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끝
4.
산목숨은 살아가게 되어 있다. 하루를 열고 하루를 닫는 것은 사람의 일이 아니었다. 땅에 발을 딛고 있다고 산사람도 아니었다. 죽지 않으니 살 뿐이었다. 행자는 긴 세월 어떻게 살아냈는지 잊어버렸다. 해 뜨면 일어났고 해가 지면 잤다. 닥치는 대로 몸을 부렸다. 시어머님이 돌아가셨다. 진성은 젖소 목장을 접었다. 진성은 비닐하우스 특수재배를 한다고 밖으로 돌았다. 막내가 자라고 있었다. 돈, 돈이 필요했다. 살아있는 피붙이를 위해. 행자는 요양보호사 교육학원에 다니며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요양보호사로 노인 돌봄을 했다. 최근까지 그렇게 살았다.
성실 할머니가 코로나로 돌아가시고 행자도 코로나에 걸려 사경을 헤맸다. 비몽사몽간에 꿈을 꾸었다. ‘엄마, 이젠 엄마 인생을 살아.’ 가슴에 묻은 두 아이의 목소리였다. 병마에서 깨어났을 때 비로소 제 정신이 들었다. 정신 줄 놓고 산 세월이 자그마치 20년이 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살아있었구나. 행자는 자신을 바라봤다. 가슴에 묻은 두 아이가 행자를 살린 것 같았다. 산사람은 살게 되어 있구나. 풀뿌리 건성일까. 오뚝이처럼 발딱 일어서진 못해도 막내 딸 덕에 살아질 것 같다. 잃어버렸던 자아가 돌아온 것 같아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 사이 진성은 몰라보게 늙었고 막내딸은 어른이 되어 있었다. 남편도 딸도 행자가 돌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행자를 돌보고 있었다.
“당신 어디 가고 싶어?”
“아무 데나.”
“엄마,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래. 몰랐지?”
“그렇구나.”
카지노 쿠폰 가슴에 묻은 아이들 나이를 헤아려 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