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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Mar 31. 2025

아일랜드판 ‘카지노 가입 쿠폰’들의 이야기

클레어 키건의 <푸른 들판을 걷다를 읽고

요즘 내가 눈물 콧물을 빼며 보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 부상길이라는 남자가 있다. 아이들의 생일은커녕 나이도 모를 정도로 자식들에게 무관심하다. 첫 번째 부인의 아들이 부모가 헤어지면 자신은 새엄마를 따라가겠다고 할 정도다. 가족들에게 자신의 돈으로 (남들은 먹기 힘든) 쌀밥을 먹는다고 유세가 심하다. 입만 열면 ’ 내 돈으로 너희가 어쩌고 저쩌고’ 타령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그는 가족들에게 툭하면 폭력을 행사한다. 그가 주먹을 쓰거나 고압적 태도를 취할 때 쓰는 추임새가 있다. ”학~ 씨“ 그래서 우리들은 그를 카지노 가입 쿠폰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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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키건의 <푸른 들판을 걷다를 읽고 있다. 소설 속에 아일랜드의 학씨 같은 아버지들이 많이 등장한다. 드라마에서 학씨는 1940년대 출생으로 추정된다. 그 또래에서 학씨는 낯설지 않은 존재이다. 물론 학씨처럼 폭력, 무관심, 권위주의, 무례함, 이기심을 다 갖춘 경우는 드물지만 말이다. 그런데 머나먼 유럽의 아일랜드에도 학씨들이 많이 있다니 놀랠 노자다. 하기사 알고 보면 서구의 나라도 여자를 존중하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푸른 들판을 걷다는 7편의 단편 모음집이다. 7개의 작품에는 어린 딸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아버지, 가족들보다 자신의 땅이 최우선인 아버지, 자신이 힘들게 번 돈으로 장미 나무를 샀다고 타박하는 남편, 약혼녀를 두고 바람피우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난봉꾼, 장 보고 공과금을 내어 달라는 아내의 부탁을 듣자마자 아내를 내쫓아버린 남편, 결혼을 약속한 여인을 버리고 사제가 된 사람, 입만 열만 성추행 같은 무례한 발언을 하는 사람 등등 아버지라고 부리고 싶지 않은 아버지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기적이고 때로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 아일랜드판 카지노 가입 쿠폰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맡겨진 소녀와 <이토록 사소한 것들의 작가에 대한 기대감과 수채화 감성이 묻어나는 제목에 이끌려 읽은 작품이다. 원제가 ’Walk the Blue fields’이다. ‘Green’이 아니라 ’Blue’다. 우울한 감성이나 창백하게 질린 상태를 의미하는 ‘푸른’이었구나 싶다. 내가 상상한 ‘푸른 ‘은 새싹이 돋고 나뭇잎이 살랑거리는 거였다. <맡겨진 소녀와 <이토록 사소한 것들는 간결하고 은유가 많아도 작가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느꼈다. 이 작품은 왠지 모르게 ( 나에게는 ) 모호하다. 나는 옮긴이가 말해주지 않았으면 설화인 줄도 몰랐을 텐데, 아일랜드 설화, 주술, 미신 등이 이야기에 차용되어 신비로운 분위기가 연출되었다고 한다.


여자들은 당하고 있지만 않는다. 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해 온 <작별선물의 딸은 아버지의 말을 몰래 판 돈을 들고 집을 떠난다. <퀴큰 나무의 숲의 마가릿은 사제에게 버림받고 아이를 낳았다가 잃지만 끝내는 과거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살아간다. <삼림관리인의 딸에서 마사는 딸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남편 디건에게 자신과 남편의 비밀을 폭로함으로써 동네사람들 앞에서 굴욕감을 준다. 매사 이기적이고 강압적이고 모든 일이 자신의 뜻대로 된다고 믿는 <굴복의 난봉꾼은 약혼녀에게 파혼 통보 편지를 받는다. 아내를 쫓아낸 <검은 말의 남편은 아내를 그리워한다. 그의 아내 근황은 언급되지 않지만 돌아오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것 같다. 제주도의 카지노 가입 쿠폰도 오랜 시간 자립 준비를 해 온 부인에게 이혼당한다.


카지노 가입 쿠폰는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자신의 잘못을 깨우치면서 변한다. 이웃 사람 양관식 아저씨의 공이 크다. 양관식 아저씨처럼 성실하고 다정하고 가족을 존중하고 이웃에게 친절하고 부인과 아이들에게 무한한 사랑과 믿음을 베푸는 좋은 사람을 옆에서 자꾸 보다 보면 거울치료가 되는 거다. 카지노 가입 쿠폰가 조금이나마 변한 덕분에 쓸쓸하던 그의 노년이 덜 외롭다. 변하지 않으면 괴팍하고 이기적이고 못 돼먹은 노인네 옆에 누가 있겠는가. 제주도 카지노 가입 쿠폰처럼 아일랜드 카지노 가입 쿠폰들도 바뀔 것이다. 양관식 아저씨 같은 사람이 그 동네도 분명히 있을 테니까, 아니면 <푸른 들판을 걷다의 인물들을 보며 느끼고 그러다 보면 느리게라도 변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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