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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Mar 01. 2025

떠오른 기억들

“아니, 그 흉가를 혼자서 가셨단 말이에요?” “예. 그땐 저도 철이 없었죠.” 이어서 한 남성이 자신이 흉가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말하자, 카지노 게임 순간 등골이 오싹함을 느낀다. 그는 유튜브에서 사람들이 자신이 직접 겪은 무서운 이야기를 말하는 영상을 틀어놓은 뒤 그것을 들으며 침대에 누워있다. 우울한 기분을 달래고자 틀어놓은 것인데 생각보다 이야기가 흥미로워서 아까보단 기분이 한결 나아진 상태다. 이윽고 영상이 끝나자 그는 옆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다. 벌써 오후 7시가 지났다. ‘어쩐지 배가 고프더라니.’


그는 왼손에 휴대폰을 든 채 침대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방을 구할 때 옵션으로 있는 기본 침대라 그런지 그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침대스프링이 늘어나고 줄어들며 기괴한 소리를 낸다. 침대 옆에 있는 슬리퍼를 한 짝 신은 채, 왜인지 모르겠지만 문 앞에 뒤집어진 채로 놓여 있던 다른 쪽 슬리퍼도 마저 신는다. 입이 찢어질 듯이 하품을 하며 공부하는 공간 겸 거실로 나오자 책상 위와 책장, 바닥에까지 수북이 쌓인 책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나름 정리를 한 듯 여러 권의 책들이 한 줄로 쌓여는 있지만 잘 정돈되었다고 하기엔 살짝 무리가 있다. '하면 된다', '감정은 사라지고 결과만 남는다' 등 여러 명언들이 적힌 다양한 색깔의 포스트잇이 노트북부터 벽 여기저기에 붙어 있고 바닥에 떨어진 것들도 몇 개 보인다.


몇 걸음이 채 되지 않아 금세 주방 앞에 도착한 그는 문득 발에 뭔가 채이는 느낌이 들어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의 시선에서 약 10cm 정도 떨어진 곳에 노란색 포스트잇이 방구석 쪽에 살짝 구겨진 형태로 떨어져 있다. 허리를 굽혀 오른손으로 포스트잇을 집어 들자 문장 하나가 적혀 있다. '간절히 무언가를 원하면 온 우주가 그것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 그가 시험에 떨어지고 나서 정처 없이 걷던 중 우연히 들어간 중고서점에서 읽었던 책에 나온 문장이다. 카지노 게임 몇 초간 포스트잇에 적힌 문구를 보고 있다가 다시 벽에 붙이려는 듯 팔을 뻗더니 잠깐 멈칫한다. 그러더니 다시 팔을 살짝 거둔 채 집어든 종이를 손바닥에 넣고서 주먹을 꽉 쥐고는 그대로 천천히 팔을 내리며 구겨진 종이를 땅에 떨어뜨리고는 주방으로 들어가 부스럭거리며 저녁거리를 찾는다.





몇 분 후 그는 거실에 앉아 라면을 먹으며 유튜브를 본다. 따로 식탁이 있을 정도로 넓은 공간은 아니라서 밥을 먹을 때마다 침실 옆에 세워둔 접이식 책상 테이블을 가져온다. 처음 그가 서울에 온다고 친구들에게 말했을 때 선물로 받은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딱 1년 정도만 고생하면 꽃길만 걸을 줄 알았는데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연락하는 친구들도 줄어들고, 가족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그나마 자주 연락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대학 동창인 카지노 게임과 희수, 이 두 명이다.


그는 우물거리며 메신저에 자신과 도현, 희수 3명이 있는 단체방에 들어가 도현의 프로필 사진을 본다. 바닷가 앞에서 선글라스를 쓴 채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카지노 게임 자신을 보고 환하게 웃고 있다. 아마 몇 달 전에 갔다던 보라카이일 것이다. 그가 이 사실을 기억하는 건 카지노 게임 여행 내내 단체 메신저방에 사진과 동영상을 계속해서 보내왔기 때문이다. 웬만하면 휴대폰 알림 소리를 켜놓는 영수도 밤낮 내내 울리는 메신저 소리 때문에 진절머리가 나, 카지노 게임 귀국하는 날까지 무음모드로 바꿀 정도였다.


외향적이고 워낙 자신을 잘 드러내는 성격인 데다 집도 잘 사는 편이라 대학교를 다닐 때도 봉사활동이니, 인턴십이니 할 수 있는 건 다 하며 살았던 카지노 게임었다. 대학교 졸업 후에도 하고 싶은 건 다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언젠가 세 명이서 술을 마실 때 처음 건배를 하고 혼자서 소맥 한 잔을 원샷하고는 밝게 웃으며 "나 다음 주부터 출근한다!"라며 갑자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심지어 일반 기업도 아닌,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대기업에 입사한 것이어서 영수는 축하하는 동시에 질투심과 더불어 서운한 마음도 조금 들었다. 아마 카지노 게임 살짝 달라진 것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대놓고 면박을 준 적은 없었지만 묘하게 자신과 희수를 가르치려 드는 식으로 말하곤 했다. 자신은 그렇다 쳐도 심지어 자신보다 1년 정도 일찍 회사 생활을 한 희수에게도 회사 생활에 대해 잘 모른다는 식으로 얘기한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래도 아예 틀린 말을 하진 않기도 하고, 한 번씩 만날 때마다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제법 잘 사주는 편이기에 영수도 불편하게 느끼는 것들을 굳이 다 말하지는 않고 있다.






곧이어 영수는 희수의 프로필 사진을 본다. 자신의 사진이 한가득인 카지노 게임에 비해, 희수는 오히려 자기 사진이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뒷모습이나 옆모습이 찍힌 사진들 뿐이다. 지금은 푸른 하늘과 나무들이 함께 찍힌 사진이 보인다. 영수는 희수를 생각하자 마음이 살짝 편해진다. 카지노 게임에 비해 자기 자랑이 적은 편인 데다 적당히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면도 있다. 특출 난 건 없지만 무엇이든 적당히 잘한다는 게 영수가 생각하는 희수의 가장 큰 장점이다.


대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친구들 중에서 영수를 가장 많이 챙겨준 것도 카지노 게임였다. 이력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할 때도, 몇 번의 면접 후 합격하지 못해 좌절했을 때도, 서울에 올라와 외롭고 쓸쓸할 때 먼저 연락을 하고 손을 내밀어 준 것도 그였다. 카지노 게임가 일하는 곳도 영수가 사는 곳과 도보로 20분 정도라 평일에 카지노 게임가 퇴근하고 나면 종종 둘이서 만나 밥을 먹거나 카페를 가기도 했다.


그 순간 밖에서 매우 높은 톤으로 날카롭게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카지노 게임 깜짝 놀라 하마터면 입에 물고 있던 라면이 코로 넘어갈 뻔해 컥컥거린다. 겨우 진정시킨 후 입으로 욕설을 중얼거리며 자신이 들었던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집중한다. 잠시 후 다시 한번 소리가 들리고 그제야 카지노 게임 무슨 소리인지 알아챈다. 길고양이들의 영역 다툼 소리였다. 2~3분 정도가 지나자 한 마리가 꼬리를 내리고 사라졌는지 금세 아까와 같이 고요해진다. 조용해진 것에 만족하며 다시 영수가 라면을 먹으려고 할 때, 그의 머릿속에 하나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대학교 때 세 명이서 술을 마신 뒤 희수의 자취방으로 이동해 2차를 하려고 할 때였다. 술에 취한 도현을 자신과 희수가 양쪽에서 팔을 잡고 걸어가는데, 갑자기 카지노 게임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인마, 뭐 해? 빨리 가자." 영수의 물음에 카지노 게임 어눌한 발음으로 말했다. "지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나?" "아이씨, 무슨 소리야. 피곤하니까 얼른 가자고." "아니야. 내가 분명히 들었는데." 짜증 난 영수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도현은 자신을 붙든 두 명에게 벗어나 휘청거리며 골목 여기저기를 뒤지고 있었다. 그러더니 잠시 후 카지노 게임 외쳤다. "야, 이리로 와바."


소리친 카지노 게임 쪽으로 간 영수와 희수는 그가 말한 소리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발견한다. 그것은 아주 작은 새끼 고양이였다. 족히 그 자리에 몇 달은 방치된 것 같은 먼지로 뒤덮인 환풍기 아래에, 성인 남자 손바닥 크기만 한 검은색 고양이가 몸을 바들바들 떨며 카지노 게임을 향해 울고 있었다. 하지만 그 울음소리는 너무나 작고 약했다. 세 명이 고양이를 보며 집중하고 있어도 들릴락 말락할 정도로 힘이 없었다.


"엄마한테 버려진 건가?" 영수는 어찌할 줄 몰라 가만히 서 있었고 도현은 휴대폰을 힘겹게 꺼내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하려는 듯했다. "너 뭐 해?" 영수의 물음에 도현은 여전히 혀가 꼬인 상태로 대답했다. "119에 신고해야지." 도현이 버튼을 누르려고 할 때 뒤에서 가만히 서 있던 희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그만해." 평소와는 너무 다른 희수의 목소리에 영수는 물론, 술에 취한 도현까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불빛이 없어 실루엣만 보이는 희수가 평소와는 조금 달라 보였다.


"그냥 놔두고 빨리 집에 가자." 차가운 희수의 말에 카지노 게임 말했다. "그래도 이대로 두면 죽을 거 아냐. 넌 얘가 불쌍하지도 않냐?" 도현의 말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희수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했다. "불쌍하면 뭐? 네가 끝까지 책임질 수 있어? 쟤 데리고 가서 네가 키울 거야?" 영수는 그때 처음으로카지노 게임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말을 끝으로 희수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혼자 자신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희수가 몇 발자국 정도 걸어가자 카지노 게임도 엉거주춤하게 일어나더니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는 비틀거리며 희수를 따라 걸어갔다. 영수는 여전히 약하게 울고 있는 고양이와 멀어져 가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번갈아보며 망설이다 결국 친구들을 따라갔다.






그날 이후 카지노 게임 며칠 동안 고양이가 숨을 헐떡거리는 모습과 처음 보는 냉정한 희수의 태도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때 왜 그랬는지 묻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잊고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기억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어쩌면 자신은 희수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카지노 게임보다 희수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더 많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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