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무료 카지노 게임 이야기-2
소설
'잘못 들었나?'
길무료 카지노 게임은 흔들거리는 동공으로 주위를 재빠르게 훑어본다. 아무도 없다. 아랫집 싸움도 잠시 소강상태인지 한 밤의 스산한 바람 소리만 들린다. 길무료 카지노 게임은 소주병에 남은 소주를 마저 들이켰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분명 어디서 들어본 목소린데... 그 웃음소리... 누구지? 누구야 도대체?'
기억해 내려 애를 써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길무료 카지노 게임은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오늘따라 감정이 주체가 되지 않는다. 좀 전까지는 아랫집 부부 싸움 소리 때문에 정신이 없더니, 지금은 정체 모를 목소리 때문에 미칠 것 같다. 길무료 카지노 게임은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며 숨을 몰아쉬었다. 등을 웅크리고 두 무릎 사이에 머리를 묻었다. 그때였다.
'오랜만이야'
".... 누.. 누구야?"
'나 기억 안 나? 이거 섭섭한데? 네가 나를 잊지 못하고 기다릴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
"내가? 너를? 아니야~ 난 친구가 없는데? 난 지금껏 친구라고는 한 명도 없었어... 그런데 내가 너를 기다릴 거라고 생각했다니 이게 무슨 말이야? 네가 누군데?"
'나야 너의 가장 친한 친구지. 기억해 봐. 기억날 거야. 네가 힘들 때마다 도와주고, 네 편이 되어주었잖아.'
"... 아! 기억나. 이름이 뭐였더라? 덕재였던가? 맞지? 하하하~~ 기억난다. 덕재야, 어디 갔다 왔어? 기다렸잖아."
'이름이야 뭐~ 아무튼 그래, 나 덕재야. 야! 그런데 넌 항상 네가 힘들 때마다 나를 찾더라?'
"그래그래, 맞아. 내가 좀 그랬지. 미안해. 내가 힘들 때마다 너를 찾았지. 너는 내가 힘들 때마다 나를 찾아와 주었지. 기억나~ 다 기억나."
길무료 카지노 게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길무료 카지노 게임은 얼른 부엌으로 가 소주잔을 한 개 들고 와서 덕재에게 따라주고 자신도 한 잔 따랐다.
"야~~ 하하하 이게 얼마 만이야? 반갑다, 한잔하자. 하하하~~ 이렇게 앉아있으니 옛날 생각이 나네."
'옛날 생각? 언제를 이야기하는 거야? 너 중학교 때 학교 뒷산에서 집단 구타당했을 때? 아님 일진들 술 담배 갔다 바친다고 편의점 도둑질한 기억? 그것도 아니면 주말 동안 학교 화장실에 갇혔던 기억 말하나? 그것도 아니면....'
덕재의 말을 듣는 길무료 카지노 게임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예전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왜소하고 소심한 탓에 습관적으로 남의 눈치를 보는 길무료 카지노 게임은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집단 따돌림의 대상이 되었다. 같은 반 일진 무리들은 길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욕을 하고 때리는 일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밥 먹고 있는 식판을 엎었고, 체육복을 찢어놓았다. 그들은 재미있는 놀이라고 생각했고 쳐다보면 재수가 없기 때문에 맞아야 한다고 했다. 아무도 길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반항을 했다간 두 배 세배로 구타를 당했고, 손으로 맞을 것을 몽둥이로 맞아야 했다. 이유 없는 폭력에 해답은 존재하지 않았다. 길무료 카지노 게임은 시간이 갈수록 지쳤고, 땅만 쳐다보며 걷던 몸뚱이는 굽어졌다. 집에서도 사고 치고 다니는 양아치취급을 받았다. 기댈 곳이 없었던 길무료 카지노 게임은 울며 밤을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렇게 살아서 뭐 하냐, 그래 까짓것 나 죽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여관으로 끌려가 팬티만 입은 채 일진 놈들에게 구타를 당했던 날, 길무료 카지노 게임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커터 칼로 손목을 그었다. 날카로운 칼날이 스치는 감각에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죽지 않았다. 사실 죽을 용기도 없었다. 결국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감정이 북받친 길무료 카지노 게임은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쓰러졌다. 아득해지는 순간에 길무료 카지노 게임은 중얼거렸다. 누가 나 좀 구해달라고... 진짜 이러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고... 죽기 싫다고... 그리던 어느 날 길무료 카지노 게임 앞에 덕재가 나타났다.
덕재가 나타나고 길무료 카지노 게임은 달라졌다. 덕재는 그를 늪에서 구해주었다. 해결 방법은 간단했다. 덕재는 이 상황을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길무료 카지노 게임의 손에 커터 칼을 쥐여주었다.
'내가 옆에 있을 거야. 겁먹지 말고, 그 자식이 혼자일 때를 기다려. 그때까지는 맞아도 참아야 해. 알지? 원래 그런 거야. 기회를 보는 거지.'
길무료 카지노 게임은 덕재가 알려주는 대로 했다. 뺨을 맞고 발로 차이고 발가벗고 벌을 서는 순간에도 덕재는 길무료 카지노 게임의 눈을 보며 '잘 참고 있어. 조금만 더 기다려. 곧 때가 올 거야.'라고 했다. 그리고 마침 때가 왔다. 길무료 카지노 게임은 자신의 손목을 긋기 위해 들었던 커터 칼로 반 아이들의 폭력을 부추기는 일진 두목을 찔렀다. 처음엔 겁이 났는데 뿜어 나오는 붉은 피를 보자 카타르시스가 몰려왔다. 컥컥거리는 놈의 불안한 눈동자를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멈출 수가 없었다. 길무료 카지노 게임은 고함을 지르며 찌르고 또 찔렀다. 죽음의 문턱을 가까스로 넘지 않았던 일진 두목은 그날 이후로 자신을 못 본 체 했다. 길무료 카지노 게임의 승리였다.
그날 이후로 길무료 카지노 게임이 폭력에 죽고 싶어질 때마다 덕재가 나타났다. 덕재는 길무료 카지노 게임의 마음을 이해해 주었고, 해결 방법을 알려주었다. 덕재가 알려준 데로 하면 길무료 카지노 게임은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방법이 옳은지 그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길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행하는 폭력도 옳은 것은 아니었으므로, 도덕이라든지 정의라든지 하는 것들은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덕재와 친해질수록 오히려 자신이 폭력에 물들어갔고, 사회생활은 힘들어졌다. 자연히 먹고살 길이 막막해졌다. 계속 이렇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 길무료 카지노 게임은 선택해야 했다. 덕재에게 이제 예전의 상황은 없다고, 이번에 취직한 공장은 그럭저럭 지낼만하고 나를 열받게 하는 인간들도 없으니 이제 조용히 살고 싶다고. 그러니 우리 당분간 만나지 말자고 했다.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덕재는 너의 결정이 이해가 안 되지만, 일단 알겠다고 했다. 하지만 곧 다시 자신을 찾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 이후로 덕재를 다시 만나는 일은 없었다. 길무료 카지노 게임의 기억에서 덕재는 서서히 잊혔다. 그리고 오늘 길무료 카지노 게임은 덕재를 다시 만났다.
잠귀가 밝은 경비 할아버지는 오늘 밤도 길무료 카지노 게임의 오토바이 소리에 눈을 떴다.
"무료 카지노 게임 씨, 퇴근하는 길인가? 허허 이 양반, 또 술을 사 가는 구만. 저녁마다 술 마시면 속 다 버리네."
경비실 작은 창문으로 고개를 내민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한다.
"아 네~~ 많이 안 마십니다. 하하~~"
"그렇지, 암, 그래야지. 올라가 보게. 기온이 내려가서 밤이 되면 땅이 얼어버리니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고... 여긴 경사가 심해서 넘어지면 답도 없어. 알지?"
길무료 카지노 게임은 그럼 이만이라는 고갯짓을 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평상에 선아가 희망이를 안고 있었다. 오늘도 101호에서 부부 싸움을 하는 건가. 길무료 카지노 게임은 안타까운 마음에 한숨을 쉬며 선아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검정 롱패딩을 입은 선아는 맨발이었다. 머리는 헝클어져있었고 얼굴은 붉었다. 울음을 참는 선아 옆에서 희망이가 낑낑거리며 선아의 얼굴을 핥고 있었다. 길무료 카지노 게임은 선아의 눈물을 핥는 희망이의 혀를 쳐다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와장창~ 살림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술 사 오라는 소리와 철썩 때리는 소리와 악 거리는 비명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길무료 카지노 게임의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희망이가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컹컹~하고 짖었다. 문 여는 소리가 들리고 복도에 불이 들어오고 선아 아빠가 비틀비틀 걸어 나왔다. 손에 구겨진 만 원을 들고 선아와 같은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맨발로 슬리퍼를 끌었다. 먹잇감을 찾는 붉은 눈은 선아를 발견하곤 달려들어 머리채를 쥐어흔들었다.
"야, 너도 나를 우습게 알지? 이게 오냐오냐했더니 내가 아빠로 안 보이냐? 에미나 딸년이나 하나같이 도끼눈을 하고 사람을 무시하고 말이야. 어? 어딜 째려봐."
철썩하는 소리가 들렸다. 두 번, 세 번... 발버둥 치던 선아가 뒤로 자빠졌다. 희망이가 선아 아빠에게 컹컹 소리를 내고 침을 질질 흘리며 달려들었다. 선아 아빠는 슬리퍼를 신은 맨발로 희망이를 찼다. 희망이가 두 바퀴를 구르더니 낑낑거리며 절뚝거렸다. 꼬리가 다리 안으로 말렸다. 높고 날카로운 소리들이 길무료 카지노 게임의 머리와 심장에 바늘처럼 박혔다. 과거 몽둥이찜질을 당하던 기억이 떠올라 몸이 굳었다. 어느새 뒤에 선 경비 할아버지가 길무료 카지노 게임을 향해 좀 말려보라며 발을 구르고, 손가락질을 했다. 길무료 카지노 게임도 마음은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자신을 째려보는 선아 아빠의 눈을 보면 얼음처럼 등이 굽어버렸다.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
"선아 아빠! 뭐 하는 짓이야! 선아한테 왜 이래? 미쳤어?"
선아의 비명 소리에 눈물로 범벅이 된 선아 엄마가 뛰쳐나왔다. 붉은 눈의 선아 아빠는 선아 대신 엄마의 머리채를 잡았다.
"그래, 미쳤다, 어쩔래?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네가 나를 평소에 인간 취급도 안 하고 미친놈 취급하니까 딸년도 저 모양인 거야. 나만 보면 죽일 듯이 째려본다니까. 이런 빌어먹을 집구석에서 내가 살 수 있겠어? 그리고 너! 뭐? 이혼? 내가 호락호락하게 보내줄 것 같아? 죽을 때까지 따라다닐 거라고. 알아?"
선아 아빠는 건물 밖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온몸이 흐물거렸지만 만 원을 쥔 손만은 굳건했다. 선아 아빠가 시아에서 사라지자 선아와 엄마는 서로를 의지하며 몸을 일으켰다.
"선아야, 괜찮아? 네 아빠 술 사 오면 또 난리 칠 텐데 오늘은 좀 숨어있어. 혹시 어디 잘 데 없니? 흑흑~ 진짜 너만 아니면 죽고 싶다!"
"내가 왜 나가? 엄마가 왜 죽어?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어? 저 인간이 죽어야지! 술 처먹고 사람 패는 저 인간이 죽어야지 엄마가 왜 죽어? 아빠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제발 어디 가서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엉엉~~~"
경직된 몸이 풀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길무료 카지노 게임의 귀에 선아의 '제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말이 맴돌았다. 선아도 자신처럼 고통에서 구해줄 구원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