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서 여전히 소독약품 냄새가 진동한다. 1년 여만에 수영장을 찾았다. 용감했던 믿음을 비웃 듯 두고 온 세면도구 가방도 사물함도 정리되어 있었다. 1년이더 넘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다시 수경을 사고 자잘한 소품도 샀다. 새로 시작한다고 간밤엔 아이처럼 꿈도 꾸었다. 그래서일까? 자유형이 좀 됐다. 자신 있던 배영인데 그만 코가 매울 만큼 물을 먹고 말았다.
온몸을 담그고 수영을 했으면서 뭐가 그리 불편한지. 카지노 게임 먹어선가? 카지노 게임 믿을 수 없어선가? 수영장은수질검사 결과를 공지한다. 꼼꼼히 수모 쓰고 샤워하고 들어오겠지만 이 결벽증은 매번 발동한다. 생각해 보니 사실은 체력이 따라갈 수 있을지 더 걱정이다. 토요일 1시간 강습인데도 한 달 이상 차일피일 미루다 드디어 시작한 날이다. 그러니 물 좀 먹은 오늘은 여러 핑계를 다 극복하고 실행에 성공한 날이기도 하다.
재미로 '물먹다'의 뜻을 찾아봤다. '물을 마시다'와는 별개의 단어다. '골탕을 먹다, 속다, 시험이나 예선에서 낙방하다'의 의미로 쓰인다. '곤란을 당하다' , '선택되지 못하다'의 뜻도 있다. 어쩌면일상에서 깨어있으려는 숱한 노력들이 결국 물을 먹지 않으려는 발버둥인지도 모른다.
'헛카지노 게임 켜다'는 말도있다. '켜다'는 물이나 술 따위를 단숨에 들이마신다는 뜻이다. 그런데 '헛물'이라 했으니 아무리 들이마셔도 목마름이 가시지 않는다는 소리다. '꼭 되리라고 믿고 애쓴 일이 헛일이 되다' , '이루어지지 않는 일을 두고 공연히 수고를 하다'라는 뜻이다. 생명에 물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그 물에 빗댄 일상화된 말에서도알수 있다.
수영장에서 의도치 않게 물 먹고 온 날, 스멀스멀 올라오는 소독약 냄새에 진저리를 치는 건지, 공공의 적이 되어가는 누군가를 어찌하면 제대로 물 먹일지 은연중 고려하는지 자꾸만 풀풀 빙긋빙긋 미소가 피어오른다. 그런자도 나도 헛물켜는 일은 없어야겠지! 그런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