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언어: 선물
프랑스의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는 <증여론에서
“선물은 단순한 물건의 이동이 아닌, 인간관계를 매개하는 사회적 계약”이라 했다.
선물은 마음의 부피를 감싸는 포장지다.
어떤 문화는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마음을 접어 넣고,
어떤 문화는 유머와 이야기로 그 마음을 풀어헤친다.
한국인들은 선물을 준비할 때 ‘받는 이가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의 ‘쓸모’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실용성과 적절함, 그리고 체면을 두루 고려한다.
선물은 관계를 유지하는 매개이며, 때로는 품격과 배려를
드러내는 섬세한 언어이다.
추석 등 명절이면 고급 과일 상자나 한우 선물 세트가 오가는 풍경이 익숙하다. 이런 문화는 해외에서도 이어져, 미국의
한인 마트에서도 한국 스타일의 과일 상자나 고기 세트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선물은 카지노 게임들의 눈에는 다소 낯설고
당황스러울 수 있다.
‘내가 고기를 못 살 처지로 보이나?’
‘과일을 이렇게 포장까지 해서 주다니?’
카지노 게임들은 선물의 의도를 파악하고자 애쓰게 된다.
그들에게 선물은 실용보다 순간의 감정, 즉 웃음이나 놀람을 끌어내는 데 더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카지노 게임 드라마 슈트(SUITS)에서 변호사 루이스 리트는 부하 변호사의 아내가 출산하자, 자신의 이름을 큼직하게 새긴
신생아복을 선물한다.
카지노 게임이라면, 상사가 갓 태어난 아기의 옷에 자기 이름을
새겨 선물한다는 발상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들은 깔깔 웃으며 그 선물을 받아들인다.
‘상사의 이름을 단 아기 옷’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설정조차
하나의 유쾌한 농담이 된다.
영국 왕실을 다룬 드라마 왕관(The Crown) 에도
크리스마스에 당시 원예에 몰두했던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고무장갑을 선물하는 장면이 나온다.
고무장갑이 품은 위트와 상황에 대한 절묘한 센스는
‘쓸모없음’조차 재미로 승화되는 것을 보여준다.
진지함보다 삶을 가볍고 즐겁게 살아내려는 서구 문화의
일면을 드러낸다.
모두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담고 있다.
한국인은 선물을 통해 상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 하고, 미국인은 선물을 통해 함께 웃고 추억을 만들려 한다.
‘진지한 한국인’과 ‘장난기 많은 카지노 게임’.
마음의 형태로 표현된 선물.
실용으로 마음을 감싼 카지노 게임.
농담으로 마음을 포장한 카지노 게임.
문화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을 사랑하고,
다른 언어로 감사를 말한다. 그러나
선물이 향하는 곳은 관계라는 지점이다.
크기와 형태에 상관없이 ‘네가 내 마음속에 있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단어, 선물.
오늘은 누구를 위해 준비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