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옛 카지노 게임 사이트 추억
방송작가 윤대성
어릴 적 동네에 텔레비전이 있는 데가딱 한 집있었다. 그래서 그 집 아들이 우리 동네 대장이었다. 그만큼 텔레비전의 위력이 셌다. 대장 눈 밖에 나면 '배신자'로 찍혀 절대 그 집 안에 발을 들일 수 없었다. '배신자'는 'TV시청 불가'를 의미했다. 배신자와 어울리면 그도 배신자가 되어 TV를 볼 수 없었다. 김승옥은 '염소는 힘이 쎄다'고 했지만, 아니다. 그건 어른들의 얘기고 우리들 사이엔 텔레비젼의 힘이 제일 쎘다.
하지만 집주인아주머니가 워낙 좋으신 분이셨다. 동네 꼬마들이 그 집 앞에서 "테레비 보여주세요"라고 합창하면 웬만해서일주일에 한두 번 문을 열어주셨다. 물론 '배신자'만 예외였다. 적을 땐 예닐곱 명, 많은 때는 십여 명이 우르르 몰려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봤다. 나중에 알았지만 우리들이 가고 나면 방바닥에 모래가 한 줌씩 나왔다고 한다. 그걸 치우는데만 30분 넘게 걸렸다는 걸 훗날 만난'대장'에게들은 적이 있다. 그러면서도 아주머니는 싫은 내색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아주머니는 '천사의 재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한번 배신자로 찍혀 6개월 동안 출입정지를 당했다. 그 고통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른다.
그 집에 가지 못하는 날엔 동네 만화방에 갔다. 만화를 보면 주인아저씨가 도장을 찍은 표를 나눠주었는데 그게 그날 밤 TV 시청권이었다. 어둡고, 담배연기가 자욱한, 지독히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우리는 TV시리즈 '용감한 래시'와 빅모로우 주연의 '전투', '로하이드'였던가 서부영화 등 그런미국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침을 흘리면서 보았다. 얼마나재미있던지 만화방 문턱을 닳도록 들락거렸다. 텔레비전은 꿈과 상상력을 키워 준 '마법상자'였다.
생활형편이 나아지고 한 두 집 TV를 들여놓기 시작하면서 그런 정겨운 모습은 점점 사라졌다. TV의 보급은 골목길에서 뛰놀며 떠들던 '우리들의 소리'를 빼았아갔다. 그건 친구와의 단절. 그걸 의미했다. 우리 집도 중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하나를 장만했다. 필립스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월남전에 참전했던 누가 사가져 와 한참 보던 중고카지노 게임 사이트였다. 그래도 좋았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안방에 들어 오던 그 날의 황홀함을 나는 잊지 못한다. '배신자' 낙인에 대한 공포도, 만화가게의 열악한 환경도 그날로 모두 '바이 바이'였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1969년 7월 20일. 오전 10시쯤이었던 거로 기억된다. TV가 없는 동네분들이 역사적인 달 착륙을 보기 위해 집에 몰려왔다. 아버지는 동네 어른들에게 아끼고 아껴두었던 조니워커 레드를 꺼내 한 사발씩 따라주었다. 달이 착륙하고 암스트롱이 껑충껑충 뛰어다니자 노인분들이 "어! 저거 봐라 어! 저거 봐라"며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그 쓴 양주를 벌컥벌컥 마시던 모습도 기억난다. 아주 아주 오래전이다.
인기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하거나 김일 레슬링 중계가 있으면 동네는 텅 비었다. 남녀노소 모두 TV 속으로 들어가 앉았다. 당시 고성원이 연출하고 임희재가 극본을 쓴 253부작 '아씨'를 필두로 장욱제, 태현실이 주인공으로 열연한 '여로'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있으니 '수사반장'이다. 지상파 유일의 범죄카지노 게임 사이트라 인기가 폭발했다. 최불암 반장을 비롯해 김상순, 남성훈, 조경환, 노경주가 형사로 나왔는데 1971년 3월 6일부터 1984년 10월 12일까지 무려 880회 방영됐다. 박철, 유길촌, 이병훈, 김종학 등 기라성 같은 PD들도 연출을 맡았다.
'수사반장' 초기 대본은 모두 윤대성이 썼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시작할 때 '극본 윤대성'이란 이름이 나와 어린 나이에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길래 맨 앞에 이름이 나오는지 신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사반장'으로 큰 인기를 얻은 그는 1979년 '당신이 누구시길래' 1981년 '호랑이 선생님'1986년 '한 지붕 세 가족'으로 인기를 얻었다. 모두 '극본 윤대성'이었다. 특히 '한 지붕 세 가족'은 일요일 아침 시청자들이 모처럼 온 가족이 한 밥상에 모이게 하는 마력으로 가족 간에 우애를 다지는데 큰 역할을 해 '국민카지노 게임 사이트'라는 신조어가 탄생시켰다. 그만큼 TV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극본 분야 쪽에선 거의 독보적이었다. 그 분이 지난 27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1939년생이니 향년 86세. 100세 시대라는데 너무도 아쉽다.
윤대성은 TV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작가로 이름을 날렸지만, 희곡 분야에서도 큰 업적을 남겼다. '방황하는 별들'이라고 들어봤을 것이다. 청소년을 위한 연극이다. 난 이런 점에서 윤대성을 높이 평가한다. 방송 극본만으로도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었지만, 희곡에 대한 그의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방황하는 별들'을 통해 우리 사회 구성원이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갖기를 그는 원했다.
지난해 말 어느 고등학교 연극반에서 개최하는 '방황하는 별들'공연 포스터를 본 적이 있다. 아직도 이 연극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 카피 문장을 보고 또 놀랐다. '하고 싶은 건 나중에 다 커서 하면 되는 거다''넌 커서 뭐 될래?''얼른 끄고 공부나 해'''나잇값 좀 해라''반에서 몇 등이니?"'핸드폰 좀 그만해''널 위해서 하는 소리야' '방황하는 별들'이 발표된 게 1985년인데 40년이 지난 지금도 저 카피를 보면 청소년이 처한 현실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어 가슴이 서늘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다가 웨이브에 올라온, 우리가 너무도 사랑했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한 지붕 세 가족' 1회 '첫 인사'를 보았다. 2층으로 이사 온 만화가의 아들이 주인딸 장미와 말다툼을 한 후 아빠와 초등학생 아들의 대화인데, 날 웃프게 했다. 이것이 윤대성 대본의 특징이다. 묘한 매력이 있다.
"나보다 아래면서 꼬박꼬박 따지고 덤비는 게 약 올라 죽겠어요. 근데 아빠 왜 여자애들은 남자보다 말을 더 잘하죠?"
"그게 바로 인생의 비극이란다. 너 앞으로 장미하고 말다툼해서 이기려 하지 마. 여자하고 말싸움해서 이기는 남자는 없다. 남자의 무기는 오직 침묵밖에 없다."
"아니면 주먹..."
"노! 폭력은 안돼. 그건 비겁한 수단이야. 여자와의 싸움은 참는 것과 침묵 그것 뿐이다. 너도 그걸 배워야 한다. 알았지?"
2015년 희곡작가로는 처음으로 '윤대성극문학관'이 김남 밀양에 개관했고, 신진작가 양성을 위한 '윤대성 희곡상'도 제정됐다. 그만큼 윤대성이 한국 희곡 발전에 끼친 역할은 너무도 컸다. 후배 연극인들의 존경도 한 몸에 받았다.그가 떠난 것이다. 어린시절 우리들에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추억을 강하게 심어준 윤대성.고인의 명복을 빈다. 부디 영면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