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카지노 쿠폰를 거세시켰나 #1
1.
샤워를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욕실 안을 가득 메웠던 수증기는 여전히 중력을 타고 욕실 벽을 흘러내리는 비누거품이 경악을 할 정도로 그 자취를 감추고야 말았다. 욕실의 환풍시설은 내 살갗에 머물다 간 뜨겁고 습한 수증기를 이내 다른 공간으로 데리고 가버렸다. 거울에 비친 내 눈시울은 연인과 비극적인 이별을 한 사람처럼 붉게 물었지만 그것은 촌각을 다투어 내 혈관을 통해 술기운이 퍼져 나갔기 때문이었다. 나는 일류 호텔의 환풍시설에 대해, 대한민국 건축업계가 가진 전문성과 기술발전에 대해 감탄하면서 내 발끝에 쪼그려 앉아 있는 일영을 내려다보았다. 나는 알몸인 상태였고 일영도 샤워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호텔에 비치된 거대한 하얀색 타월을 머리에 두르고 그것과 동일한 원단의 로브를 입고 있었다. 로브 사이로 헤프게 드러난 카지노 쿠폰 창백하고 탐스러운 허벅지에서 물기를 머금은 광채가 보이고 있었다. 신선한 육체가 뿜어내는 눈부신 빛과 몸에 빠르게 퍼져나가는 술기운 덕분에 나는 현기증이 나듯이 눈앞이 하얘지고 발 밑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이내 내가 선 채로 약간 비틀거리자 일영이 자세를 바로잡고 쪼그려 앉은 채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하얀 얼굴에 하얀 타월로 흠뻑 젖은 갈색 머리칼을 감싸고 있는 카지노 쿠폰 모습은 스탕달을 혼절케 만든 베아트리체 첸치 같았다. 나는 눈을 감고 지금 이곳이 피렌체의 산타크로체 성당이라고 상상했다.
<스탕달이 된 기분이군.
<적과 흑의 스탕달이요?
<응. 마치 피렌체에 온 것 같은 기분이야. 너는 어린애가 그런 구닥다리 소설을 어떻게 알고 카지노 쿠폰 거야?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이 존잘이었거든요. 그 선생님을 짝사랑은 아니고 한번 침대에서 같이 뒹굴었으면 카지노 쿠폰 상상을 해 본 적이 있어요.
<그 선생님이랑 결국에는 잤니?
<아니요. 돈 많은 학부형이랑 눈이 맞아서 밀회를 즐기는 걸 학생에게 들켰어요. 그리고는 그 남편에게 두드려 맞고 쫓겨났죠.
<적과 흑의 결말이 아니라서 상심이 컸겠어.
<그 존잘 선생님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깝긴 했지만. 뭐. 어쩌겠어요. 스스로가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은 걸. 자기 학대는 상대방이 어찌할 수 카지노 쿠폰 도리가 없잖아요.
<왜 우리는 자신을 학대할까?
<모두 다 미쳤으니까요.
카지노 쿠폰 손은 대화를 하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손에 쥐어진 미용가위의 은빛칼날이 내 생식기 주변에 무성하게 자라있는 터럭들을 거침없이 베어냈다. 뿌리를 잃은 검은 터럭들은 짧은 허공을 너풀너풀 내려와 하얀 욕실바닥에서 축 쳐진 채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 한 곳을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는 카지노 쿠폰 모습은 초현실주의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오로지 그녀의 피사체가 되어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볼 뿐이다. 인간이란 한 곳에 몰두할 때가 가장 아름답고 고귀해 보이지 않는가. 그것이 진화의 허물을 벗어던지는 일이라 해도. 카지노 쿠폰 메마르고 차가운 손이 딱딱하고 뜨겁게 굳어버린 내 그곳을 스쳐갔다. 그곳은 발가벗겨진 채 침묵으로 카지노 쿠폰 얼굴을 당당히 노려보고 있었다. 경직된 검붉은 침묵은 선홍빛 카지노 쿠폰 입술에 의해서 유연해지기 시작했다.
<다 됐어요.
<자유로워진 기분이야.
카지노 쿠폰 손이 거쳐간 내 국부는 어느새 고개를 숙인 채 겸손하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카지노 쿠폰은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한 비밀요원처럼 자리에서 일어서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미관상이 아닌 위생상으로라도 거기 털은 정리해 주는 게 좋아요. 비록 아저씨 위생이 아니라 상대방의 위생을 위한 것이긴 하지만. 상대방의 입 속이 털 때문에 버석거리는 건 아저씨도 원치 않잖아요.
<배려는 언제나 자유를 속박하지. 자유를 얻기가 이렇게 힘든가.
<인생이란 원래 다 그렇잖아요. 힘든 게 디폴트.
일영은 어느새 침대에 앉아 머리를 감았던 타월로 머리에 물기를 닦아내고 있었다. 고개를 모로 한 뒤 젖은머리칼을 부산스럽게 쓰다듬던 일영이 호기심에 부푼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아저씨는 언제 가장 자유로워요?
<이런 말 이해할 수 있겠어? 남자들은 여자를 발가벗겨서 안고 있을 때에 비로소 그 여자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거든.
<남자들은 다 똑같아.
카지노 쿠폰 입에서 새어 나온 웃음은 다행히도 일류 호텔의 환풍시설에 빨려 들어가지 않고 술기운과 함께 내 몸을 조금 더 나른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오후의 나른함이 주는 아득함과 몽롱함을 껴안고 침대에 누워 그녀가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가 껴안을 수 있는 것이 그녀가 아닌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면서. 안타까워하는 나의 표정을 읽었는지 일영은 다시 침대로 다가와 나에게 물었다.
<뒤로 할래요? 베개 젖는 게 싫어서.
나는 괜찮다고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배웅해 주었다. 그녀는 정신없이 흔들리는 네온으로 둘러싸인 도시의 어딘가로 몸을 숨기러 떠났다. 그리고 몸을 숨긴 대가로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치 일당보다는 훨씬 많은 돈을 쥐고 그녀의 보금자리로 돌아갈 것이었다. 나는 침대에 누워서 하얀 허공을 바라보았다. 일영이 떠나고 호텔방에는 여전히 카지노 쿠폰 웃음소리가 서성거렸다. 소리는 모습보다 질긴 모양이다.
2.
카지노 쿠폰을 처음 만난 건 일 년전이다. 자살을 기도하는 모임이라는 이름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일영을 만났다. 그곳은 각자의 여러 가지 이유로 생을 마감하려는 이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였는데 생에 미련이 없는 사람들이 작성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그곳 게시판은 유머스러운 글들로 가득했다. 특히 소쩍새는 밤에 울지 않는다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의 글이 많았는데 닉네임의 주인공이 일영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그 커뮤니티에 가입하게 된 것은 순전히 지루해서였다. 40대의 따분하고 지루한 삶. 간간히 일탈을 꿈꾸지만 손에 쥐고 있는 것이 많은 탓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만 하는 삶. 돌아갈 자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지만 그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이중성에 가끔 혼란스러운 삶. 육체는 늙었지만 내면은 아직도 성장기 소년이라 자신을 억압해야만 하는 삶. 어느 날 그런 삶에서 비상구 하나쯤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다. 지루한 삶을 마감하기 위해 가입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왠지 그곳에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순수한 재미들이 도사리고 있을 것만 같은 순진한 예감이 내 등을 떠민 것이다. 무미건조한 따분함이 지독하게 내 몸을 결박하고 있던 어느 날 게시판에는 동반자살을 원하는 파티원 모집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이상하게도 그들이 자살 따위는 절대 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 작성자는 소쩍새는 밤에 울지 않는다라는 닉네임이었고 나는 그 파티원 모집에 신청서를 작성했다. 정해진 장소로 떠나는 길이 왠지 여행처럼 느껴졌다. 나는 주차장에서 캠핑용으로 장만한 검은색 왜건을 몰고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여름의 문턱에서 스산하게 내리는 가랑비가 소심하게 열린 차창 사이로 틈입했다. 팔뚝에 맺힌 물방울들이 냉랭한 에어컨 바람을 만나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 나는 파티장이 지정해 준 장소로 이동하기 위하여 수도권의 어느 톨게이트를 지나치고 있었고 아내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아내는 딸과 장모님을 모시고 동남아의 어느 휴양지에서 한가롭게 휴가를 즐기고 있었는데 먼 곳에 떨어져 있지만 바로 옆에서 대화하는 것처럼 일상적인 대화들이 오갔다. 아내의 마지막 말은 너무나도 상투적인 문장인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이었다. 나 역시 상투적인 말로 대답했고 상투적인 속도로 상투적인 직선의 도로를 타며 상투적으로 운전을 했다. 전화를 끊고 상투성에 대해 생각했다. 어쩌면 인생을 길고 입체감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끝까지 버리지 못할 상투성 때문이라고. 열심히 달려 도착한 곳은 댐 근처에 위치한 어느 수몰 지역이었다. 차를 세운 곳은 낮은 지대 때문에발아래에서 강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었고 비에 젖은 땅은 지반이 무너질 것처럼 터무니없이 물렁거렸다. 해가 꽤나 긴 초여름이었지만 비 오는 저녁이라서 하늘은 금세 어둑해졌다. 그곳에는 미리 도착한 세 사람이 승합차에 타고 있었다. 번호판은 허넘버였다. 두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 나는 내 차에서 내려 그들과 동승했다. 조수석에 놓인 검은 비닐에는 여섯 병의 소주와 번개탄이 들어있었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닉네임을 주고받았고 소쩍새는 밤에 울지 않는다라는 닉네임의 소유자가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본명이 일영이라는 것도. 그때까지도 내 예감은 변하지 않았다. 그들이 생을 내려놓지 못할 거라는 것을. 비가 섞이고 있는 강물소리가 흡사 죽음을 알리는 것 같았지만 이 차 안으로 침입하지는 못하리라는 것을. 이제 와서 밝히지만 아마도 그곳에 모인 네 사람 모두가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죽음의 모서리에는 예고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존재한다라고. 인간이 예고할 수 있는 거라곤 저녁 식사의 메뉴정도 일거라고. 우리는 각자 소주 한 병씩을 들고 말없이 안주도 없이 병째로 들이켰다. 여섯 병의 소주가 모두 비워질 때까지 번개탄에 손을 대는 사람은 없었다. 라디오에서는 스팅의 프레질이 흘러나왔다. 하우 프레질 위 아 하우 프레질 위 아.. 노래의 끝에 남자 두 명이 연기처럼 조용히 일어나 차문을 열고 나가서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그날 그들이 강물에 몸을 던지거나 카지노 쿠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음 날 그곳에는 세워져 있던 승합차가 사라졌고 뉴스에서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으니까. 정해진 시간 내에 렌터카를 반납하지 않으면 초과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계약이 손수 그어놓은 사선에서 그들을 밀어냈다는 사실에 다음날 실소만 터져 나왔다. 두 명의 남자가 떠나고 난 뒤 라디오에서는 현 대통령이 탄핵되었다는 뉴스와 함께 우리나라가 올림픽의 어느 종목에서 수년만에 금메달을 땄다는 뉴스를 전했다. 카지노 쿠폰 초록색 빈 병을 암암히 바라보고 있는 그녀에게 말했다.
<세상이 바뀐 것 같은데 다시 한번 살아보면 어때요?
<오늘 같은 날에는 축배를 들어야 카지노 쿠폰데. 술이 모자라네요.
카지노 쿠폰 내 차 트렁크에서 반쯤 먹다 남긴 위스키를 꺼내왔다. 우리는 위스키를 몽땅 마셔버리고 뇌수가 탈수될 때까지 섹스를 했다. 그리고는 내 차 안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이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