 조회나 종례시간, 점심시간에만 함께 할 뿐, 전반적인 반아이들을 통제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학급 대표가 할 일이 생각보다 많은데, 잘 못한 아이들을 기록해 두었다가 담임선생님께 전달하는 것도 그중의 하나였다.


알고 보면 반장은 선생님의 심부름꾼이자 비밀정보요원처럼 친구들 정보를 나르는 일을 하는 건데, 그런 일을 수행하면서 아이들의 원망을 사지 않고, 적당히 눈치껏 선생님께도 잘 보이는 요령이 필요하다. 그런데 원칙주의자인 딸은 초반에 그런 부분들을 용납하지 않았나 보다. 불만을 가진 친구들이 많았고, 그것을 화를 내면서 대응했다가 오히려 친구들의 원성으로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게 되는 일이 생겼다. 자신은 잘해보려고 한 일이지만 세상 모든 일이 자신의 뜻대로 잘 되지 않으며 여러 사람의 입장과 상황을 이해하고 조율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몸소 배우고 있는 중이다.


지난 금요일에는 담임선생님이 부재한 도서관 활동시간에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듣지 않는 아이들을 향해 짜증이 나서 "조용히 좀 하라고" 소리를 쳤나 보다. 몇몇의 아이들은 "네가 더 시끄럽거든!"이라고 대꾸했다고. 그래서 하루 종일 기분이 상했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 교실로 들어와 시끄럽게 떠드는 '배구부'아이들을 향해 "나가서 얘기해!"라고 했다가 배구부 아이들에게 핀잔을 듣고, 몇 마디 더했다가 완전 그 아이들에게 찍혔다는 것이다. (학교가 배구운동부 선수를 양성하는데 배구부원이라 키도 크고, 결속력도 강하다며 아이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주말 내내 어르고 달래고, 반장으로서 중도를 지키는 방법과 함께 선생님과 통화해서 배구부원들의 행동지침 요청까지 하며 정리한 끝에 아이는 결국 월요일 아침 잘 등교를 하긴 했지만 초반과 다르게 학교 갈 때마다 축 늘어진 어깨를 하고 집을 나서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게도 걱정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성장하고, 사회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 아니겠는가. 부모란 그런 과정을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는 것 말고는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그런 면에서 나도 한 가지 배운 점이 있다면 중학교 담임선생님 상담을 하고 왔는데, 중학교부터는 각반 교실이 아닌 교무실에서 만난다는 점이었다. (교무실로 와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전달했다는데 이미 그것부터 전달받지를 못했다.) 교무실에서 만난 선생님은 푸근한 인상으로 1학년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하나하나 가르치고 지도하는 중인데, 너무 걱정은 하지 마시라고 잘 지도해 보겠다고 하셨다.


그렇다.중고등학교 선배들을 보다 보면 1학년 애들은 병아리 같아 보이기 마련이다. 집에서야 다 큰 애가 이거 저거 못하는 게 답답해 보이지만, 이제 중학교 들어간 1학년인데 못하는 게 당연할 수 있다.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와서야 덩치만 큰 딸아이가 아가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나도 차근차근 다시 하나하나 알려주려고 노력해 보자. 엄마는 잔소리만 하는 게 아니라 너를 응원도 하는 존재라는 것을 표현해야 아이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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