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글쓰기를 시작하다
글쓰기 교실에 다닌 지 일 년이 지났다. 작년 겨울에 처음 등록하여 사계절을 보내고 두 번째 겨울을 맞는다. 처음에는 과제가 아니더라도 여러 편의 글을 써냈다. 소재가 봇물 터지듯 솟아 나오기도 했고 무엇보다 글을 쓰는 게 너무 행복하고 재미있었다. 글을 쓰면서부터 주변의 모든 것들이 새롭게 보였다. 무심코 지나쳤던 나무의 이름도, 공기 중에 떠다니던 꽃의 향기도, 비둘기의 낮잠 시간까지도 다 보이고 느껴진다.
무료 카지노 게임이 시키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썼다. 작품이라 하기에는 창피스러운 수준 이하의 졸작이었지만 선생님의 피드백을 받아 다듬다 보니 조금씩 나아졌다. 문맥에 맞는 한 단어 한 글자가 떠오르지 않아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했다. 며칠 동안 낑낑대다가 원하는 문장이 완성될 때는 짜릿하고 달콤했다.
근래 두 달 동안 단 한 줄의 글도 쓸 수가 없었다. 지난 학기 작품 발표에서 합평을 듣고 난 이후부터이다. 원고 제출자의 낭독이 끝나면 한 사람씩 돌아가며 좋은 점이나 고칠 점을 나누는 시간이 있다. 어느 회원에게서 내 글은 동화 같다는 평을 들었다. 그땐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쓴 글은 너무 쉽고 수준이 낮다는 좌절감이 들었다. 자신감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그냥 글쓰기가 좋아서 썼는데 이제 어떻게 써야 하지라는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찬바람을 맞으며 산책도 해 보았다. 소용없었다. 갈수록 글쓰기가 어렵다는 생각만이 뇌에 가득할 뿐이었다. 생각은 까맣게 멈추어 있었고 책은 탁자 위에 제멋대로 뒹굴어져 있었다.
금요일 오후 유치원에서 돌아온 손자들과 도서관을 찾았다. 아이들이 책을 고르는 동안 신간 도서 코너를 살펴보던 중 정아은 작가의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책날개에는 문학상 공모전에 넣었다가 떨어지길 6년, 이번에도 떨어지면 다시는 소설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한겨레 문학상을 받으면서 작가로 등단했다고 쓰여 있었다.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던 처지인지라 반가웠다. 출구 없는 어둠의 길에 한 줄기 무료 카지노 게임 되어줄 것 같아 책을 손에 꼭 쥐었다.
저자도 작가가 되기 전 글쓰기 교실의 합평을 경험했다고 한다. 평가를 들을 땐 귀가 새빨개질 만큼 부끄럽기도 하고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 모든 걸 감수하고 작가가 된 지금도 출판사 편집자의 평가는 늘 긴장이 된다고 한다. 송두리째 글을 뒤엎고 다시 쓰는 경우도 다반사였다는 작가의 글을 읽으며 원고 제출자에게 마음의 상처는 예정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관건은 그 상처를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 혹은 그 상처를 어떻게 내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을 것인가이다. 지금 내가 하는 고민을 똑같이 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다들 그렇게 시작하는구나. 몇 달간 가슴 속에 꽉 끼워져 빠지지 않던 돌덩이가 쑥 내려가는 느낌이다. 속이 시원했다. 많이 쓰고 끝까지 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작가는 말했다. 순간 노란 달빛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다. 캄캄한 밤거리를 다닐 수 있게 하는 달은 유일한 빛이자 통로이다. 내 마음도 달빛을 통해 통로를 발견한 셈이다.
요즘 텔레비전을 켜면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여러 채널에서 방영 중이다. 오늘 우연히 본 프로그램은 한일가왕전에 나갈 대한민국 현역가수를 뽑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국악 대상이었던 참가자도 있었고 다른 장르에서 이름을 꽤 알린 유명 가수도 보였다. 무대가 끝나면 심사위원들의 다채로운 심사평을 받는다. 장르만 다를 뿐 현역에서 수십 년을 노래해 사랑받아 온 참가자들도 간혹 혹평을 받는다. 다음 경연을 준비하기 전에 고쳐야 할 점은 미리 조언해 주는가 하면 좋은 점은 칭찬해서 사기를 북돋워 준다. 심사평을 들을 때 다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렁그렁 눈물이 매달려 있는 가수도 보였다. 난 그 무료 카지노 게임을 왠지 알 것 같아 가슴이 저릿해졌다.
트로트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이제 막 움을 트는 새싹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뿌리를 통해 물과 영양소를 흡수하고 태양에너지를 흡수하여 생명력을 갖추어야 한다. 자신을 내려놓고 평가를 진심으로 받아들인 참가자들의 다음 무대는 별처럼 반짝 빛났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무대에 섰을까. 심사위원들의 달고도 쓴 평가를 허투루 듣지 않고 자신을 갈고닦는 연마제로 썼겠지. 뿌리가 갓 돋아난 트로트 새내기들이 성장해서 튼실한 열매를 맺었으면 좋겠다.
이번 합평도 긴장되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귀가 빨개지고 얼굴이 달아오를 터이다. 그 시간을 즐길 채비가 끝났다. 성장의 밑거름이 되도록 새싹처럼 영양소를 고루 흡수하리라. 나는 이제 노트북을 열고 다시 글을 쓰고 있다. 앞으로도 마음을 써 내려 갈 것이다. 노란 달빛이 내 무료 카지노 게임 들어왔으니까.
알림글:이 글은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인 2025년 1월 글쓰기를 계속해야 하는지에 고민하고 있을 때 쓴 글입니다.글벗님들께서 귀한 시간 제 글방을 찾아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