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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여
딸은 제 방에 있던 지구본을 꺼낸다.
엄마 이거 깨졌어 버릴까?
카지노 게임 추천 지구본을 놓고 어린 남매랑
나라 찾기 게임을 하던 기억을 떠 올린다.
그때는 열악한 산골 삶이 두 아이 미래와 겹쳐
암담할 때도 있었다.
대물림이라는 말과
괜찮아 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하기도 했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나를 세뇌시키고 싶었다.
세월은 흘러갔다.
늙은 아낙은 지구본을 바라보며
그 자리에 붙박여
과거를 반추한다.
버려도 돼
대물림도 괜찮아
카지노 게임 추천 것의 가치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
카지노 게임 추천 것을 버릴 때가 됐다. 내 삶은 온통 카지노 게임 추천 것들에 둘러 싸여 있다. 몇십 년 된 카지노 게임 추천 것이 편해서 그럴까. 못 쓰게 되면 버리지만 성한 것은 그대로 쓴다. 서재의 책과 옷장의 옷과 이불, 가재도구도 온통 연륜을 자랑한다. 나도 내 살림살이와 함께 늙어간다. 카지노 게임 추천 것들에는 내 가족과 내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이제 버리고 갈 때를 생각한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다. 내가 쓰던 물건들 쟁여뒀다간 자식들만 힘들게 한다. 깔끔하고 야무진 딸은 집에 올 때마다 버릴 것을 꺼낸다. ‘버려라. 없으면 없는 대로 산다.’ 추억이 깃든 물건도 쟁여놓기만 하면 낡은 짐이다. 소중한 것은 기억이다. 물건은 그 소중한 기억을 상기시키지만 인간은 그 기억에 잡혀 살 수는 없다.
엄마, 지구본이 깨졌어 버릴까?
버려도 돼
딸은 농부과다. 아침 일찍 일어나 거실에 난로를 피워놓고 개를 데리고 산책을 간다. 딸이 현관문 여는 소리에 나도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따뜻한 거실의 의자에 앉아 책을 읽으며 딸을 기다린다. 산책에서 돌아온 딸은 따뜻한 물을 받아 보리에게 갖다 준다. 사료도 챙겨주고 개똥도 치운다. ‘엄마, 허리 운동 하자’며 나에게 간단한 추나요법을 해 준다. ‘엄마는 책 보고 있어.’ 딸은 청소를 하고 빨래 감을 세탁기에 넣고 아침 겸 점심 준비를 한다. 남편이 집에 있을 때는 남편이 하던 일을 딸이 맡아하고 있다.
엄마, 밥 먹자.
식탁에는 두부달걀부침과 시금치나물, 무와 배추김치와 미역국이 정갈하게 차려져 있다.
고맙다. 잘 먹을 게.
남편이 있을 때는 마음이 불편해 아침이라도 챙겼지만 딸이 있으니 마음부터 편하다. 반찬에 신경 안 쓰도 된다. ‘우리 뭐 먹을까?’ ‘뭐 먹자.’ 모녀가 죽이 잘 맞다. 딸도 마찬가진가 보다. 밥상 앞에 마주 앉았다. 맛있다. 는 말을 연발하던 딸이 농부 이야기를 한다.
엄마는 편한데 아빠는 은근히 신경 쓰이는 이유는 뭘까?
아빠니까. 그래.
쉽게 대답해 놓고 나도 생각에 잠긴다. 아빠니까 그렇다는 것이 맞는 말일까? 어려서부터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자란 탓일지 모른다. 어쩌면 엄마 젖꼭지 빨며 자란 아이들과 한 걸음 떨어져 자란 아버지 사이의 틈새 때문은 아닐까. 엄마는 늘 아이를 품에 안고 돌았지만 아버지는 아이를 안는 것조차 어른들 눈치를 봤다. 우리 애들은 아버지보다 할아버지 품에 많이 안겨 자랐다. 말 수 적고 늘 일하기 바쁜 아버지에게 살가운 정을 느끼기 어려웠을 것이다. 남매는 청년기에 접어들면서 어미보다 아비와 소통이 잘 됐다. 나는 꼰대 엄마 범주에 멈췄다.
어느 집이나 비슷한 것 같다. 아버지는 어려운데 엄마는 편하다는 것이다. 또 있다. 노인들 한결같은 이야기가 제 자식 키울 때는 자식이 귀여운 줄도 예쁜 줄도 몰랐는데 손자나 손녀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단다.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날마다 보고 싶다고 하지 않는가. 카지노 게임 추천 것과 노인이 닮아서 그럴까. 카지노 게임 추천 것일수록 옛정이 깊다. 노인이 될수록 과거로 회귀하고 싶은 것도 인간의 본능 아닐까. 나도 노인이라 카지노 게임 추천 것에 애착이 붙어 있는 것 같다. 떼어버려야지. 추억이 덕지덕지 묻은 옛것이라도 불필요하면 과감하게 미련 끊고 버려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