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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기 다소 이른 아침이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예상하지 못한 전화는 불안하기 마련이다. 전화기 너머로 떨리는 아버지 목소리가 이어졌다.
"일어났니? 느이 엄마가 어제 나가서 들어오질 않았다.아무래도 뭔 일 저지르지 않았나 싶어서.."
밤새 잠을 설치고 아침이 되길 기다려 겨우 내게 전화를 걸었을 아버지였다. 우리 집에 왔을때 아버지얼굴은 앓고 난 사람처럼 핼쑥했다. 엄마는 가까이 지내는 친구나 친척도 변변히 없어 딱히 연락을 해볼 만한 사람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런 만큼 갈만한 곳도 짚이는 데도 없었다. 도대체 어딜 가서 들어오지 않은 걸까?
나는 학교에 가야 하는 아이들을 챙기느라 바빴고 남편이 아버지와 함께 엄마를 찾으러 나갔다.
두어 시간 후,어디서 얼마나 헤매다 왔는지옷소매와 바짓가랑이가 흠뻑 젖은 두 사람이 돌아왔다.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돌아온 두 사람도 아무 말 없이 내가 차린 밥상을 마주했다. 평소보다 적게 푼 밥도 다 먹지 못하던 아버지는 아침보다 더 어두운 낯빛으로 돌아갔다.
"내가 아침에 느이집에 갔던 건 느이 엄마한테는 비밀이다."
엄마 눈치 보느라 밖에 나와서 아버지가 공중전화로 엄마의 '무사귀환'을 알려 온 건 저녁밥을 지을 무렵이었다. 나는 그동안 엄마보다도 종일 밥도 못 먹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아버지가 더 걱정이었다.
"언제까지 이르캐 지긋지긋허게 살어야 하는 건지.. 한 번 죽으믄 끝나는 인생, 뭔 부귀영화를 보것다구.."
아마도 엄마는 아버지와 몇 마디 잔소리 끝에 한마디 툭 던지고는 나갔을 것이다. 그리고는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무심히 돌아와서는 간 밤을 어디에서 보냈는지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무슨 큰 일이라구 쓸데없이 애덜 한티까지 새벽부터 쫓아가구 그랬대유~'라고 하면서 들을잔소리가 두려워 아침의 소동을감추었을 아버지가 눈앞에 선했다.
아버지는 엄마가 죽을 생각으로 집을 나간 것이라 믿고 있었다. 수십 년을 되풀이하는 엄마의 의미 없는 협박에도 항상 이번만은 진짜인 것처럼 믿는 아버지였다. 정말 죽을 마음이 있었으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열 번도 더 죽었을 것이라고,그럴 일은 절대 없을 테니 마음 편하게 기다리라는내 말에도 한결같은 아버지였다.
"느이 엄마는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니께~"
그날 아침 아버지가 남편을 데리고 간 곳은 지금은 아파트숲이 되어버린 '공원묘지'였다. 엄마가 농약이라도 먹고 죽으려면 한적한 곳을 찾았을 것이라 생각해서다. 아버지는 벌판 같은 공원묘지 한 구석에 쓰러져 있을 엄마를 상상하며 밤새 뜬 눈으로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아침 이슬이 채 걷히지 않은 넓고 넓은 공원묘지에 허리까지 오는 잡초와 억새틈을 헤집으며 혹시라도 약을 먹고 쓰러져 있을지 모르는 엄마를 찾았다고 했다.
사색이 되어 필사적인 아버지 낯빛에 아무 말도 못 하고 함께 헤매다 온 남편은 옷을 갈아입으며 내게 이렇게 물었다.
"장모님은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거야?"
나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정말 부끄럽지만 왜 그러는지는 나도 알 수 없다.
지금까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