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브스턴스를 보고
“으악~ 누구세요? 나야? 아닌 것 같은데. ”
거울을 볼 때마다 흠칫 놀란다. 내가 거울을 보고 있으니 거울 속의 저 노인은 내가 분명한데 납득이 안된다. 어느새 깊게 파이기 시작한 팔자 주름과 얼마 전부터 축축 늘어지기 시작한 불독살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나도 보톡스를 맞고 리프팅 시술이라는 걸 하면 조금 나아지려나? 해? 말아? 평범한 나도 이런데 평생을 예쁜 외모와 카지노 게임을 내세워 삶을 일군 사람들의 상실감은 오죽하랴.
영화 <서브스턴스의 엘리자베스는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명예의 거리에 입성한 대배우였지만 , 지금은 에어로빅쇼의 진행자로 지낸다. 그마저 50살이 되자 ‘어리지도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해고된다. 설상가상으로 해고 통보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교통사고를 당한다. 병원의 간호사로는 엘리자베스에게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소개한다. 한 번의 주사로 젊고 아름다운 몸으로 카지노 게임히 살 수 있다는 약물이다. 젊은 몸으로 7일, 늙은( 50살이 뭐가 늙었다는 건지… 쳇) 몸으로 7일 동안 번갈아 지내는 규칙만 잘 지키면 된다. 갈등하던 엘리자베스는 ‘서브스턴스’를 선택한다.
그렇게 두 몸이 교대로 산다. 엘리자베스는 집안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고 젊은 수(이름을 ‘수’로 정했다.)는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엘리자베스는 예전에는 절대로 하지 않았을 것 같은 요리를 하고 폭식을 하고 소파가 꺼지도록 앉아서 TV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아~ 이런 젠장. 수는 엘리자베스가 했던 쇼를 진행하게 된다. 젊음과 날씬한 몸과 예쁜 얼굴을 앞세워 말이다. 몸은 둘이지만 정신은 하나인데 , 수는 엘리자베스가 받은 수모를 기억하지 못하는가. 자신의 젊음은 카지노 게임할 것이라고 착각하나. 젊음이 카지노 게임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조급한가.
다음 이야기는 뻔하다. 7일의 규칙이 지켜질 리 만무하다. 수는 7일이 지나도 원래 몸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온 세상이 자신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칭송카지노 게임 승승장구하는 상황에서 늙은 몸으로 돌아가고 싶을 리가 없다. 원래 몸이 점점 괴물이 되어가든 말든 상관없다. 결국은 괴상망측한 괴물이 되어 그토록 원하던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무대를 피칠갑을 만들고 자신은 소멸된다. 관객들은 젊음을 부추기고 소비하는, 늙음을 혐오하는 사회 시스템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무리가 찜찜하다. 이 영화의 목적은 젊음에 대한 탐욕으로 자신의 인생을 파괴한 개인에 대한 경고인가? 아니면 사회 시스템을 비판하는 건가? 애매하다. 괴물의 모습이 너무나 강렬하여 관객의 모습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화 중간에도 성상품화 시스템을 방송국 관계자들의 천박한 말과 행동을 통해 은밀히 비꼬지만 카지노 게임와 수의 모습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두 배우의 외양이 강렬한 데다 연기를 굉장히 잘해서이기도 하다. 피칠갑으로 시스템에 경종을 울렸으려나. 피는 싹 씻어내고 수를 대신할 사람을 세워놓고 다시 또 계속 시시덕거리겠지. 반면에 카지노 게임의 삶은 파괴되었다. 영화는 젊음을 욕망한 카지노 게임를 비판하면서 더불어 우리에게도 경고한다. 자연스러운 노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젊음에 광적으로 집착하면 카지노 게임 꼴 난다고. 카지노 게임를 저렇게까지 몰아붙인 시스템은 그대로 두고 말이다.
기분 나쁘다. 비위가 강한 나도 보는 내내 토하고 싶을 정도로 기괴하고 이상하고 피범벅인 영화 장면 때문은 아니다. 결국은 개인 나름이라고? 아카데미 상을 수상할 정도면 외모로만 연기하는 배우가 아닐 텐데, 그런 카지노 게임가 자신의 가치 기준을 오로지 외모와 나이에만 두는 것이 그녀 자신의 문제라고? 과연 그런가. 영화는 볼만했고 메시지도 알아 들었지만 이게 다면 안되는데 하는 마음이 자꾸만 꿈틀거린다.
다시 내 얘기로 돌아온다. 나는 예쁘지 않다. 예쁘다는 소리를 살면서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예쁜 사람으로 살아 본 적이 없어 그런가, 늙음이 앗아가는 미모 상실감이 없다. 하지만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보톡스와 리프팅 같은 시술을 고민할 때도 있지만 그렇게 감추고 늦춰본들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유혹에 빠지지는 않는다. 어디, 노화가 얼굴과 피부로만 오더냐. 노안, 관절염, 백발과 탈모, 소화기능 위축 등등 온몸이 늙어가는 걸 막을 도리가 없다. 어쩌겠나. 카지노 게임 건 절대 없다는 노랫말처럼 변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지 도리가 없다. 처음에 아주 많이 힘들었고 지금도 여전히 힘들고 때로는 서글프다. ‘카지노 게임 건 절대 없다’고 , 거울에 비친 나를 보고 흠칫 놀랄 때마다 주먹 불끈 쥐고 세뇌하듯이 각오를 단단히 해본다. 그러니 주위에서는 나이 들어도 예쁘지 않아도 섹시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 좀 해주라. 큰 힘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