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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뱃살공주 Jan 02. 2025

카지노 게임 치며

하나 둘 셋…

사이렌 소리와 함께 열대 넘은 카지노 게임가 모였다. 구급 대원들과 공항에 있던 나도 비행기 불시착 지점으로 뛰었다. 연기솟는 꼬리 쪽엔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고 있다. 카지노 게임기에서 외친 '긴급 구조'신호에 순간 달려온 튼튼한 소방차와 대원들. 든든한 그들이 있어 난 깊은 호흡을 토해냈다.


비행기 앞과 중간. 두 곳의 탈출용 슬라이드로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다. 어린이와 나이 드신 분이 먼저다. 숨차게 우린 그들 곁으로 갔다. 한 사람 두 사람… 놀란 얼굴빛이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차분하다. 슬라이드 밖으로 나온 사람들을 담요로 감싸며 조심스럽게 카지노 게임로 안내했다. 덜덜덜 전신 흔들림이 나에게로 전해졌다. 난 두 팔에 힘을 더 주며 담요로 감싸진 그들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움직임 없이 바닥에 구부리거나 엎드린 사람이 보였다. 다섯 분이다. 머릿속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다급하고 절박한 순간이다. 난 어깨를 감싸고 구급차로 갔던 분을 침대에 눕히고 뛰었다. 먼저 달려온 구급 대원을 도왔다. 비행기와 떨어진 주변이 안전하고 평평한 곳에 그분들을 눕혔다. 의식을 확인했다. 호흡이 없다. 구급대원이 외치는 소리와 함께 내 가슴에서도 '심폐소생술이 필요해.'라는 명령이 들렸다. 두툼한 겨울 외투 앞 단추를 열고 가슴과 가슴 사이 바로 아래를 손 꿈치로 눌렀다. 하나 둘 셋…

구급차에 있던 자동심장충격기를 들고 와 작동시켰다. 전기 충격이 필요하다는 음성에 내가 주황색 SHOCK 버튼을 눌렀다. 가슴이 뛰어올랐다. 다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라는 기계음이 들렸다. 구급 대원이 가슴을 누른다. 하나 둘 셋… 충전이 끝난 자동심장충격기가 분석 중이라는 소리와 함께 전기 충격이 필요하지 않다고 외친다. 멈춘 심장을 살렸다. 다섯 분 모두 자동심장충격기를 단 채 구급차를 타고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달렸다.


드디어 비행기 슬라이드를 타고 기장이 마지막으로 내려온다. 담요를 둘러쓰고 카지노 게임에 오르던 나머지 승객들이 박수를 쳤다. 다리, 손 골절로 얼굴을 찡그린 채 그들 속에 누워있던 분들도 소리 질렀다.

"우리 모두 무사하다.!!"


이랬어야 했다. 속보를 보고 듣던 우리들은 그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며 놀란 카지노 게임 쓸어내리고. 그들은 천하장사보다 더 좋은 체력과 의료진들의 빠른 조치로 회복 속도가 놀랍다고 했어야 했다. 그런 그들과 우린 연말 들뜸을 나누고. 새해엔 팔다리 마음껏 흔들며 가끔 우리와 그 일을 이야기하며 전국이 전 세계가 떠들썩했어야 했다.


달력을 펴 그날을 도려냈다. 그날이 사라지면 아예 그 일이 발생하지도 않았을 거니깐.

12월 29일 아침 9시 3분. 카지노 게임장에서 일어났던 일은 억장이 무너지는 꿈이길. 꿈이었길. 꿈이어야만 했다.


2024년을 보내며 피멍 든 카지노 게임 어떻게 입을 열어 문장으로 말할 수 있을까? 그분들 슬픔을 감히 뭐라고 위로할 수 있을까? 푸른 하늘이 무너져 새까만 흙으로 변해버린 시간이다.


삼가 故人의 冥福을 빕니다.


"만반의 준비했는데 한 명도..." 전남대 응급실 의사 "무너져 내린다"

<다음. 한국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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