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봄맞이 대청소를 하고 싶었다. 맨 먼저 옷방을 정리하려고 문을 열었다. 노트북 가방이며 마스크며 모자들이 자리를 잡지 못해 여기저기 뒤죽박죽이었다. 눈에 보여도 귀찮아서 그냥 둔 것들의 결과물이다. 하나하나 자리를 찾아 앉히고 서랍장 윗칸을 잡아당겼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하얀 봉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속에는 언제 넣어둔 것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오만 원권 지폐가 여덟 장이나 들어 있었다. 웬 횡재인가 싶어 눈알이 고양이 눈처럼 둥그레졌다.
다음은 거실 차례였다. 한번 쭉 훑어보았다. 뭔가 어수선한 게 정리를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거실 벽 책꽂이에는 손주들의 책이랑 아이들이 만든 물건들로 가득 찼다. 저놈들을 정리하자니 마음이 불편했다. 큰 손자와 같이 살며 읽었던 책이고, 토요일마다 문화 센터에 데리고 다니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오리고 붙여서 만들었던 것들이다. 지금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 할미 집에 오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꼭 올 것만 같아서 그냥 둔 것이다.
내 책들은 갈 곳을 잃어 협탁 테이블 위에 층층이 쌓아 놓았다. 옆으로 쓰러질 것처럼 위태위태해 보였다. 마침 옷방에서 찾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 사십 만원이 생각났다. ‘그래 이놈으로 책꽂이나 하나 장만해야겠다’ 싶어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마침 자리도 많이 차지하지 않는 원목 회전형 책꽂이를 발견하고 주문을 했다. 하는 김에 거실 테이블도 하나 주문했다. 거실 테이블은 손자가 있을 때 윗면이 벗겨져 시트지로 붙였던 터였다. 시트지를 잘 못 샀던지 손이나 물건이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아쉬운 대로 보를 사서 덮어두었는데 그것도 이제는 구멍이 숭숭 났다. 여태껏 아무런 불편 없이 잘 지내왔고 쓸데없이 물건을 사는 성격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사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보아서일까? 아주 번듯하게는 아니지만 깔끔하게 살고 싶었을까?
다음날 주문한 것들이 하나씩 도착했다. 오후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쉬는 날이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요즘 바쁘다. 그것도 아주 많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하기 때문에 잠 잘 시간도 부족한 사람이다. 하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쉬는 날 물건이 도착하니 그도 어쩔 수 없이 박스를 개봉했다. 수십 개의 크고 작은 원목과 스크루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왔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조립을 시작하고, 나는 중간고사를 대비해 식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짜증이 가득 묻은 목소리로 “왜 하필 나 쉬는 날 이런 걸 하게 하노?”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아무 말도 못 하고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한참을 조립하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이제 더 이상 못하겠다. 그냥 이대로 둬.” 인상을 구기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잠시라도 휴식을 취하도록 안방 문을 살며시 닫고 공부에 열중했다. 어차피 나는 조립 같은 걸 잘 하지 못하니 난장판인 거실은 그냥 그대로 두었다.
두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거실로 나와 조립에 다시 손을 댔다. 짜증 내는 소리에 하던 공부를 밀쳐두고 같이 손을 보탰다. “자기야, 미안, 이렇게 조립이 어려운 줄 몰랐어.” 내 목소리는 자꾸만 작아졌다. 인내심이 폭발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부짖었다. “나 힘들어. 아침, 저녁으로 일하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아나? 이런 걸 꼭 지금 해야 해?” “매장에 가서 다 만들어진 것 사 오면 안 돼?” 차오르는 눈물을 삼키며 화를 토해냈다. “자꾸 그러니까 눈치 보이잖아.” 미안한 마음에 할 말을 잃고 장승처럼 우뚝 서서 한마디 했다. “당신은 눈치 좀 봐야 해”라는 그의 힐난에 책꽂이에 대한 설렘이 싹 사라졌다. 미완성인 채로 거실 한쪽에 세워 두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투잡을 한다. 새벽 여섯 시 반에 나가서 때로는 밤 열두 시가 넘도록 일을 한다. 점심시간에 잠시 집에 들러 밥 한 숟가락 뜨고 한 시간 정도 눈 붙였다가 다시 나간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수고와 힘듦은 나도 잘 알고 있다. 모든 일에 최우선을 그로 하고 끼니도 신경 써서 준비한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쉬는 시간 없이 그 일들을 매일 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 것 같았다. 정말 그래 보였다.
그렇게 화내고 울부짖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보는 내 마음도 불편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쉬는 날 나는 같이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같이 산책을 가자거나 여행을 가자는 말은 아예 꺼낼 생각조차 못 한다. 그에게도 쉼이 필요할 거라고 여겼다. 책꽂이는 갑자기 구매한 거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쉬는 날에 맞춰 구매한 것도 아니다. 공돈을 보고 한 충동구매였다. 이왕 도착한 것이니 둘이 같이 알콩달콩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고양이 두 녀석 손톱도 둘이 깎고 싶었고, 고양이 모래 전체 갈이 하는 것도 둘이 하고 싶었다. 나 혼자서는 잘 안 되는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달빛만이 길을 비추는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온 그는 다소 기분이 사그라든 듯했다. 야식 같은 저녁을 먹으며 어제의 일은 굳이 들추지 않았다.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 충동 구매한 나도 문제였고 인내심이 바닥나 불같이 화를 낸 그도 문제였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사십 만원의 웃지 못할 해프닝은 이렇게 일단락되었다.
서랍 속에서 발견한 사십 만원으로 나는 즐거운 쇼핑을 하고 잠시 마음도 설레었다. 그것이 지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몸과 마음을 힘들게 만들었다. 자기야,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그리고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속상했던 마음을 이미 치유했다. 이것이 글쓰기가 내게 준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