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직업일기
카타르항공도 한국인 대상 채용 공고를 냈고, 국내항공사에서도 채용을 시작하는 요즘이다. 한창 내가 준비하던 시기에도 그랬고, 요즘에도 간간히 들려오는 항공사 지원자들의 수를 들어보면 점점 늘어나는 추세 같다. 최근에 많은 비행기 사고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주는 흥미와 이미지는 여전히 풋풋한 우리 소녀,소년들의 꿈을 폭닥폭닥, 뭉게뭉게 피어오르게 하는 직업임을 상기하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원하고 오직 소수의 인원들만이 합격을 한다. 굳이 승무원이 아니라 모든 직업들이 다 그렇다.그 중에서도 승무원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면접자의 자질을 나는 오늘의 제목인 '사람 냄새가 풍기는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 로 정의하고 싶다.사람 냄새가 나느냐, 안 나느냐에 따라서 승무원 면접의 승패가 많이 달라질 것이다.
꼬마승무원님! 사람 냄새가 뭔가요? 라고 묻는다면! 내가 항상 글을 쓰면서도 종종 언급했던 내용이다.내가 말하는 사람 냄새란 로봇처럼 딱딱하게 정형화 되어있는 사람이 아닌, 그 사람만의 살아온 삶과 인생의 스토리가 답변과 태도에 묻어나와 호감을 일으키는 그 사람만의 향기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이 사람 냄새는 곧 본인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느냐에 따라서 나오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내 얘기를 해봐야겠다. 엣헴.. 내 면접 스토리에서 잠깐 언급한 글에도 있지만, 나는 현재의 회사에 최종합격 하기 이전에 크루즈 승무원을 플랜 B로 두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 프린세스 크루즈에 면접을 본 상태였었고 나를 맘에 들어했던 담당자가 면접 합격을 쥐어준 상태에서 내게 서류를 요청한 상태였었다. 때문에승무원 최종 면접에 있어서 나의 마음가짐은 한마디로 '내려놓음' 상태였었다.물론 승무원 면접이 간절했지만, 하도 면접에서 떨어지고 떨어진 상태라 마음이 너덜너덜해졌던 상태였었다. 오픈데이에 참여해서 매 시험에 임한 나의 마음가짐은
'그래. 이거 떨어지면 뭐 어때. 난 이미 크루즈 승무원으로 합격이 된 상태인데. 이거 아니여도 안 죽어. 그냥 욕심을 내려놓자.'
였다. 그렇게 내 스스로가 승무원에 가지는 욕심을 내려놓자 모든 것들이 이상하게 최종 면접날들엔 술술 풀렸다.겉모습은 깍쟁이처럼 보여지는 모습과는 달리, 실제로는 장난도 많이 치고 털털한 나의 진짜 모습과 무료 카지노 게임가 풍겨나와 매 순간의 면접마다 면접관들에게 잘 전달되었다.
이전 면접들에서는 항상 로봇처럼 무조건 붙어야한다, 되어야한다는 강박때문에 편안함 보다는 간절함이 너무나도 두드려졌다. 때문에 내 진짜 냄새가 아닌, 진한 향수로 진짜 나의 향기를 덮은 모습으로 임했다면, 오픈데이 최종 면접에서만큼은 달랐다. 평소에 말이 그렇게 많지 않던 내 모습처럼 답변도 길게하지 않았다. 그냥 편하고 솔직하게 매 면접의 순간마다 임했다. 그렇다.나의 털털하면서도 차분하지만, 강단있는 냄새가 면접관들의 감각들을 건드렸던 것이었다.그리고 나는 그렇게 바다를 가르는 승무원이 아닌, 하늘 위를 가르는 승무원이 되었다.
승무원이 되어 일하고보니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바로 승무원이라는 직접은 정말 All about 사람 이라는 것이다.그 다른 어떤 직업들보다도 사람들이 중요하고, 사람과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때문에 아무리 21세기, 22세기가 되어 최첨단의 로봇들과 시스템들이 인간의 직업과 많은 영역을 차지한다고 하지만,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로봇이 절대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로봇은 승무원을 대신할 수 없다. 여러분들은 이 부분을 잘 염두하고 면접에 임하고, 직업을 바라봐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여러분들에게 강요하는 이 '사람 냄새'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 냄새는 너무나도 다양하다. 다양한 인종, 국가, 사람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모두가 같은 하나의 냄새를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 다양한 성격과 국가의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외항사의 특성 상 더더욱 하나의 냄새만을 풍기기란 절대 불가능하다. 꼬마승무원인 내가 갖고 풍기는 냄새와 향기와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냄새와 향기는 다르다. 그것이 아무리 비슷하다고해도,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정말 다르다는 것이다.이렇게 개인마다 풍기는 향기와 냄새를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전달하는 것이 바로 여러분들이 살아온 삶의 경험이 녹아든 경험들과 성격인 것이다.
나는 항상 향수 공방에 가서 나만의 향수를 만든다. 이게 나의 취미이고 나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해서이다. 최근에 만든 향수 2개도 과일 향의 가벼우면서도 달달하면서도 상큼한 향이라는 베이스는 같았지만, 이후에 느껴지는 향이 둘다 정말 미세하면서도 크게 달랐다. 두 향수의 향기와 냄새는 달랐지만, 내게 있어서 정말로 좋은 향기임에는 동일했다. 그렇다. 내 향수는 내겐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완벽한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향기과 냄새를 풍기는 것이다.
여러분들만이 갖고 있는 향기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 다양한 향기만큼 그걸 전달하는 태도는 정말 많다. 나처럼 내려놓는 방법을 통해서 향기가 저 멀리 잘 퍼져나갈 수도 있고, 누군가는 솔직함을 통해서, 또 누군가는 간절함, 당당함 등을 통해서 본인만의 향수를 면접관에게 잘 전달했다. 그러니 그건 여러분들의 마음가짐과 태도에 따라 달렸다.
면접 보기 전에 하루라도 한번쯤 나는 어떤 향기를 갖고 있는 사람이고, 어떤 냄새를 풍기고 싶은 사람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향기의 테마를 정해서 면접관에게 전달하고 싶은 지를 잘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결국 '좋은' 향기가 나는 승무원의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 꿈을 잡게 될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