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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Mar 08. 2025

같아질 수 없다


저녁을 다 먹고 나서 카지노 쿠폰 곧바로 설거지를 시작한다. 그가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전과 가장 달라진 것이라고 한다면 '부지런해졌다는 것'이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땐 다 먹은 그릇을 싱크대에 넣어두기만 하면 끝이었는데, 이젠 자신이 하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그릇들이 쌓여만 간다. 한여름에 귀찮다는 이유로 설거지를 3일 정도 하지 않았을 때 주방에서 검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돈벌레를 보고 기겁한 뒤로, 적어도 설거지만큼은 미루지 않고 바로 하려고 한다. 설거지를 마친 후 여기저기 튄 물기들을 행주로 대충 쓱 닦아내고 물기를 짜낸 뒤 싱크대 한 면에 펼쳐 놓는다. 나름대로 깨끗한 싱크대를 보니 아까보다 기분이 좀 나아짐을 느끼며 그는 뒤를 돌아 냉장고를 연다. 냉장고 문을 닫는 그의 한 손엔 커피가 하나 들려져 있다. 이제 그가 해야 할 일을 다시 할 시간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주방에서 책상까진 끽해야 몇 걸음이지만 그는 할 수 있는 최대한 천천히 걸어간다. 그래봐야 몇 초 정도 차이일 뿐, 마침내 그는 목표 지점에 도착해 의자에 털썩 앉는다. 앉자마자 정면에 보이는 책들과 노트들이 눈에 들어오니 아까 먹었던 라면이 다시 올라올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짜증과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그는 아까 냉장고에서 꺼냈던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켠다. 커피의 달콤한 맛이 그의 도파민을 자극한다. 지금 이 행복이 사라지기 전에 카지노 쿠폰 서둘러 펜을 집어 들고 책을 펼친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는 조심스레 뒤집어놓은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는 시간을 확인한다. 오후 8시 47분. 이제 겨우 30분이 지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시험을 친 날 저녁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하려고 마음먹은 자신이 대견스럽다는 마음도 조금 든다. 물론 공부한 시간이 길진 않지만, 그래도 30분이라도 했다는 게 대단한 것 아니겠는가. '어떤 사람은 3일 내내 놀았다고 하던데' 아까 공부를 할 때와는 전혀 다른 속도로 그는 유튜브를 켠 뒤, 알고리즘에 어떤 영상들이 있는지 살핀다.



오후 857분. 10분이 지나고 나서 그의 모습은 아까와 사뭇 달라 보인다. 펼쳐져 있던 책들은 어느샌가 책장에 꽂혀 있고 대신 그 자리엔 뜯어진 과자 한 봉지가 있다. 의자에 눕다시피 한 상태로 양다리를 꼬아 책상 모서리에 걸쳐놓은 채, 한 손엔 과자를 들고 한 손으론 스마트폰을 잡고 유튜브를 보고 있다. 카지노 쿠폰 아까 밥을 먹기 전 보던 영상을 다시 보는 중이다. 곧이어 영상에선 흉가체험을 갔던 당사자의 소름 끼치는 경험담이 흘러나오고 그것을 듣는 카지노 쿠폰 자신도 모르게 다시 한번 닭살이 돋는 걸 느낀다. 그때 스마트폰 상단에 알림 하나가 보인다. 도현이다.



카지노 쿠폰 알림바를 살짝 내려 그가 보낸 메신저가 어떤 내용인지 확인한다. '얘들아 나 저번에 주식 투자한 거 올라서 돈 벌었음. 맛있는 거 먹으러 갈래?' 또 시작이다. 도현의 성격상 분명 맛있는 음식을 사줄 테지만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이상해진다. 마치 도현이 연예인이라면 자신과 희수는 그 연예인만을 위한 방청객이 된 느낌이다. 사회적으로 승자이며 우위에 있음을 느끼기 위해, 자신보다 낮은 사람을 곁에 두는 것. 그것도 모르고 도현이 밥을 사줄 때마다 좋다고 나가서 얻어먹었던 자신이 멍청할 정도로 순진했던 건 아닐까.






그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또다시 메신저가 온다. 이번엔 희수다. '오 축하한다. 주식도 했었나 보네' 희수의 메신저가 온 지 몇 초 되지 않아 바로 새로운 알림이 뜬다. '그래 인마. 요즘 같은 세상에 월급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들지. 너도 부업 같은 거 한번 알아봐.' 카지노 쿠폰 자신도 모르게 코웃음이 나온다. '이 새끼야. 네가 먹고살기 힘들다고 말하면 나 같은 사람은 뭐냐' 도현도 도현이지만 그는 희수에게도 짜증이 난다. 저 자식은 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걸까. 희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이런 상황이 있을 때마다 정작 일도 하지 않는 자신이 도현에게 무어라 말을 하기도 곤란했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카지노 쿠폰 갑자기 이 모든 상황에 화가 난다.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도현에게, 모욕적인 말을 듣고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희수에게, 이 모든 상황에 항상 방관자가 될 수밖에 없는 자신에게도. 그래서 그는 오랜만에 큰 결심을 하기로 한다. 그들 셋이 크게 다르지 않았던 대학교 시절로 돌아가기로. 영수가 빠르게 손가락을 놀리더니 잠시 후 단체방에 새로운 메시지가 보인다. '인마, 축하한다. 네가 말 안 해도 희수도 알아서 잘하겠지. 그럼 언제 모일래?' 호기롭게 보냈지만 살짝 초조한 마음이 든다. 아까보다 도현의 답장이 느리다는 생각을 할 때, 새 메시지가 보인다. '영수야 고맙다. 오늘 시험은 잘 쳤음?'



순간 카지노 쿠폰 아까 불합격임을 알았을 때보다 더욱 무너져내리는 기분을 느낀다. 아, 이 자식은 내가 오늘 시험 친 줄 알고 있었구나. 자신의 말에 화를 내는 것까진 바라지도 않았다. 적어도 대꾸 정도는 해줄 줄 알았는데 이 한 마디로 카지노 쿠폰 자신과 도현의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부업을 논하기 전 본업조차 없는 별 볼 일 없는 자신의 처지를. 그와 동시에 그는 속에서 분노가 들끓는다. 적어도 친구라면 이런 상황에서도 할 말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단체방에 영수가 보낸 메시지가 뜬다. '그럼. 올해는 합격해야지. 부업도 뭐 할지 미리 생각해 둠' 띵동. '아 그래? 좋지 좋지 ㅋㅋ 근데 부업은 뭐 하려고?' 띵동. '나 유튜버 ㅋㅋ 예전부터 생각해 뒀었던 거였거든' 띵동. '오 유튜버~ 근데 그거 알지? 요즘 유튜브 레드오션인 거' 띵동. '레드오션인 게 중요한가 ㅋㅋㅋ 그렇게 따지면 주식도 레드오션 아님?' 띵동. '그치그치 ㅋㅋ 아무튼 유튜브 만들면 말해라. 구독해 줄게~' 띵동. '그래 ㅋㅋ 너도 열심히 하고 조만간 보자'



카지노 쿠폰 스마트폰을 꽉 쥔 채 집어던지고 싶은 마음을 가까스로 누르고서 일그러진 표정으로 도현의 메시지를 잘근잘근 씹듯이 읽는다. 그리고선 먹고 있던 과자와 커피를 옆으로 치우더니 책상 아래 놓아둔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낸다. 밤이 깊어질수록 건물에 있는 불이 하나둘씩 꺼지는 동안, 유독 하나의 방만이 불이 꺼질 줄을 모른다. 다음날이 되었을 때 근방에 사는 누군가는 새벽에 어떤 사람의 욕설을, 또 다른 사람은 분노에 찬 고함을 들었다고 말하지만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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