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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준 May 03. 2023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카지노 게임 추천던 일






카지노 게임 추천






2018년 겨울, 12월부터 그다음 해 2월까지 세 달을 카지노 게임 추천에 체류하면서 여행을 했다. 한껏 게으름을 피우며 그때그때 마음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단순하면서도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여유로운 여행이었다.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경쟁이라도 하듯이 치솟기만 하는 영국, 그것도 카지노 게임 추천에서 비싼 호텔비와 식대를 지불하면서 장기간 여행을 한다는 것은, 나같이 빠듯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여유로운 여행이 가능했던 것은 작은 딸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H로스쿨을 졸업한 작은 애는 카지노 게임 추천의 한 로펌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고 있어, 딸애의 아파트에서 숙식을 할 수 있었다.

로펌으로부터 렌트비를 지원받는 아파트는 모던하고 편리한 구조였으며, 시내 중심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가까이에 버러우(Borogh) 역과 카지노 게임 추천 브리지 역이 있었고, 제법 반듯한 슈퍼마켓도 집 주위에 여러 곳이 있었다. 거실 통유리를 통하여 더 샤드(The Shard: 72층의 카지노 게임 추천 랜드마크인 빌딩)가 한눈에 들어오고, 반대편 테라스에 나가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카지노 게임 추천의 스카이라인이 원형극장의 영상처럼 눈을 가득 채웠다.


아내는 가까운 곳에 위치한 버로우마켓 (Boroughmarket)에서 소고기를 사다가 불고기와 갈비찜을 만들고, 소 꼬리로 곰탕을 끓이는 일을 자주 했다. 우리나라 같으면 고기 값이 비싸서 감히 먹을 엄두를 내지 못했겠지만, 희한하게도 카지노 게임 추천은 고깃값은 저렴했다. 우리나라의 삼분의 일 정도나 될까(?) 소꼬리는 소비층이 적기 때문인지 더 저렴했다.

아내는 생선을 사다가 구이와 매운탕을 끓이기도 했고, 한인 마트에서 채소와 젓갈, 양념을 사 와 김치를 담가 식탁에 올리곤 했다. 잡채나 된장찌개, 순두부도 자주 했다.

이런 음식들이 놓인 식탁을 바라보고 있으면 여기가 영국인지 한국인지 혼동이 될 정도였다. 거실을 통하여 보이는 더 샤드, 특히 밤이면 레이저의 화려한 불 빛으로 수놓는 모습이 아니었더라면 서울의 집으로 착각했을 것이다.


딸애가 아침에 출근하고 나면 아내와 나는 뭉그적거리다 늦게 서야 집을 나서곤 했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버몬지(Bermondsey)를 산책하기도 하고, 걸어서 30여분이 걸리는 젊은이들이 물밀처럼 몰려드는 핫한 장소인 쇼디치(Shoreditch)를 찾아 풋풋한 시절로 돌아가기도 했다. 문화 복합 단지인 비비칸 센터(Barbican Centre)를 찾아 문화와 예술의 향기를 맡기도 했다.

걸어서 한 시간 이상 걸리는 에인절 스테이션 가까이 위치한 캄덴 패시지(Camden Passage) 안티크 마켓을 찾아, 손때 뭍은 오래된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보면서 눈호강을 하기도 했다.

카지노 게임 추천 타워 브리지 남단에 있는 강변 산책로를 따라 워털루 브리지를 지나 카지노 게임 추천 아이(London Eye: 대형 관람차)까지 산책을 하기도 했으며,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순례하듯 둘러보기도 했다.

겨울이라고 해도 카지노 게임 추천은 눈을 전혀 볼 수 없고, 기온도 영하로 떨어지는 적이 별로 없었다. 낮엔 기온이 올라 포근하기까지 해서 아내와 나는 주로 걸어서 자리 이동을 했다.


아내와 내가 가장 빈번하게 찾는 곳은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이었다. 딸애의 아파트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 데다, 템스 강변 남단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그 앞을 지나쳐야 했기 때문이었다. 더 큰 이유는 작은애가 테이트 모던 멤버십 카드를 소유하고 카지노 게임 추천는데, 직계가족 2인까지 8층에 위치한 회원룸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카지노 게임 추천다.

룸은 상당히 큰 규모로 쾌적하고 분위기가 좋은 휴식공간인데, 음료와 스낵 식사가 될 음식까지 팔았다.

아내와 나는 음료수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도 했다.

멤버십 카드의 또 다른 혜택은 테이트 모던의 상설 전시장은 무료로 운영되지만, 2-3 곳의 특별 전시장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한 곳 당 입장료 15-20파운드(3만 원 내외)를 지불해야 했다. 그러나 멤버십 카드 소지자에겐 무료로 입장할 수 있고, 직계가족 1명을 동반할 수 있었다.


2018년 겨울, 테이트 모던에서는 특별한 전시가 열렸다. 실내가 아니라 실외, 건물 앞 광장에서였다.

너른 광장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거대한 얼음덩어리들이 듬성듬성 놓여있었다. 그것들은 원래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거석들처럼 보였으나, 이번 전시의 주인공들이었다.

이 전시는 아이슬란드계 덴마크 예술가 올라퍼 엘리아손(Olafur Eliasson)과, 지질 학자 미닉 로싱(Minik Rosing)이 24 개의 얼음 블록으로 설치한 ‘얼음 시계(Ice Watch)’ 란 작품이었다.

이런 전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이미 2014년 코펜하겐 시청 광장에서 선을 보였고, 그다음 해에는 파리의 판테온 앞 광장(Place du Panthéon)에서 두 번째 전시회가 있었다.

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그린란드의 한 피요르드 인근 해상에서 떠다니는 빙하들을 채취했을 때, 그 무게는 각각 1.5에서 5 톤이나 되었다.

이 거대한 빙하들을 어렵사리 카지노 게임 추천으로 운반해 전시장에 설치한 것이다.


올라퍼 엘리아손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설치미술의 거장이다. 그의 작품은 뉴욕의 현대미술관 (MoMA), 카지노 게임 추천의 테이트 모던, 베니스 비엔날레, 헤이워드 갤러리 등 세계 최대의 뮤지엄, 갤러리에 전시되었다.

그는 테이트 모던의 영웅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이미 위대한 업적을 남긴 작가였다.

2003년, 그는 이곳에서 날씨 프로젝트 작품전을 열었다.

노란 전구 200여 개를 사용하여 지름 15m 넘는 인공 태양을 만들어 거대한 터빈 홀의 정면 중앙에 설치했다. 주위에는 대형 가습기들과 기계식 노즐, 파이프, 펌프를 설치해 인공 안개가 뿜어져 나오게 했다.

관람객들은 뿌연 안갯속을 거닐며 정면의 중앙에 설치된 태양을 볼 수 카지노 게임 추천다. 마치 일몰을 연상시키는 이 광경을 관람객들은 바닥에 앉거나 엎드리거나 혹은 누워서 바라보았다.

6개월 동안 이어진 이 전시를 보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200만 명이나 되는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아이스 워치는 심각한 기후 문제를 다룬 설치작이다.

글로벌 워밍(global warming)의 결과로 남극과 북극의 빙상은 매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고, 그 속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렇게 녹아내리는 빙상은 해수면 상승으로 지구를 위협하고 있고, 지구 곳곳이 기상 이변으로 인명,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작가의 전시 의도는 우리가 직접 볼 수 없는 남극과 북극의 녹아내리는 빙상을 대신하여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빙하)을 보며 사태의 심각성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함이었다.


나는 이 전시에 관심을 가지고 오랜 시간에 걸쳐 변화 과정을 지켜보았다.

장기간 체류에 여유로운 여행이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이 전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광장에는 연일 시장바닥처럼 북적거렸다. 심지어는 야간에도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그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거대한 얼음덩이에 다가가 팔을 벌려 안아 보고, 손으로 만져보기도 했으며, 녹아내리는 얼음을 심각한 표정으로 지켜보기도 했다.


전시된 얼음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부피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었다. 전시가 시작되고 두 달을 향해 달려갈 즈음에는 크기가 작았던 얼음 덩어리들은 바닥에 바짝 엎드려 있었고, 거대했던 얼음덩어리들도 볼품없이 작아져 있었다.

얼음 덩어리에서는 끊임없이 물방울들이 떨어지고 카지노 게임 추천다. 그 모습은 마치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 같았다.

그것은 어쩌면 지구의 눈물 같기도 했다. 병들어 간다고, 너무 아프다고, 숨이 멎을 것 같다고, 죽기 싫으니 나를 도와 달라고 절규하는 것 같았다.

멀지 않아 남아있는 얼음도 흔적 없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남극과 북극의 빙상도 전시장의 얼음처럼 언젠가는 모두 사라질 것이다.

생각만 해도 공포감이 몸을 휘감아 목을 조여왔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한 문제다. 언제 어떤 재앙이 우리를 덮치게 될지 모른다. 매스컴에서 수도 없이 떠들어댔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먼 나라 이야기,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치부해 왔었다.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은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하여 이런 전시를 기획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전시는 매우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전시를관람했던 숱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지구를 지키겠다는 결의를 다졌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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