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으로 배우는 배달말(35) 고등골, 고든내, 꽃내
고등동물, 고등교육, 고등감각, 고등학교 같은 말에서 보듯 ‘고등’이 이름씨 앞에 붙으면 등급이나 수준, 정도 따위가 한층 높음을 나타낸다. 그런데 이 말이 땅이름앞에 붙으면 어떤 뜻을 보탤까. 이를테면 ‘고등골, 고등내, 고등들’은 과연 어떤 땅을 가리키는 이름일까.
마침 동해시 만우동에 ‘고등골’이 있다. ≪조선지지자료≫(1914)에는 ‘直谷/고든골’로 적었다. 한자 ‘직(直)’의 새김을 아는 사람이라면 저절로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지 싶다. ‘고등’은 ‘곧은’을 소리나는 대로 적으면서 생겨난 꼴이다. 골짜기를 보면 만우 마을에서 남서쪽으로 냇줄기를 따라 무릅재(슬치, 350m)에 이르기까지 길고 곧게 뻗은 골짜기를 볼 수 있다. 무릅재를 넘으면 웃빈내(비천)에 이른다.
고든박골 갔다가 /돌아오는 길은 /부용산 서쪽자락 너머로 /지는 해 바라보며 오는 길에/ 해는 지는데/ 저기 저렇게 가벼이 구름도 깔렸는데 노을은 없구나 그 아름다운 노을은 없구나 (뒤 줄임,≪이 지구에 사람이 없다면 얼마나 얼마나 아름다운 지구가 될까?≫, 고인돌, 728쪽)
이 시는 이오덕이 쓴 <고든박골 가는 길 4다. 카지노 게임 추천든박골’은 충주시 신니면 무너미마을 이오덕학교가 있는 골짜기다. 밭이랑을 곧게 낼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 ‘곧은밭골’이라고 하다가 카지노 게임 추천든박골’로 소리바꿈이 일어났다.
‘고든’이 들어간 배달말 땅이름은 한자 땅이름으로 적을 때는 직동(直洞·고든골), 직묘평(直畝坪/고든드르메: 강릉 정동면 지변리) 따위에서 보듯 곧을 직(直)으로 뒤쳤다.
그런데 삼척 내미로리에 있는 ‘고든내’는 ‘직천’ 말고 ‘화천’, ‘고천’이라는 이름도 있다. ‘고천’은 ‘고든내’를 뒤친 내 이름이면서 마을이름이기도 한다. ‘곧은 내’라는 뜻에 충실했다면 직천(直川)이 되어야 하지만 옛 고(古) 자, 내 천(川) 자를 썼다. ‘고든내’가 줄어 ‘고내’가 된 다음 한자로 ‘고천(古川)’으로 쓴 셈이다. ≪디지털삼척문화대전≫에 나온 ‘고천’ 설명을 보자.
고천리 지역은 두타산 밑에서 발원하는 하천이 직선으로 뻗어 흐른다 하여 고든내[직천(直川)]라 하였다가 이것이 와전되어 고내[화천(花川)]로 일컬어졌다. 그러나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고천(古川)으로 명명되었다.
‘화천’(花川)은 배달말로 다시 뒤치면 ‘꽃내’다. 고든내가 어째서 꽃내가 되었을까. 옛날 사람들은 ≪용비어천가≫ 제2장 ‘곶 됴쿄 여름하나니’에서 보듯 ‘꽃’을 ‘곶’으로 썼다. 땅 모양새를 살피지 않고 소리로만 들으면 ‘곧내’를 ‘곶내’로 엉뚱하게 받아적을 법하다. 물론 ‘곧내’를 옛 고(古) 자로 받아쓴 ‘고천’도 오십보 백보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