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으로 배우는 배달말(36) 옷재, 카지노 가입 쿠폰, 칠치
※ 일러두기: ‘재’처럼 붉고 굵은 글자는 아래아(ㆍ)를 'ㅏ’로 쓴 글자다.
옻재는 동해시 괴란동 올밑마을과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올밑마을을 넘나드는 고개다. ‘옷재’(옷재)라고도 썼다. 조선 시대, 평릉역(오늘날 동해시 평릉동)에서 낙풍역(오늘날 강릉시 옥계면)으로 가는 관로가 이곳을 지났다. ≪동해시 지명지≫(2017) 설명은 이렇다.
이 곳에 옻나무가 많이 있어서붙여진 이름이다. 한자로는 漆峴(칠현), 漆峙(칠치)로 적기도 한다. 옷재를 흔히 옻재로 적기도 하는데 이는 타당하지 않다. 현대 표준어는 옻이지만, 옛말은 옷이 맞다.(45쪽)
우리 땅 곳곳에 옻재, 옻밭, 옻밑(올밑), 옻골 같은 땅이름이 널렸다. 자연히 이들 땅이름을 한자로 뒤친 칠치(漆峙, 柒峙), 칠현(漆峴), 칠전(漆田, 七田), 칠저(漆底), 칠곡(漆谷) 같은 이름도 그만큼 있다.
다만 땅이름은 배달말 자료이니 배달말로 풀어보아야 한다. 앞엣말 ‘옻’을 두고 대부분 옻나무가 많은 곳으로 설명해 놓았다. 잘 알다시피 옻나무는 어느 곳에서나 잘 자란다. 더욱이 나무껍질에서 배어나는 옻은 그릇이나 가구에 칠하는 원료로 쓰고 약재로도 쓴다. 그만큼 쓸모가 있는, 이로운 나무다.
‘옻’은15세기 기록인 ≪석보상절≫, ≪월인석보≫엔‘옷’으로 나온다. 그러다가 20세기에 와서 ‘옷/옽/옻’(조선어표준말모음, 1936)으로 썼고, 오늘날에는 ‘옻’ 한 가지로만 적는다. 옻을 뜻하는 한자는 칠(漆) 자로, ≪훈몽자회≫(1527)에는 ‘오칠’로, ≪천자문≫(1575)년에는 ‘옷칠’로 적었다. 전라도 말로는 ‘옻나무’를 ‘오돌나무’라고도 한다. ≪조선어표준말모음≫(1936)에는 ‘옻/옷/옽’을 같이 썼다는 사실로 볼 때, 맞춤법에얽매이지 않고 사람들쓰고 싶은 대로 섞갈려 썼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하면 ‘옷재옽재옻재’처럼 바뀌어왔고, 본디 뜻은 ‘옻’이 아닐 수 있다.
조선총독부가 낸 ≪조선지형도≫에 보면 ‘옻재’는 ‘柒峙’(칠치)로 나온다. 이때 한자 칠(柒) 자는 ‘옻 칠(漆)’이면서 ‘일곱 칠(七)’로도 본다. 고개 아래 마을은 ‘칠저동’(柒底洞, 올밑마을)으로 썼다. 이는 ‘옻나무’라는 뜻보다 단순히 [옫]이라는 소리를 받아적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옷재/옻재’는 옻나무가 많은 고개가 아닐 수 있다.
처음으로 돌아가 먼먼 옛날 높은 고개를 뭐라고 했을까. ‘감재/곰재’라고 하지 않았을까. 이때 ‘감/곰’은 ‘높다, 크다, 신성하다’와 같은 뜻으로 ‘곰, 검, 감, 금, 굼’ 따위로 꼴을 바꿔 나타난다. ‘감재/곰재’가 ‘가막재/까막재’로 된 다음 ‘가막, 까막’이라는 소리에 이끌려 까마귀 오(烏)를 써서 ‘오재(烏재)/오치(烏峙)’라고 한다. 다시 시간이 흘러 ‘오재/오치’를 [옫재/옫치]처럼 소리내는 사람이 많아지고 소리가 어슷하면서 좀 더 의미 있는 말인 ‘옻’과 연결 지어 ‘옷재/옽재/옻재’가 바뀌지 않았을까. 물론 해발고도 185미터인 고개가 무어 그리 높다고 그딴 이름이 가당키나 하냐고 되물을지 모르겠다. 다 옳은 말씀이다. 그러나 어느 고개가 되었든 지금 내가 넘어야 하는 고갯마루가 가장 높다.
올밑은 ‘옷재 밑올재 밑올밑’으로 소리가 달라져 생겨난 땅이름이다. 큰 고개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서 ‘올밑’이 되었다.
감재/곰재가막재까막재오재(烏재)옽재/옷재/옻재칠치(漆峙․柒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