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친구 J가 만나자고 한 것은 그가 가족들과 유럽여행을 다녀온 지 일주일 뒤가 지나서였다. 그는 부유한 처갓집 덕분에 그의 장인이 운영하는 중소규모의 공구회사의 임원으로 재임하고 있었다. 장인은 곧 은퇴를 할 예정이었고 회사는 외동딸의 사위인 J가 맡을 예정이었다. 그는 후계자로서 경영에 관한 수업을 들을 필요까지는 없었다. 회사는 그의 장인이 수십 년간 기반을 잘 닦아놓은 덕분에 아무런 무리 없이 운영되고 있었다. 그는 든든한 뒷배를 타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그의 일상은 메워야 하는 균열이라던가 닦아내야 하는 불행의 먼지 따위는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안정된 삶이었다. 하지만 J는 가끔 술에 취하면 자신의 삶이 너무나 안정돼서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안정의 적막함이 그의 불안 요소였다. J의 주변인들은 그런 J를 보며 배부른 소리 그만하라며 타박했지만 나는 그런 J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J는 자신의 심정을 이해하려는 나와의 만남을 즐거워했다. 카지노 쿠폰 술에 취하면 약간의 배덕감을 동반하는 행위들을 함으로써 일탈이 주는 짜릿함을 만들어 냈는데 그런 행위들은 우리에게 상상 이상의 도파민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서서히 거기에 중독되어 갔다. 카지노 쿠폰 한강공원에 자주 가는 편의점이 있었는데 화창한 대낮에 간이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것이 그날의 소소한 일탈의 시작이었다. 나보다 일찍 도착한 J는 오월의 싱싱한 햇살을 맞으며 간이 테이블에 앉아 한강을 바라보며 캔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내가 자리에 앉자 그는 비닐봉지에서 캔맥주를 하나 꺼내서 내 앞으로 밀었다. 맥주는 막 냉장고에서 꺼낸 것처럼 차가운 기운이 배어 나왔다.
<시원한 넥오일 한번 맛보라고.
<넥오일?
<빅토리아 시대 때 영국인들은 맥주를 넥오일이라고 불렀다고 하더군.
<이번 여행에서 얻은 게 그것뿐이야?
<아쉽게도 그런 셈이지.
J는 캔맥주를 입가로 가져가면서 말카지노 쿠폰. J의 앞으로 세 명의 형광 옷을 입은 러너들이 지나갔다. 방향 잃은 호흡이 그들을 따라다녔다.
<지리멸렬하군.
<40대의 삶이 원래 다 그런 거 아니겠어?
검지로 맥주를 따면서 내가 말카지노 쿠폰. 맥주캔이 피식 소리를 내면서 비웃었다.
<이봐. 롤리객이라는 소리 카지노 쿠폰봤어?
<롤리객?
<마지막 여행지가 영국이었는데 말이야. 타워 브리지가 보이는 템스강에서 아내와 딸의 사진을 찍어주는 데 뒤에서 카지노 쿠폰를 보고 영국인들이 중얼거리더군. 롤리객. 롤리객이라면서.
<처음 카지노 쿠폰보는데, 그 롤리객이 뭘 뜻하는 거야?
<빅토리아 시대 때 떠돌이 건달들을 칭할 때 썼던 말이더군. 정확한 의미는 계속 미루면서 시간을 낭비하거나 꾸물거리는 것이라고 카지노 쿠폰데 그 말을 듣자니 나 자신이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거야. 근데 말이야. 이상하게도 그 말을 듣고 나서 더욱 시간을 낭비하고 싶어져. 그런 거 알 수 있겠어?
<자네 다운 생각이군.
J는 치근이 보일 정도로 웃고서는 작은 쇼핑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선물일세.
그 안에는 영어로 쓴 시 같은 것이 적혀있는 두꺼운 종이가 카지노 쿠폰있었다.
<성 프란체스코의 기도야. 마지막 문구가 인상적이지. 카지노 쿠폰 줌으로써 받고, 나를 잊음으로써 나를 찾으며, 용서함으로써 용서받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J의 배려는 늘 이런 식이다. 서로서로 모른 척하기. 정작 물어야 할 것은 절대로 묻지 않는 것. 친절이 부재중인 배려. 그것은 배려를 가장한 농락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의 본심은 아무도 모르지만. J는 다 마신 맥주캔을 한 손으로 찌그린 다음에 새로운 맥주캔을 집어 들었다.
<얼마 전에 장인이 주식을 사라더군. 조만간 폭등할 거라면서 말이야. 알고 보니 부도나기 일보직전인 회사인데 그전에 위에서 한탕해 먹으려고 한 거지. 나중에 카지노 쿠폰보니 장인의 친구의 회사였어. 결국 나는 또 앉아서 돈을 벌었는데 희한하게 모멸감이 카지노 쿠폰. 남들은 손쉽게 돈을 번 걸 부러워하는데 말이야.
<하루키의 소설 같군.
<아, 아. 그 뭐지 태양의 남쪽이었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마지막에 주인공이 어떻게 되더라?
<첫사랑과 하룻밤 보내고는 아내에게 이혼당할 뻔 하지.
<아내에게 들켰나?
<아니. 자신이 실토해.
<이런. 그 작자는 스스로를 파멸로 모는 인간군상을 그렸구먼.
<원래 인간들은 다 그렇잖아. 멀쩡한 걸 부수고 같은 걸 다시 세우고. 한심한 족속들이지.
<이봐. 한심한 족속들끼리 넥오일이나 한 잔 하면서 롤리객을 함께 하자구.
<지리멸렬하군.
<롤리객을 함께할 사람이 있다니. 참. 든든하네. 카지노 쿠폰가 한 번만 살아서 다행이야.
<왜?
<왜냐면. 나는 이 미친 지랄을 다시 할 수는 없거든.
J와 나는 한강이 떠나갈 정도로 크게 웃었다. 카지노 쿠폰의 웃음소리가 러너들의 방향 잃은 호흡을 단숨에 삼켜버렸다.
4.
J는 자신이 즐겨 찾는 라운지에 나를 데려갔다. 이름이 특이한 그 라운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는 J와 나 둘 뿐이었는데 카지노 쿠폰 발설하면 위험한 정보를 나누는 요원들처럼 서로의 귓가에 손을 가져다 대고 소곤소곤 이야기했다.
<여기는 백 퍼센트 회원제야. 일반 룸살롱처럼 얼간이 뜨내기들이 다니는 곳이 아니라구.
<레드 애플 시가렛이라는 이름은 여기 사장이 지었나? 펄프픽션에 존 트라볼타가 된 기분이구만.
<아.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명작이지. 근데 거기서 그런 이름이 나와?
<등장인물들이 피우는 담배 브랜드야. 표지가 원색으로 아주 야하다구. 한 모금만 펴도 왠지 중추신경이 폭삭 녹아내릴 것 같은 그런 모양새야.
<실제로 존재한다면 한번 피워보고 싶군. 근데 이곳에서는 그것보다 조금 더 고급스러운 걸 팔지. 자네 칵테일 슈가라고 카지노 쿠폰봤나?
<칵테일 슈가? 이름만 카지노 쿠폰도 피가 끈적해지는 기분이군.
<나무 막대에 사탕조각들이 붙어있는 건데 커피에 담가서 취향에 맞게 녹여먹는 거야. 여기는 온 더락 잔에 그걸 담가서 주거든. 맛이 꽤 좋을 걸세.
<위스키에 설탕을? 그럼 그걸 잔뜩 마시고 속풀이로 짜장면에 민트초코를 담가보는 게 어때?
<그거 좋겠군. 역시 미친 소리를 카지노 쿠폰 거 보니까 자네는 내 친구가 확실해.
고층빌딩 맨 위층에 자리 잡은 라운지에는 아닌 게 아니라 얼굴이 대부분 알려진 공인들이 주 고객이었다. 음주운전으로 자숙하고 있는 핫했던 배우와, 수십억 대 원정도박으로 물의를 일으킨 재벌 3세, 미투운동을 고발당한 존경받는 원로배우. 조직폭력배에게 청부폭력을 의뢰한 국민 개그맨. 리벤지 포르노로 피해받은 청순한 이미지의 여배우. 학교폭력으로 퇴출당한 전 아이돌 등 매스컴을 통해 노출이 잦은 이들이 삼삼오오 앉아서 고급 위스키를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온 더락 잔에는 예의 J가 말했던 칵테일 슈가가 꽂혀있었다. 카지노 쿠폰 바에 앉아 맥켈란을 주문했다. 게이처럼 생긴 웨이터의 하얀 전완에는 here's looking at you kid라는 레터링이 새겨져 있었다. 펄프픽션에 카사블랑카의 험브리 보가트가 출연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는 영화보다 지독했을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고 나서야 나는 겨우 고개를 저었다. 돌체 앤 가바나의 플라워 셔츠를 입고 있던 웨이터가 온 더락 두 잔을 내놓았다. 우리가 주문한 위스키에도 예의 칵테일 슈가가 담겨서 나왔다. 한 모금의 위스키가 식도를 타고 위장까지 내려가는 게 그대로 느껴졌다. 고급스러운 알코올이 더러운 뱃속을 청결하게 소독하는 것 같았다.
<좋은 술은 다르구만. 근데 칵테일 슈가에서는 아무 맛도 안 느껴지는데? 달지 않아. 위스키 본연의 맛뿐이야.
래미네이트로 깔끔하게 표백된 J의 치아가 그의 검푸른 입술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이곳에서 파는 칵테일 슈가는 다르다고 했지 않은가.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눈앞에 하얀 물방울들이 떠다는 게 보였다. 위스키 한 모금의 양치고는 술기운이 빠르게 올라왔다.
<이곳 분위기 때문인가? 색다른 기분이군.
J는 내 어깨에 축축한 손을 올려놓으며 말카지노 쿠폰. 손은 녹아내릴 것처럼 뜨겁게 느껴졌다.
<오해하지 말게. 여기서 주는 이 막대에는 일종의 환각제 비슷한 게 카지노 쿠폰가 있어. 안정감을 주는 약물이라고 생각하면 돼. 이곳이 백 퍼센트 회원제로 운영되는 이유 중에 하나이지. 하지만 놀랄 거 없어 소량이고 알코올에 희석돼서 몸에 퍼져나가면 하루 만에 소변으로 모두 배출되니까. 독한 위스키와 함께 어디론가 휘발되는 거야. 중독을 문제 삼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이곳에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경제적 자유를 가진 사람들이니까 중독이 된다고 해도 금전적으로 전혀 문제 되지 않아.
나는 J의 말에 해죽해죽 웃으면서 그의 잔에 건배카지노 쿠폰.
<자본주의 만세.
<불안한 사람들이 잠시나마 안정을 찾기 위해 오는 곳이라고 보면 돼. 봐. 바깥에는 소음과 타인들의 체취와 그들의 온도로 잔뜩 더럽혀지고 있어. 반면에 이곳은 얼마나 조용하고 쾌적한가. 이래서 돈을 버는 거라구.
<나이를 먹으면 일탈에도 돈이 꽤 많이 드는군.
<인간이 언제 돈을 쓰는 줄 아나? 자신이 혐오스러울 때야. 특히나 높은 곳에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혐오스러워지지. 외롭고 위태롭거든. 그럼 어쩌겠나. 돈은 차고 넘치니까 수돗물 틀어놓듯이 써 재끼는 거야. 쓰고. 쓰고. 또 쓰고.
<영원히 구원은 없겠군.
<카지노 쿠폰가 언제 신에게 구원을 바랐나? 그저 잠깐만이라도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지. 그건 신의 영역이 아니야. 그러니 내 손으로 직접 낙원을 찾는 수밖에.
카지노 쿠폰 칵테일 슈가가 담긴 온 더락을 각자 세 잔을 더 마시고 라운지를 벗어났다.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는 주변에 우리 둘 뿐이었고 라운지에서는 윌리엄 볼컴의 우아한 유령이 흘러나왔다. 자정을 넘긴 도시에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J와 나는 일탈의 근사한 피날레를 하기 위해 전동 킥보드를 대여하기로 카지노 쿠폰.
<자네 지금 무슨 속옷을 입고 있나?
<회색 트렁크야. 아주 시원하다구.
<좋아. 준비가 철저하구만.
카지노 쿠폰 편의점에 들어가서 비닐로 된 우비를 두 벌 샀다. 그리고 근처 지하철 역의 화장실에 들어가 팬티만 입고 알몸으로 우비를 입었다. 입었던 옷은 코인로커에 보관했다.
<자, 출발하지.
카지노 쿠폰 역사를 빠져나와 대여한 전동 킥보드를 타고 강변북로로 향했다. 도로로 접어든 순간 카지노 쿠폰 우비의 단추를 모두 풀어헤치고 비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달렸다. 한 손을 들어 올리자 새벽의 차가운 이슬을 머금고 있는 시원한 바람이 몸 구석구석으로 새어들었다. 갓길로 달리고 있는 우리들 옆으로 차량들이 아찔하게 스쳐 지나갔고 포트홀을 밟은 차량들은 우리들에게 섬뜩한 물벼락을 안겨주었다. 한강철교의 하얀 불빛과 도로 가로등의 주홍빛이 검은 얼굴의 한강에 수를 놓았고 검은 물은 시시각각 그 표정을 바꾸었다. 우리의 몸은 익사자처럼 흠뻑 젖었고 입술이 새파랗게 떨려왔다. 하지만 물벼락을 맞을수록 묘한 해방감이 느껴져서 중간에 멈추고 싶지 않았다. 카지노 쿠폰 목에서 비릿한 피맛이 날 정도로 소리 지르며 검고 푸른 어둠을 향해 욕을 지껄였다.
<야이. 개새끼들아. 나를 죽여봐. 나는 죽지 않아. 이 씨발 새끼들아.
<덤벼라. 이 좆같은 것들아. 다 덤벼. 씹새끼들아.
<아. 씨발. 기분 존나게 좋구만.
강변북로에서 한강공원으로 빠지는 길목에 가까워졌을 때 뒤에서 어렴풋이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거리가 꽤 멀어 보였다.
<될 대로 되라지. 킬킬킬.
<그래. 따라올 테면 따라와보라구. 짭새 새끼들아. 낄낄낄.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