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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노 Feb 24. 2025

ESFJ 온라인 카지노 게임 - 인싸, 추억, 조화, 공감, 걱정

실수도 포용해 준 유치원 새내기 온라인 카지노 게임

딱풀핑 선생님은 나의 6살~7살까지 유치원 선생님이셨다. 시골학교에 막 발령받은 20대 초반의 어리고 이쁜 분이셨다. 키도 크고 이목구비도 환하니 균형 잡혀 있어서, 어린 내 눈에도 ‘참 미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우리가 첫 학생이셨고, 우리를 만나서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전담해 주셨다.

선생님은 병설유치원과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역할 나눔을 아름답게 소화하셨다. 뭔가 심각한 문제로 선생님들이 복도에 서서 대화를 하시다가도, 우리 딱풀핑 선생님의 애교에 다들 호박꽃처럼 환하게 웃으며 돌아가셨다. 그래서 분명 현명한 지혜와 사랑스러움이 있는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원래 애들이 더 여시다. 어른들이 몰라서 그렇지, 그 분위기와 표정으로 대화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다 알 수 있다. 나이 들면서 그 감각이 둔해져서 예전만 못해 아쉬울 뿐이지만.

무튼, 선생님은 책 읽고 앉아서 교구만 만지던 단조로운 유치원 생활을 ‘활동’으로 바꿔주셨다. 율동도 많이 알려주시고, 에어로빅도 가르쳐 주셨고, 운동장 놀이터 게임도 다양하게 해 주셨다. 그래서 봄에는 봄꽃을 보러 다녔고, 여름에는 나무 그늘을 찾아다녔으며, 가을에는 낙엽 줍기를, 겨울에는 눈사람 만들기를 실컷 했다. 당시 파워 E였던 나에게 최고의 극락이었다. 활동적인 선생님은 모든 아이들의 행동력을 풍부하게 해 준다. 그것을 몸소 배울 수 있었다. 그 새내기 선생님께 시련을 안겨준 것이 바로 나이다.


5월 정도였을까?

원피스에 타이즈를 신고 있었다. 그날따라 오전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에 퍼즐을 맞추다가 시간을 놓쳤다. 그리고 다음은 율동시간. 하필 폴짝폴짝 뛰는 동작이 많았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손을 조심스럽게 들었다. 그것은 우리 유치원의 사인이었다. 화장실 다녀오겠다는. 다만 선생님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선생님이 내 손을 안 보고 자꾸 율동 틀린 친구들만 보는 것이 아닌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느낌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이번에는 소리 내어,

“온라인 카지노 게임, 화장실...”

엄청 용기를 내어 이야기했지만, 선생님께서 시계를 보시더니...

“5분만 참을까. 5분 후면 쉬는 시간이야.”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 아닌가.

아주 불길했다. 나에게 그 5분은 지옥의 시간일 것이 분명하니까. 그렇다고 선생님의 허락을 받지 않고 화장실로 가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뒤로 4분, 3분, 2분, 1분. 나는 다리를 꼬면서 겨우겨우 참아 내고 있었다. 그리고 막 끝 종이 울리는 찰나.

“솨~~~”

틀렸다.

내가 유치원 카펫 위에 큰일을 저지른 것이다.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아주 재빠르게 소식을 전하였고, 선생님은 옆에 있던 담요로 나를 싸서 안고 화장실로 가졌다. 눈물이 핑핑 솟아났다. 그러게 내가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할 때 보내주지....

그날 선생님은 내 속옷을 버려주고, 인형 옷을 벗겨서 겉옷을 입혀주셨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새 옷 입었으니까 손잡고 같이 하교하세요.”

라고 숙제도 내줬다.

그럼 뭘 하나. 난 그날 이후로 오줌싸개가 되었다. 그래도 그날 선생님이 내가 창피할까 봐 최선을 다해 도피와 은닉에 힘쓰셨던 것을 기억한다. 아주 세포 하나하나로.


그때부터였나? 난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남몰래 돕고 싶은 강렬한 숙명의식이 있다.

현직에서 어려움을 겪는 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뭐 20년이 짧은 시간은 아니니까. 그중에 뇌전증으로 기절하던 학생 두 명을 만났었다. 한 명은 계단,등굣길에. 한 명은 수업 중 발표하다. 기절을 했다. 전조 증상을 모르니 더 어려운 일이었다. 첫 번째 학생은 같이 있던 친구의 도움 요청으로 달려가서 119의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두 번째 학생은 수업 중 일이라 보건실과 담당 선생님께 알리고 급하게 자리를 지켰다. 함부로 손을 대면 위험하기에 조심히 살펴보면서 주변 친구들의 시선을 막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그리고 카디건을 이용해 학생의 어려움을 가려주었다. 아픈 것은 창피한 것이 아니지만, 본인은 그런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을 테니까. 과거 오줌싸개가 되어버린 나를 딱풀핑 선생님이 수건으로 둘러싸서 옆구리에 끼고 숨겨줬던 것처럼.


교육은 언제나 배운 만큼이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현직에 오래 있을수록 난 ‘잠재적 교육과정’을 지지한다. 애들은 어른들의 말과 행동, 사고방식까지 다 카피한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이,

좋은 어른들이 많아서,

애들이 폭넓게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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