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일영은 창백한 알몸으로침대에 누워서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가느다란 담배에서 가느다랗게 피워 오르는 창백한 연기는 허공을 지나 호텔방의천장에 가닿아 서둘러 으스러졌다. 창백하게 질린 유일한 여백에 담배연기가 퍼져나갔다. 잔혹하고도 정확한 조준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는 유독한 독극물처럼.
<아저씨는 왜 결혼을 안 해요? 결혼해서 애도 낳고 평범하게 사는 건 별로예요?
일영의 선홍빛 입술사이로 뻔한 도식이 흘러나왔다.
<열등한 유전자를 누구에게 물려주기 싫으니까.
<평생을 같이 할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리고 축복받는 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식이잖아요. 살면서 그런 거 한 번쯤 해볼 만한 거 같은데.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대한 환상은 갖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왜죠?
카지노 게임 사이트 호텔창문 너머로 보이는 다른 고층호텔을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높은 호텔 꼭대기에 첫날밤을 보낼 근사한 방이 있어.애석하게도 엘리베이터는 고장이 나버린 거야. 할 수 없이 걸어서 올라가야 돼. 신랑은 신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에 신부를 등에 업고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해. 근사한 첫날밤을 상상하면서 말이지. 하지만 올라갈수록 숨이 차오르고 땀으로 턱시도는 모두 젖어버리고아니나 다를까. 신부는 젖은 솜처럼 한없이 무겁게 느껴지지. 점점 화가 치밀어 오른 신랑은 신부에게 온갖 짜증을 내. 스스로가 자초한 일을 결국 남 탓을 하게 되는 거야. 그런 게 결혼이라고. 어때. 이해할 수 있겠어?
<신부는 왜 신랑의 등에서 내려오려 하지 않았을까요?
<자신을 학대하겠다는데 도리가 없잖아.
<사람들은 왜 제대로 된 판단을 못하고제정신으로 살지 못할까요?
<모두 다 미쳤으니까.
일영과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불을 뒤집어쓰고 그 이불이 찢어질 정도로 크게 웃었다. 포근한 이불속이 텁텁한 담배냄새와 홍소哄笑의 파열음으로 가득 메워졌다. 일영은 자신은 결혼을 안 할 거지만 결혼식장에는 가보고 싶다고 했다.그녀는 신랑과 신부에게 냉소적인 시선과 조소嘲笑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카지노 게임 사이트 휴대전화로가까운 웨딩홀을 검색했다.
<나 같은 여자랑 카지노 게임 사이트 살고 싶어 하겠어요. 그런데 결혼식 하는 모습은 보고 싶어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나 빼고 모두 행복해 보여서 질투 때문에 욕해주고 싶은 마음. 늬들이 얼마나 잘 살 거 같아라는 저주를 퍼붓고 싶은 마음. 아는 사람에게는 미안하니까. 모르는 사람에게 하려구요.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일영을 바라보며 심상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네가 가장 정상이야.
<아저씨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미친 사람이에요.
우리는 모르는 사람의 결혼식장에 가서 각자 오만 원의 축의금을 내고 식권을 받았다. 일영은 봉투를 작게 찢은 다음 무언가를 메모해서 축의금 봉투에 동봉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가끔은 서로의 등에서 내려오라는 문구였다. 오월의 신부는 꽤 아름다웠고 키가 큰 신랑은 왠지 게이처럼 보였다. 악덕과 저주를 퍼붓겠다는 엄포와는 달리 일영의 얼굴은 오월의 신부를 부러워하고 있었다. 가질 수 없는 행복이라 상상만으로도 좋았던 그 낭만이 이제 일영의 손 끝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일영의 눈빛에서 상실을 읽어냈다. 신랑이 직접 피아노를 치며 축가를 부를 때 우리는 그곳을빠져나왔다. 일영은 웨딩홀 앞에서 식권을 찢어버리고 그 종이에 불을 붙인 다음 그 불로 담배를 피웠다. 종이가 탄 매캐한 연기가 한동안 담배연기를 지배했다.
<우리 이제 그만 만나요.
일영의 음성에서 물기가 묻어났다. 빨간 틴트가 묻은 담배가 땅바닥에 무심하게 떨어졌다. 반쯤 타버린 담배에서는 여전히 연기가 피워 오르고 있었다. 연기는 허공 어딘가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녀는 화창한 봄날 대낮의 햇살을 받으며 아득해 보이는 길의 소실점 속으로 영원히 사라지고 있었다.
8.
친구 J의 사고소식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약간의 죄책감도 가질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현장에 없었고 그날 그의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이었다. 일영과 모르는 사람의 결혼식을 갈 때 J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내 목소리를 듣고 흔연한 어조로 물었다.
<오늘 칵테일 슈가 한 잔 어떤가.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 말이야.
<아쉽지만 어쩔 수 없군. 라운지에서 쓸쓸해 보이는 사람을 꼬실 수밖에.
<미안하군.
<아니야. 미안할 거 없네. 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 거니까.
<이제 일탈은 그만하는 게 어떤가. 여전히 불안한가.
<하. 모르겠어. 아무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신선한 공기가 희박한 느낌이야. 산 정상에 오르면 기쁠 줄 알았는데. 막상 올라와보니. 외롭고. 위태로움만 느껴져. 내려가고 싶지만 그게 잘 안돼. 과욕인지도 모르지. 누군가 끌어내려주기만을 기다리는 것만 같아.
<좀 더 기다리면 익숙해질 거야.
<그랬으면 좋겠군.
J와 나는 다음을 기약했다. 며칠 뒤 J의 아내에게서 그의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실감할 수 있었다. 한 동안 그를 시달리게 한 그 무엇이 사라졌음을. 이제는 괴로움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았음을. 그가 오랫동안 머무를 한스러운 낙원에 도착했음을. 병원에 도착해서 그의 아내를 먼저 만났을 때 그녀는 얼마나 울었는지 탈진해 있었다. 병실문이 열리는 소리에 창밖을 보고 있던 J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와 눈이 마주친 J가 한껏 미소 지었다. 래미네이트로 표백된 그의 치아는 여전히 새하얗게 빛났다. 그 아래로 보이는 그의 두 다리는 무릎 밑으로 모두 절단된 채 붕대로 감겨있었다. J는 내 예상대로 편안해 보였다. 병실벽에 걸려있는 대형화면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자숙하고 있던 남자 배우가 음주상태로 전동 킥보드를 운행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앵커는 교통사고 현장에서 40대 장 모씨가 중상을 입고 입원 중이라는 소식을 덧붙였다. 나는 짧아진 두 다리를 한 동안 바라보다 J에게 물었다.
<이제 불안에서 벗어났나.
<이제야 좀 살 거 같군.
<낙원에 도착한 기분이 어떤가.
<공기가 신선해.
나와 J는 소리 내어 웃었다. 메마른 웃음소리가 허공에서 퍼석하게부서졌다. 눈시울이 붉어진 J가 물었다.
<이제 높은 곳에 갈 일은 없겠지?
<다시 내려와야 한다면 수고스럽게 올라갈 필요도 없지 않은가.
<우리가 한 번만 살아서 다행이야. 이 미친 지랄을 다시 할 수는 없거든.
J와 카지노 게임 사이트 목에서 피비린내가 날 때까지 웃었다. 병실을 나와 복도로 나왔을 때 다섯 살배기 그의 아들 녀석이 울먹거리면서 나에게 말했다.
<아빠 다리가 없어졌어요. 아빠는 이제 걸을 수가 없어요.
<없어진 게 아니야. 천사가 잠깐 빌려간 거야. 그 대신 아빠에게 다른 걸 내어 주었어.
<그게 뭔데요.
<천국으로 가는 티켓. 이제 아빠는 너를 그곳으로 데려갈 거란다.
다섯 살 아이는 날개 달린 천사처럼 복도를 이리저리 뛰기 시작했다. 황금빛 햇살에 노랗게 물들여진 병원 복도가 발할라의 궁전처럼 보였다.
스산하게 이슬비가 내리는 어둠을 뚫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J와 함께가던 한강공원에 갔다.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한 모금 마셨다. 근처 숲에서는 더 이상 새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전동 킥보드를 타고 도로로 접어들었다. 이슬비가 온몸을 적셨다. 부서진 가드레일을 지나치자갓길 옆으로 굉음을 내는 차량들이 빠르게 스쳐갔다. 섬뜩하게 파여있는 포트홀을 밟고 나서야 축축하고 차가운 아스팔트에 누울 수 있었다. 굉음을 내는 차량들은 여전히 내 옆을 아찔하게 스쳐갔다. 어둠을 스치는 이슬비 소리가 탁한 가랑비 소리로 변주될 무렵 어딘가에서 새가 우는소리가 들려왔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눈을 감은 채로 중얼거렸다.
<씨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