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전날밤 잠들기 전에 마라탕을 먹기로 약속을 했다. 그런데 그만 내가 잊어버렸다.
학교 가는 길 아이가 엄마 오늘 학교 끝나고 바로 마라탕 먹는 거야?라고 묻는데 그만 마라탕?이라고 말해버린 것이다.
곰곰이 생각하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핑계 같지만 정말 아이 낳고 기억력이 예전만 못하다. 요즘머릿속에 다른 것들이 가득 차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아이가 우뚝 서서 고개를 푹 숙인다.
아무래도 요즘 계속해서 아이와 한 말을 기억 못 한 것에 대한 서운함이 쌓였나 보다.
응응 오늘 마라탕 먹자! 학교 끝나고 바로~! 엄마가 잠깐 기억을 못 했어. 미안해~~~라고 기분을 풀어주는데도 아이는 영 찜찜한가 보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열심히 노트북을 두드리며 일을 하다가 문득 오전의 그 일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아이에게 학교 끝나고 바로 카지노 쿠폰 먹자~~!! 카지노 쿠폰 먹고 배스킨라빈스 고고~!!라는문자를 보냈다. 혹여나 수업시간에 뭐 해 뭐 해~~(카톡알림음) 소리가 들릴까 봐 기다렸다가 쉬는 시간에 맞추어 보냈다.
아이가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는 시간은 두시.
열두 시가 되니 배가 고파온다. 김밥이라도 사 먹을까?
아니야 좀만 기다리자~~ 하면서 대신 자판기로 향했다.
요즘 자주 커피를 마셨더니 속이 쓰려 초코라테를 골랐다. 빈속에 당분 먹지 말라고 아이에게 그렇게 잔소리를 하는데.. 쓴웃음을 지으며 아이스 초코라테를 크게 한입 마셨다. 입안에 잘잘한 얼음이 들어와 씹으니 수돗물로 얼린 얼음맛이 난다.
초코라테를 조금씩 홀짝이며 일을 하다 보니 어느덧 두시가 다되었다.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집에 있으면 이것저것 다른 일을 찾아 하게 되어 얼마 전부터 스터디 카페에서 할 일을 하고 있다. 누가 시키는 일도 아니고 한다고 바로바로 돈이 나오는 일도 아니라서 해이해지기 십상이다.
집에 도착해서 옷을 입은 채로 빨래라도 개려는데 아이가 들어온다.
삑 삑삑삑. 왈왈왈~~
00이 왔어~~ 울애기~~~
하고 나가니 아이가 울적하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아니.. 나 카지노 쿠폰을..
친구랑 먹어도 돼?
하더니 아이 눈이 그렁그렁하다.
응~ 먹어도 되지~~ 친구랑 카지노 쿠폰 먹기로 했어?
아니.. 엄마랑 먹기로 했는데..
하며 아이가 눈물을 소매로 닦는다.
하이고.. 내가 문자를 보내놓은 게 오히려 아이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구나.
새 학기에 친구들을 사귀었다고 좋아하며 말해주었는데 그 친구들이구나.
그 친구들이 카지노 쿠폰을 먹으며 친해졌다고 했다는데
아이도 마라탕을 좋아한다고 하니 우리 같이 먹으러 가자~ 했나 보다.
나는 얼른 카드를 주며 오늘은 친구랑 먹어~~ 엄마랑은 자주 먹잖아~~~ 했다.
그런데 아이는 미안한지 품에 와서 안긴다.
미안해 훌쩍 다음에는 꼭 엄마랑 먹을게 훌쩍
아.. 이 상황 어디선가 본 것 같다. 내가 크리스마스나 뭐 그런 날 친구들과 놀려고 엄마를 두고 나갈 때 느낀 감정이다. 나는 형제가 있어도 죄책감에 힘들었는데아이는 외동이니 맘이 더하겠구나..
이제 초등생이 이런 감정을 느끼다니.. 아이가 안쓰러웠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엄마는 티브이 보면서 맛있는 거 먹어야지~~~ 앗싸~~
아이가 비로소 좀 웃는다.
엄마가 혼자서 씩씩하게 잘 살아야 하는구나. 아니 엄마가 혼자가 아니라 친구들이랑 잘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구나. 여러 가지로 많은 생각이 들면서 사회생활을 잘 해나가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