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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낙타 Feb 22. 2025

카지노 쿠폰 동시를 읽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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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찾지 못해 더듬거리던 시절, 누군가 "영화감독이 되려면 글을 쓸 줄 알아야 된다더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게 철없는 내 머릿속에 제대로 꽂혔던 모양이다. 감독이 꿈인 나는 고민도 하지 않고 국어국문학과를 가기로 했다. 가훈이 '스스로 알아서 잘 먹고 잘 살자'여서 그랬는지 집안에 누구도 왜 거길 가는지 묻지 않았다. 원서를 쓰던 선생님이 딱 두 마디한 게 전부였다. " 국어국문과? 왜?"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요..." 그런데 선생님은 아무 말도하지 않았다. 나를 쪼금 한심한 표정으로 본 거 같은데 너무 오래된 일이라 분명하지 않다. 그때, "임마! 감독이 되려면 연극영화과를 가야지!"라고 했으면 내 운명은 바뀌었을까.


그림을 꽤 잘 그리던 친구에게 "미대 가지 그래?"라고 한마디만 했으면 그 친구도 그림으로 대성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선생님들은 두들겨 팰 줄만 알았지, 학생들의 재능에 골고루(이게 중요하다) 관심을 갖지 않았다.결국 그 친구의 인생은 꼬일 대로 꼬였다. 느지막이 그림을 그려 지금 제법 자리를 잡았으나, 그때 선생님 중 누구라도 그가 가야 할 방향을 손가락으로라도 가리키기만 했어도 그렇게 먼 길을 돌아 목적지에 도착하진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국어국문학과는문예창작과조금 달라서 배워야 할 과목이 좀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거의 필요 없는 과목들이었다. 내 숨을 조였던 '중세국어문법'도 배웠다. 지금 생각만 해도 가슴이 콱~막힌다. 그때 국문과를 '굶는과'라 했다. 누군가 "그래도 먹고살려면 교사 자격증은 있어야 하니 교직과목이라도 이수하자"라고 말해 미래가 불안했고, 유난히 귀가 얇았던 우리들은 우르르 몰려가 교직과목을 신청하고, 학점을 땄다.


교직과목 이수의 하이라이트는 4학년 때 교생실습이었다. 그게 끝나야 2급 정교사 자격증이 나왔다. 나는 B중학교에 실습을 나갔다. 기간 내내 정장을 해야 한다고 해서 양복을 겨우 사 입었는데, 그날만 입고 다음날부터는 입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학급배정을 받은 날, 그 반 선생님이 믿을 수 없는, 그러면서도 기가 막힌 제안을 했다. 요지는 이랬다. "이번에 들어온 1학년 신입생들 학력 테스트를 했는데, 한글은 아는데 맞춤법이 엉망이다. 그런 애들이 20여 명이 있다. 한 달 동안 그 아이들 글씨라도 제대로 쓸 수 있게 해 달라. 정장은 하지 않아도 된다." 솔깃한 제안이었다. 보람도 있을 것 같았다.


다음날부터 학교에서 내 준 교실에서 그 학생들에게 글을 가르쳤다. 큰소리로 책을 읽히는게 효과가 있었다. 문장을 읽어주고 맞춤법을 교정해 주고 왜 독서를 하고 글을 쓰는지 진심을 다했다. 이것도 나름 '선생이 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 대한 연민도 컸다. 그래서인지 제법 잘 따랐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심성도 고왔다. 의구심이 일었다. 왜 이 친구들이 글을 잘 몰랐을까. 학교 주변에 고아원이 있었다.


실습이 거의 끝날 무렵에는 아이들마다 그럴듯한 문장력이 갖춰졌다. 다섯 줄 이상 일기를 써오라면, 그것도 잘 지켰다. 열 줄을 써 오는 아이도 있었다. 그때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언급한 시인카지노 쿠폰였다. 특히 카지노 쿠폰의 동시를 많이 읽어주고 크게읽게 했다. 카지노 쿠폰는 두말할 필요 없는 '우리의 시인'이지만, 그가 쓴 동시에 대해서는 그때만 해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도 아이들카지노 쿠폰의 시를 쉽게 이해했다. 이 아이들 덕분에 나의 졸업 논문이 '카지노 쿠폰의 동시론'이 될수 있었다. 교수님에게 좋은 논제를 잡았다고 칭찬까지 들었다.


아이들은 동시 '해바라기'와 '편지'를 참 좋아했다.


누나의 얼굴은 /해바라기 얼굴/해가 금방 뜨자/일터에 나간다.//해바라기 얼굴은/누나의 얼굴/얼굴이 숙어 들어/집으로온다 (해바라기 전문)


누나 /이 겨울에도/눈이왔읍니다

흰 봉투에/눈을 한 줌 넣고/글씨도 쓰지 말고/우표도붙이지 말고/말쑥하게 그대로/편지를 부칠까요?/누나가 가신 나라엔/눈이 아니 온다기에(편지 전문)


'넣을 것 없어/걱정이던/호주머니는, // 겨울만 되면/주먹 두 개 갑북갑북.'(호주머니 전문)을 읽을 때는 까르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지난 16일은 카지노 쿠폰 서거 80주기였다. 성대하게 치뤄졌어야 했는데 세상이 어수선해서인지 모두 그날을 까맣게 잊고 지나갔다. 우리나라 시인중 가장 많은 논문이 발표되고, 가장 많은 관련 서적이 발간된 시인으로 카지노 쿠폰를 따라갈 시인이 없다.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시인. 우리 마음을 늘 싸~하게 만드는 시인.


카지노 쿠폰는 백석을 좋아했다. 백석의 시집을 늘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심성이 곱디 고운 카지노 쿠폰가 백석의 시를 읽고 얼마나 많은 좌절을 했을지 상상해 본다. 이건 내 생각인데, 아마도 백석을 자신과 비교하며, 자신의 문재를 탓하면서 자책했을 것이다. 경험해 본 나로서는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생각만 하면 마음이 시리고 아프다.


하지만, 카지노 쿠폰는 백석보다 더 풍부한 동심을 갖고 있었다. 그건 대단한 것이다. 나는 이 점을 매우 높이 산다. '동심은 불심'이라는 말이 있듯,동심이야 말로'시인이반드시가져야 할 기본 덕목'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카지노 쿠폰는 그걸 풍부하게 가졌다. 그래서일까. 나는 그의 시 모두가 아름다운 동시로 보였다. 심지어 '별 헤는 밤'을 동시로 분류했다가 교수님께 따끔한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별 하나의 추억과 별 하나의 사랑과 별 하나의 쓸쓸함과 별 하나의 동경과 별 하나의 시와 별 하나의 어머니, 어머니'는 지금 읽어도 동시적이다. 그 당시 아이들에게 이 부분을 읽어주고 설명하자, 그들이 크게 공감했던기억이 난다.하지만 '어머니''누나' 같은 단어에 아이들은 민감해 했고 침울해 했으며 그 이유를 아는 나는 슬펐다. 그렇게 4주가 지나고 나실습은 끝났다. 마지막 수업에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 거 같다.


"부끄러워 할 것 없다. 출발이 조금 늦었을 뿐이다. 너희들은 이학교에서 카지노 쿠폰의 시를 가장 많이 가장 크게 읽은 학생들이다. 교실로 돌아가 친구들에게 카지노 쿠폰를 말해줘라.그 친구들은 카지노 쿠폰의 '윤'자도 모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매일 일기를 쓰고 한 글자라도 읽는 습관을 가져라. 답은 그 안에 있다. 그동안 행복하고 즐거웠다."


우리는 카지노 쿠폰의 '서시'나 '참회록'등 몇개의 시를 좋아하지만 동시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의 '신화'만을 쫒았기 때문이다. 그의 동시에는 묘한 애조가 흐른다. 나는 그의 따듯하고 서러운 듯한 동시들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요즘도 소리 내어 그의 동시를 읽을 때마다 그 오래 전, 교실 유리창을 통해 가득히 쏟아져 들어온 눈부신 봄 햇살과 그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마치 어제 일 같다. 그 아이들은 지금, 모두 어엿한 중년이 되어 열심히 살고 있겠지. 그때 그 어리버리 교생을조금이라도 기억하고 있을까. 큰 소리 내어 읽었던 카지노 쿠폰는 기억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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