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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즈의 마법사 Apr 13. 2025

카지노 쿠폰 전시회에서 나를 찾다

수정아, 고마워.

이 글은 30년 만에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게 된 과정을 담은 글입니다. 2024년 1월에 쓴 글입니다.



“카지노 쿠폰들아, 대구에서 단체전 전시회 한다. 축하해 줘. 겨울 시리즈야.”

고추바람이 뺨을 세차게 후려치는 12월의 어느 날 아침, 카지노 쿠폰 단체방에 알림이 울렸다. 우리는 각지에 흩어져 살며 일 년에 두 번씩 1박 2일로 모여 회포를 푸는 43년 지기 여고 동창 카지노 쿠폰들이다. 그중에는 구순을 훌쩍 넘기신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시고 사는 카지노 쿠폰가 있다. 우리는 모임이 있는 날이면 그 카지노 쿠폰에게 공주 대접을 해 준다. 20대 후반에 결혼해 아들, 딸 낳아 훌륭히 길러내고 교수 남편 뒷바라지에 시어머니 수발까지 들려면 얼마나 고생일까 안쓰러운 마음에서이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축하의 문자가 폭죽처럼 쏟아져 내렸다. 멀리 있어서 가 보지 못해 아쉽다는 카지노 쿠폰, ‘이렇게 결실을 맺는구나, 대단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시회는 아양 아트센터에서 연다고 했다. 나는 오후 4시쯤 집을 나서 전시회를 방문했다. 카지노 쿠폰는 검은색 정장을 우아하게 차려입은 채 방문객을 안내하고 있었다. 카지노 쿠폰의 생글생글 웃는 모습은 마치 이른 봄 하얗게 피어나는 한 떨기 목련처럼 싱그러웠다.


전시회가 오전부터 시작되어서인지 오후에는 생각만큼 북적거리지 않았다. 카지노 쿠폰의 설명을 들으며 그림을 감상해 본다. 금방이라도 하늘을 뚫을 듯 쭉쭉 뻗어있는 자작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잭과 콩나무’라는 동화가 생각났다. 자작나무를 타고 올라가면 하늘나라 어딘가에는 황금알을 낳는 닭도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을 찰나에 해 본다. 다음 작품은 슬로바키아와 폴란드 국경을 동서로 뻗은 타트라산맥의 눈 덮인 설경이었다. 구도가 맘에 들었다고 했다. 춥지만 포근함을 표현해보고 싶어 타트라산맥을 그려보았다는 카지노 쿠폰의 설명이다. 겨울 시리즈답게 모두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어 겨울 냄새가 물씬 풍겼다.


카지노 쿠폰는 몇 년 전부터 취미 생활로 일주일에 한 번씩 유화를 배운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들을 때만 해도 이리 멋지게 전시회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정말 감탄했다. 이 나이에 새롭게 뭔가에 도전해서 결실을 이룬 카지노 쿠폰가 내심 부럽기도 한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카지노 쿠폰는 세상 밖으로의 도전이 성공한 듯 보였다.


카지노 쿠폰의 전시회를 보고 오니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지금 나는 직업 전선에서 은퇴하고 오롯이 손자 육아와 남편 뒷바라지에만 전념하고 있다. 마치 끈 떨어진 운동화마냥 볼품없고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 내가 무슨 거창한 꿈을 꾸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왜 이런 마음이 드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나도 일상생활 속에서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무언가를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충동적으로 일었다.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나마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은 글쓰기이다. 돋보기를 찾아 끼고서 쿵쾅쿵쾅 설레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글쓰기 교실을 검색해본다. 한참을 검색해서 문화센터 글쓰기 교실을 찾아내었다. 개강한 지 이미 2주가 지난 뒤였지만 다행히 수강신청은 가능했다.


텔레비전에 보면 유명 연예인들이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 시를 쓰는 사람 등 그들의 영역은 확장되어 있었다. 단순히 자기의 직업인 배우, 가수, 개그우먼을 떠나 좋아하는 분야에 소신을 담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저들은 자질이 많아서 저런 일도 해내는구나. 그러니까 탤런트지’ 정도로만 여겼다.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소질이 있다고 해서 자질이 많다고 해서 누구나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들 나름대로 노력과 시간과 열정이 합쳐져서 그런 어마어마한 결과를 가지고 왔을 테지.


나는 일단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또다시 세상 밖으로 문을 열어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내려놓고 글쓰기를 하지 않은 30년이라는 세월이 쏜 화살처럼 휘잉 지나갔다.

거창하게 전시회를 열지는 못하겠지만 내가 앞으로 써 내려갈 내 글들은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시작할 것이다. 카지노 쿠폰의 전시회에서 새로운 나를 찾았다. 이제 세상 밖으로 나갈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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