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버스 안은 갈등으로 냉각된 분위기가 계속되었다.
경찰관 기동대의 올해 상반기 정기 인사가 한 달 넘게 늦어지고 있다. 경찰은 일 년에 두 차례 인사이동이 있다. 상반기는 2월 초에 있고 하반기는 7월에 있다. 매년 그랬다. 그런데 올해는 시위가 많아지면서 인사 발령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서울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은 인사가 끝났다. 서울만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발령이 났어야 하지만 아직도 경찰관 기동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집회, 시위를 관리하면서 업무적으로 오는 스트레스도 있지만 인사가 늦어지면서 심리적 압박감이 요즘은 더 크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문제로도 갈등과 다툼이 있곤 한다. 거기에 시기와 질투도 있다. 어느 직장이나 조직 내 갈등은 있다. 사람사는 경찰 버스 안도 그렇다. 그렇지만 경찰 버스에서의 갈등 원인은 업무의 특성상 일반 직장인과는 차이가 있다.
나는 조직 내 갈등을 좋아하지 않는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유독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피할 수만 있으면 피하고 싶다. 그렇다고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 그냥 넘어가는 스타일은 아니다.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될 수 있으면 어느 정도의 노력과 희생은 감수해햐 한다는 주의다.
현재 나는 팀장의 직책을 맡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팀과의 공적인 이해관계 마찰부터 사적인 갈등도 있다. 나는 표면적으로는 갈등의 중심에 서는 걸 싫어한다고 말하지만 뜻하지 않게 그 중심에 서곤 한다. 가장 큰 이유는 불합리하고 소극적인 업무 처리에 대해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가끔은 모른 척 눈감고 넘겨야 할 문제도 앞장서 나설 때가 있다. 그러지 않으려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실천을 못 한다. 성격이 그렇다. 그런 걸 보면 아직 많이 부족한게 분명하다.
경찰 버스 안에서 갈등의 원인과 유형은 다양하다. 그리고 시기와 질투까지 더해지면서 깊은 상처를 남기는 일도 있다. 집회, 시위 현장에서 기본적인 근무는 상황에 따라 대부분 팀별로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어떤 팀은 계속해서 쉬운 근무를 하거나 짧게 근무가 끝나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사실 지나고 따져보면 대등소이하다. 그런데 ‘왜 우리 팀만 피해를 봐’라는 생각이 든다. 그 과정에서 팀 간에 크고 작은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나는 직장 내 구성원 간의 관계에서 매우 단순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나도 너한테 피해를 안 줄 테니 너도 나한테 피해를 주지 마!’라는 식이다. 물론 팀원들에게는 쉽지 않다. 어떨 때는 팀원을 대신해 나서야 할 때도 있고 팀원이 잘못했을 때 함께 책임을 져야 할 때도 있다. 그것은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 일 듯싶다. 그런데 공무원, 특히 경찰관은 조금 다르다. 형사적인 문제와 민사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전에부터 ‘공무원은 각자 책임’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개인에게 따라오는 책임이 크다.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갈등이 생기면 바로 해결하기보다는 한동안 문제를 접어둔다. 외면하는 것이다. 그리고 갈등이 생긴 사람과는 업무적으로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최대한 말을 하지 않는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라는 것을 믿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결코 좋은 방법은 아니다. 그리고 충분히 멘탈이 강해야 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직장 내에서 어느 정도의 연륜과 위치가 되어야 가능할지도 모른다. 솔직히 나는 지금도 같은 경찰 버스에 타고 있지만 그렇게 거리를 두는 사람이 있다. 하루 종일 경찰 버스 안에서 생활하지만 어쩔 수 없다. 더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게 결국 상대에게 피해도 안 주고 나 또한 피해를 보지 않는 길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개인은 물론이고 팀 간에도 크고 작은 갈등은 항상 있다.
경찰관 기동대에서만 있는 업무적 갈등도 카지노 게임 추천.
경찰관 업무는 대부분 감정 노동이 많다. 특히나 경찰관 기동대는 그렇다. 집회, 시위 현장에서 불법적인 집회는 많지 않다. 대부분이 예방적인 차원에서 제지하는 경우다. 어떤 행동을 하지 말라는 식이다. 그 과정에서 경찰관들은 시위 참가자로부터 불쾌한 언행이나 욕설을 듣곤한다. 그걸 현장에서 듣고 기분 좋을 사람은 없다. 근무가 끝나고 경찰 버스로 돌아와 대기와 휴게를 하는 동안 근무중 있었던 일들이 떠오른다. 모두 잊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다. 나도 그렇다. 그러다 보면 화도 나고 솔직히 속으론 욕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옆에 동료가 작은 실수만 해도 화살은 동료에게 향한다. 그러다 결국 갈등이 생기고 버스 안 공기도 싸늘해진다. 물론 나도 그런 적이 있다. 그리고 드는 생각은 ‘왜 여기서 화풀이를 하지’라며 깜짝 놀라 미안해한다.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언제 그랬냐는 듯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래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최소한의 선을 서로 간에 지키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되어 서로에게 피해가 간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대 간의 갈등 또한 어쩔 수 없다. 후배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꼰대 선배가 있고 선배로서는 버릇없는 후배가 있다. 나도 어느덧 꼰대가 되고 있다. 아무리 최신 유행하는 신조어를, OTT를 보면서 외운다고 한들 다 이해할 수는 없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세대 간 갈등 요인은 있다.
팀원들과 커피를 마시다 호칭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후배는 선배에게 말을 편하게 하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나는 후배에게 먼저 말을 편하게 하라고 못 한다고 했다. 내가 먼저 후배에게 말을 편하게 하라고 말하면 후배가 생각할 때 ‘선배가 얼마나 함부로 대하려고 편하게 하라는 거지’라고 생각할까 봐 쉽게 말을 못 한다고 했다. 후배는 생각이 달랐다. 후배 처지에서는 선배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그 결정권은 선배에게 있는 것이니 선배가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리는게 맞다는 것이다. 나와는 정반대의 의견이었다. 그걸로 한참 이야기하다 결국 ‘케바케(case by case)’로 끝이 났다. 어찌 됐든 경찰 버스 안에도 분명 세대 간 갈등은 존재한다.
최근 경찰관 기동대는 여느 때보다 업무량이 많이 늘었다. 그렇다고 근무 자체가 힘든 것은 아니다. 단지 한번 시위 현장에 출동하면 최소 10시간은 기본이라는게 문제다. 이전에는 오후 7시 전후면 퇴근 할 수 있었다. 요즘은 저녁 10시도 빠른 편이다. 그만큼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대기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갈등도 그만큼 늘어났다.
기동대는 기본적으로 야간 당직이 있다. 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아침 8시까지가 근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밤을 새운 다음 날 아침에는 예민해진다. 몸은 천근만근이고 엄청 피곤하다. 그러므로 서로 조심할 수밖에 없다. 버스 안에서 옆 사람과 대화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화장실을 가려고 나갈 때도 옆에 있는 동료에게 피해를 줄까 봐 신경을 쓴다. 그만큼 서로 조심한다. 당직한 다음 날 아침 사무실로 복귀하는 시간은 경찰 버스 안이 살얼음판이다. ‘누구든 시비를 걸면 화를 내겠다’라는 식이다. 그래서 더욱 서로 조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갈등이 생기곤 한다. 어쩔 수 없다. 최소한 그때만큼은 고의가 아니었다는 것을 지나고 알기 때문이다.
‘나라님도 없을 땐 욕을 한다’라는 말이 있다. 더 부정적으로 말하면 ‘뒷담화’다. 나는 결코 뒷담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 글은 읽는 사람 중에는 분명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이 잘 안다. 가급적 칭찬도 그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는 자제하는 편이다. 그만큼 누군가에 대해 뒤에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뒤에서 몇몇이 여론을 만들고 흔히 말하는 정치질을 하는 사람들이다. 사실인 것처럼 포장하고 사실은 과장한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경찰 버스에서도 그런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경찰 버스 안이 다른 경찰 부서와 다르게 갈등이 심한 것은 아니다. 사실 어느 직장이나 차이는 있겠지만 그들만의 갈등 요인은 각각의 다른 이유로 있을 것이다. 그런 갈등이 여기도 있을 뿐이다. 그래도 큰 문제 없이 잘 지내는 이유는 ‘인정하는 것’ 때문이다. 세대가 다르고 지금 상황이 다르고 문제를 키워 좋을 게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참아가면서 서로를 인정하고 있어 조직이 유지되는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갈등의 요인들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오늘도 경찰 버스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오늘만큼은 내가 조금 더 양보하자는 뻔한 다짐으로 지금 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