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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 Mar 27. 2025

표정은 과거로 돌릴 수 있다

수필

아침, 나갈 채비를 하기 위해 거울을 보는 나는 화장품을 바르며 연신 얼굴을 때린다. 그러면 뭐가 좀 달라지는 것인가? 어제 보았던 예전 얼굴로 돌아가는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깐 멍해졌다. 거울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얼굴 하나하나 뜯어가며 쳐다볼수록 한숨만 나온다. 그냥 이대로 있을 수는 없는 것일까? 자연스럽게 나이 든다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저녁 큰딸과 1시간 넘게 통화를 했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요즘 바쁘지는 않은지, 언제 한번 내려올 시간이 되는지를 물었다. 평범한 일상이 공유된 뒤, 그래~ 그럼이라고 전화를 끊을 운을 슬쩍 띄울 때쯤 갑자기 웃으며 사진 한 장을 보내주었다. 통화하면서 스마트폰 갤러리에 예전 사진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포동포동 살이 오른 얼굴에 검은 테가 있는 안경을 쓴 초등학교 때 사진이었다.

"이때는 진짜 통통했네. 얼굴도 까무잡잡한 게 진짜 동남아 사람 같다~"

"왜~~ 뭐가. 귀엽기만 하구먼. 이건 남해 놀러 갔을 때네."

카지노 게임 추천 보니 그때 기억이 났다. 막내가 태어나기 전 남해 원예예술촌으로 봄 여행을 갔었다. 카페에 앉아 카메라를 보고 웃는 아이의 모습이 예뻐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큰딸은 연달아 카지노 게임 추천 보냈다.

"엄마, 이건 어디 갔던 카지노 게임 추천이야? 이때는?"

그렇게 사진들이 오고 갔다. 사진을 볼 때마다 기분이 새로웠다. 아이들은 촌스럽다면서 깔깔거렸는데, 반대로 나는 예전 사진을 볼 때마다 젊고 생기 있는 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낯선 느낌이 들었다.

"엄마 예전 카지노 게임 추천 예쁘다."

"언니~ 지금도 예뻐, 그렇지 엄마?"

"뭐래? 12시가 다 됐다. 내일 출근해야 되는데 이제 진짜 끊자. 잘 자."

대충 고맙다는 말로 마무리했고, 그렇게 긴 통화는 나머지 카지노 게임 추천들을 한꺼번에 주고받으며 끝이 났다.


아이들은 예전 사진을 촌스럽게 생각했고, 나는 예전 사진에서 젊은 시절의 나를 발견했다. 아이들은 어렸을 때는 귀엽고 지금도 여전히 귀엽고 예쁘다. 반면, 나는 그때는 자신감이 있었고, 표정도 다채로웠지만 지금은 사진을 잘 찍지도 표정을 여러 개 짓지도 않는다. 스마트폰 갤러리에 최근 사진들을 보니 대부분이 책 사진과 풍경과 음식 사진들이다. 그나마 독서모임을 하면서 찍은 단체 사진이 있을 뿐이다. 나는 어느 순간 얼굴을 드러내지 않게 되었다. 뭔가 두려운 것을 보고 싶지 않은 심리도 작용한 듯하다. 그나마 지금은 용기를 내서 얼굴을 천천히 훑어보기라도 하지, 이제 더 나이가 들어 머리가 세고 어쩌지 못하는 주름들이 얼굴에 가로, 세로로 깊은 골을 만들면 그땐 어떤 용기로 얼굴을 보게 될까? 그 주름까지, 나이 듦까지 사랑하면서 내 얼굴을 바라볼 수 있을까? 순간 자신이 없어진 거울 속 내 얼굴엔 어두운 그림자가 비쳤다.


한가한 오전, 카페에 앉아 그날 주고받았던 카지노 게임 추천들을 꺼내본다. 시댁 식구까지 함께 진주 수영장에 갔던 카지노 게임 추천, 처음으로 제주도 여행을 갔던 카지노 게임 추천, 벚나무를 살짝 잡고 웃는 아이의 졸업카지노 게임 추천, 카메라를 의식하지 못하고 찡그린 카지노 게임 추천과 서로의 배에 다리를 올리고 자는 카지노 게임 추천들이다. 카지노 게임 추천이 그날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밀물처럼 밀고 온다. 그리고 한껏 밀려온 기억은 허탈함과 씁쓸함을 남기고 다시 썰물이 되어 빠져나간다. 이런 느낌이 드는 까닭이 뭘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다른 카지노 게임 추천과 달리 내 카지노 게임 추천에는 넉넉한 인심을 내어주지 못하고, 다른 그림 찾기처럼 잘못된 부분을 찾는 내 시선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진의 역할이라는 것이 기록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인간의 뇌가 하는 망각으로부터 잊히고 싶지 않은 감정의 저장이지 않을까. 그러면 나는 잘 저장했고 카지노 게임 추천 보면서 망각했던 행복한 추억을 다시 소환했다. 그러면 된 것 아닌가? 거기에 무슨 비교가 필요할까. 힘껏 펼친 브이 모양의 손가락이 다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나는 분명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추억의 한 페이지에 자연스러운 내가 계속 남겨질 수 있으면 좋겠다. 매일 보는 거울 속 내 얼굴이 나이 들어가더라도 생기 있었으면 좋겠다. 얼굴은 과거로 돌릴 순 없지만 표정은 과거로 돌릴 수 있다. 또다시 몇 년이 지나 지금의 사진을 꺼내 보았을 때 이때가 행복했었다고 느낄 수 있게 표정은 연습해야겠다. 거울 앞에 서서 웃는 표정을 지어본다. 그동안 근육이 굳은 것인지 올라간 입꼬리가 살짝 떨린다. 그래도 애써 밝은 표정을 연습해 본다. 거울 속 내가 나를 보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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