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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카지노 게임 야수들

우리는 진정 정신적 독립을 했는가



맞아. 나는 죽는 것쯤은 상관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자네처럼 우리의 저항이 모두 헛되다고 보진 않아. 자네가 지금 우리에게 주는 도움은 진정 말로 다할 수 없는 감사의 마음카지노 게임 받고 있네. 하지만 나는,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하는 운동의 목적은 그저 멸종을 피하려는 게 아니라 정의로운 일을 하는 거야. 우리가 서로를 설득할 수 없는 평행선상카지노 게임 계속 되돌아오고 있다는 거 알겠나?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를 결정하는 것은 진정카지노 게임 논리의 영역 밖에 있어. 내 행동 방식을 이해해 주리라 기대하지는 않겠네. 나는 그저 내 영혼이 시키는 걸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겠지.




복잡한 감정과 함께 웅장한 울림이 있는 대하소설이었다. 때론 촘촘한 감정들이 모여 긴장감으로 가슴을 아프게 하다가 어느 순간 빠르게 흩어지는 이야기들로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 이야기 줄기들이 어찌나 역동적이던지 책장을 덮은 후에도 얼떨결에 사고를 당한 사람처럼 잔상이 다. 인간의 삶을 이처럼 거대한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호흡할 수 있도록 구성한 작가의 능력에 내내 감탄하며 읽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은 2024년 톨스토이 문학상을 수상한 한국계 미국인 작가 김주혜 씨의 기념비적인 데뷔작이다.



'작은 카지노 게임 야수들'이란 제목은 일본인 장교가 한국에 대해 말하는 대목에서 인용된 것이지만, 저자는 독립을 응원하는 호랑이의 영적인 힘을 상징한다고 서두에 말하고 있다. 전 국민이 월드컵 때 '붉은 악마'로 똘똘 뭉쳐 축구응원을 하는 은유적 의미와 상통할 것이다.



우리 민족의 마음속 질서에는 경술국치를 기점으로 독립이라는 하나의 기치旗幟가 있었다. 일부 매국과 독재를 추종하는 세력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했다. 특히 이 소설의 중심 사건인 3월 1일, 미대사관 앞에서 1차 세계 대전 이후 윌슨대통령의 '민족자결원칙'을 거론하며 수많은 국민들이 비폭력 만세운동을 벌였지만 일본군인의 총칼에 무너진 사건이 그려질 땐 너무나 끔찍하게 묘사되어 읽기가 힘들었다.



약간의 픽션을 가미한 소설이지만 분명 독립운동 자금을 댄 기생들이 있었다. 소설에서도 주인공 옥희의 양어머니인 '단이'는 기생들을 연합해 독립자금을 물심양면(한 달 수입의 1/3)으로 대었고 만세운동 때는 앞줄에 서서 일본군의 총칼에 맞서다 큰 상처를 입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만세운동의 배후에는 단이의 연인 독립 운동가인 '명보'와 친일파 사업가 '성수'의 도움이 숨어 있다. 해방 이후 이 둘의 사이는 이념갈등으로 공산주의와 민족주의로 갈리게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 기생 '옥희'는 독립운동가도 반공주의 사상자도 매국노도 아닌 거대한 역사적 소용돌이 속의 주변인물로 나온다. 그렇다면 왜 소설의 주인공인가.



그녀는 주변인물이지만 이 거대하고 격동적인 역사를 마주하면서 깨지고 사라져 간 수많은 군중을 대신해서 소설을 이끌고 있다. 시대를 끌어안고 살아남은 사람만이 사라진 사람들의 순수함을 판단할 권한이 있다면 나는 '옥희'가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먹고살기도 버거워 기생으로 입적하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예인이 되었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영화배우가 된다. 공산주의 독립운동가의 수제자이자 거지 왕초출신인 '정호'의 사랑을 끝내 친구이상으로 대하지 않으며 거절하지만 마음 아파하고, 인력거를 몰지만 맑은 눈동자의 고학생 '한철'을 뒷바라지하며 사랑한다.하지만 그의성공 기생이라는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버림받는 불행한 여자로 나온다.



게다가 양어머니 '단이'와 '정호'의 죽음, 절친의 이별을 감내하지 못하고 그녀는 끝내 제주도로 피신하듯 떠나게 된다. 많은 시간의 치유 뒤에 그녀는 파도와 하늘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고인생의 보석인 '전복 속의 진주'를우연히발견하며삶의 진리를 깨닫는다. 살을 뚫고 나오는 진주는 살아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고통과 삶의 성찰이 아닐까 싶다.



그녀는 기생이라는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직업적으로 일을 하되 자신의 순수한 사랑을 지키려고 노력했고 무례한 행동에 대해서는 기생의 신분과 어울리지 않게 단호한 성격이었다. 또한 옥희는 식민지배하에서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일본군인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특히 작가가 의도적으로 일시정지하듯 조명하고 있는 일본인 장교 '야마다 겐조'의 시선은 눈여겨 읽을 가치가 있다. 그는 일본장교로써 자유로운 성향의 소유자로 한국인을 한 인간으로서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것은 이해를 넘어 다가설 수 없는 경외감이라고 볼 수 있겠다.



폭설로 고립되어 호랑이의 위협에서 꼼짝할 수 없을 때 위기에서 구해준 '정호'의 아버지의 행동이나 기생임에도 꼿꼿한 품위를 놓지 않으려는 옥희의 발견이다. (그는 정호아버지 남경수에게 '은제담뱃갑'을 선물로 주고, 이 담뱃갑은 정호를 후에 위기에서 구해주는 서사적 매개물로 역할을 하게 된다.)



기생 옥희를 중심으로 3.1 운동 시발점서부터 박정희 독재정권이 들어섰던 시기까지 숨 가쁘게 펼쳐놓은 소설이다. 압축된 시간의 소설을 덮으며 나는 숨겨져 있는 양심과 투쟁의 역사가 아리게 느껴졌다. 죽음 앞에서 인간은 언제나 악착같은 미련을 보이고 고통을 선택한다. 그럼에도 죽음을 선택하거나사라진 역사 속 인물을 토대로 숨겨진 이야기가 탄생된다. 이 소설은 그런 이야기다.



윤석열 탄핵정국인 작금의 현실을 마주하며읽어서인가, 분노의 아린 감정이 깊은 곳에서 올라온다.

우리는 진정 정신적 독립을 했는가. 묻고 싶다.




<검은 카지노 게임 야수들 / 김주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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