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노 Mar 01. 2025

카지노 가입 쿠폰 딸인, '식집사의 봄맞이'

소생의 즐거움

Q. 취미나 관심사가 있나요?

A. 10년 전 : 여행, 영화, 책

현재 : 음. 없다.


요즘에는 여행 갈 체력도 없고, 영화에도 흥미가 떨어졌고, 책은 집중이 안 되어 재미가 없다. 솔직히 집중보다 읽히지가 않는다. 내가 이렇게 변할 것은 상상도 못 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라 시간을 쪼개가며 살았던 나인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뭐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를 생각하는 것도 싫다. 아니 의지가 없다. 그렇다고 염려할 필요가 없는 것은, 하루 세끼는 열심히 챙겨 먹는다. 청소도 하고. 그저 취미라 부를 행동이 소멸한 '무미건조' 상태다.


나이를 먹는 것은, 세상을 알아간다는 것이고, 세상물정을 배우는 것이다. 살아보니 세상은 참 복잡하고, 어렵고, 만만하지 않다. 열심히 한다고 결과가 좋다는 보장도 없고, 최선을 다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다. 항상 '나' 자신에게 떳떳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지. 내가 나를 가장 잘 알기에, 내가 나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10년 전의 나에게, 지금의 내 모습이 부끄럽고 싶지 않아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남들도 이렇겠지? 아마도?


좋아하던 것들이 사라진, 지금의 내가 하는 '시간 보내기'는 식집사 놀이다. 한평생 카지노 가입 쿠폰만 짓던 울 아부지의 딸답게 카지노 가입 쿠폰는 나에게 가장 쉽고 편한 취미 생활이다. 아부지가 카지노 가입 쿠폰를 짓지 못하는 지금, 그 맘 편한 카지노 가입 쿠폰가 불가하다. 올해 우리 가족은 카지노 가입 쿠폰를 포기했다. 각자 직업이 있는데, 카지노 가입 쿠폰에 올인해서 주관할 사람이 없다. 엄마의 연세도 체력도, 카지노 가입 쿠폰는 어렵다. 내 생애 처음으로 카지노 가입 쿠폰로부터 자유를 얻었다. 추위가 멈춘 2월 말에 할 것이 없다.


학기 초에 나를 '교사 겸 농부'로 소개하는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카지노 가입 쿠폰를 짓지 말자고 노래를 했었건만, 막상 그런 날이 오니까 서운한 것은 무엇인지...

추위가 풀리고 은 날씨에 방에 있으려니 불안하다. 시작종 치고 수업에 안 들어간 것처럼 좌불안석이다. 변화는 이렇게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것이구나! 안정은 그렇게 습관적인 것이었구나.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다가 베란다에 섰다.


그리고 비로소 보이는 식물들.


'아하! 분갈이를 해야겠다.'


나는 갑자기 도시 농부가 되었다. 소출은 없어도 '소생'은 가능한.

팔손이는 너무 커져서 화분을 키워주고, 테이블 야자는 뿌리가 탈주해서 흙을 아주고, 수국이는 웃자라서 줄기를 자르고 물꽂이를 해주었다. 율마의 누런 잎을 정리하고, 다육이들의 잎을 따서 깔끔하게 정리해 줬다.

어느 사이에 봄이 왔는지, 프리지어 노란 꽃망울이 터질 듯 말 듯하다. 어디 그뿐인가 수는 흰 꽃대를 손톱만큼 올렸고, 항상 꽃다운 꽃기린이의 핑크빛 꽃이 쉬지 않고 피어 있다. 긴기아난이가 향기 가득한 꽃대를 올해도 들고 왔다. 저 숫자만큼 다 피면,베란다는 질식할 듯한 농축 꽃내음에 숨을 못 쉴 것이다. 예쁘고 향기로운 것도 독약이 될 때가 있다. 사랑초는 오늘도 하늘하늘한 나팔꽃 봉오리를 흔들고 있다. 쉬지 않고 이 녀석, 저 녀석 돌보고 났더니 허리가 우직끈하다. 역시 이게 봄이지.

카지노 가입 쿠폰 몸이 기억하는 봄은 이 근육통이 필수적이다.

이제 진짜 3월을 준비할 법하다.

쓸고 닦은 두 평짜리 베란다가 환하게 웃는다.


"그래 이 맛이야!"


습관이 참 무섭다.

쫑긋쫑긋한 선인장 귀도 불룩하니 올라왔다. 곧 꽃이 갸릉갸릉 올라오겠지? 베란다의 수십, 수백, 수천의 생명들이 어우렁더우렁 춤을 춘다.


아~행복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