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동네 책방이 있다.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고 출판사도 대형서점도 버티기 힘든 시대, 그럼에도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책방이다. 과천의 여우책방이다.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겠지만 과천에 살 때는 책은 무조건 여우책방에서 샀다. 책방에서 운영하는 모임과 행사는 즐거움과 배움이 가득했다. 먼 곳으로 이사 온 지금은 SNS로 소식을 듣는다. 부럽고 그립다.
감사한 친구들이 있다. 나와 함께 책을 읽는 독서 모임 - 봄봄의 친구들이다. 봄봄은 책을 보고 나를 본다는 의미이다. 나는 몇 날 며칠을 책을 읽지 않아도 입안에 가시가 돋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친구들 덕분에 책을 알게 되었고 조금이라도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처음 만날 때는 모두 과천에 살았지만 지금은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 온라인으로 만나 책 이야기를 나누고 아주 가끔 특별한 일이 생기면 오프라인에서 모인다. 연말연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이벤트 아니겠는가. 1월 10일 신년회를 했다. 와~ 좋아라.
여우책방에서 책을 10권 샀다. 오롯이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선택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깜짝 선물을 했다. 친구들은 사다리 타기를 해서 책을 뽑았다. 한 명씩 사다리를 탈 때마다 환호성이 터졌다. 요즘 인기가 많다는 소설 <대온실 수리보고서와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당첨자와 상관없이 읽을 순서를 정했다. 순서를 정하면서 또 웃었다. <나의 인생 만사 답사기를 뽑은 친구는 마침 읽고 싶은 책이었다고 한다.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를 받은 친구는 2025년 최고의 책이 될 것 같다고 며칠 뒤에 연락을 했다.
참 좋았다. 좋아하는 책방의 매출에 아주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리라. 책을 선물로 받은 친구들은 즐거워한다. 아~ 이것이 바로 일타쌍피라고 하는 거다. 마당 쓸고 동전 줍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그런 거. 내 기분도 좋으니 일타쌍피가 아니라 일타삼피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