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뱃살공주 Mar 13. 2025

카지노 쿠폰 저녁 8시

쨍쨍이가 찾아온 날

찡찡이가 쨍쨍이에게 물었다.

"넌 도대체 뭐가 신나고 좋아서 그렇게 날마다 웃니?"

"그냥 널 보니 좋아서 웃는 거야. 내가 널 웃게 해줘 볼까?"

쨍쨍이는 이가 드러나게 활짝 웃으며물구나무를 섰다.

"어때. 거꾸로 서 있는 내 모습이 웃기지 않아. 찡찡아 너도 한번 해볼래?"

구겨진 종이 같은 얼굴이 된 이가 좌우로 손까지 흔들며 큰소리로 대답했다.

"아이! 귀찮아. 하나도 웃기지 않아. 그런데 너 부자니? 조금 전 구슬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던데. 넌 좋겠다. 나는 3개밖에 없는데."

손바닥에 구슬 3개를 펼쳐 보이는 찡찡이에게 물구나무서기를 끝낸 쨍쨍이가 주머니를 열어 구슬을 내민다.

"어머! 찌찌뽕! 나도 구슬이 3개나 있어."


여행에서 돌아온 후 소파와 한 몸이 된 내게 구슬이 3개나 있는 쨍쨍이가 찾아왔다. 며칠 전까지 목수건을 부르는 찬바람이 불더니 쨍쨍이 덕분에 따뜻하다. 난 반가움에 거실 창을 열고 게으른 일주일을 털어냈다. 이왕이면 화장실까지. 구석구석 락스를 뿌렸다. 바닥 닦는 솔로 힘껏 바닥을 문질렀다. 구정물이 무릎 나온 바지에 튀었다. 그러든지 말든지 샤워기로 찬물을 틀어 바닥에 뿌렸다. 따뜻한 물로 한 번 더 헹궜다. 화장실 바닥이 반짝거렸다. 변기 청소까지 마치고물 내림 버튼을 눌렀다. 폭포수가 쏟아지듯 큰 소리를 내며 물이 시원하게 내려갔다. 난 흐뭇하게 눈과 귀로 변기를 바라봤다.


두어 달 전부터 거실 변기 물이 숨을 고르게 쉬지 못하고 헐떡거렸다. 변기 물을 내릴 때 면 손가락에 힘을 주고 깊게 꾹 눌러야 했다. 깜박하고 가볍게 눌렀다가는 다시 눌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그냥 살았다. 연휴 기간 집에 온 딸과 사위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그동안 별일 없다는 듯이 사용해 온 엄마를 위해 고치고야 말겠다며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안방에 누운 내 귀에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 뭔가를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래간만에 사람 사는 것 같은 소란스러움에 취한 난 그러거나 말거나 편안하게 잠들었다.


낯선 사람이 집에 오면 불편해하는 엄마를 위해 꼭 고쳐주고 싶었다는 사위. 전문가처럼 변기 물탱크 뚜껑을 열고 고치지 못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부품을 교체해야 할 것 같아서. 여기저기 검색 후 평이 좋은 업체를 찾아내 예약을 했단다. 집안에 부품이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변기를 뜯어낼 폼에 난 어금니가 보이도록 크게 웃었다. 머리를 긁적이며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긴 설명을 마친 사위 녀석이 내 눈엔 착한 초등학생 같았다.

딸과 사위는 숙제를 덜한 아이가 등교하기 싫어 밍그적거리듯이 27층을 나섰다. 난 걱정말고 어서 가라며 등을 떠밀었다.


연휴가 끝나고 출근이 시작된 날. 예약한 시간에 정확히 공동현관 벨을 누른 수리업체 사장님. 귀에 착 감기는 목카지노 쿠폰로 인사하며 들어선 사장님은 '솔'음으로 사위 칭찬부터 하기 시작했다.

연휴 기간인데죄송하다며고장 문의를하더라는 말부터.혼자 계신어머니라 걱정된다는 말까지. 예의를 갖춰 묻는 카지노 쿠폰 말과 문자에연휴 동안방문해서 수리해 주고싶었다며 큰소리로 유쾌하게 웃었다. 그의 경쾌한 목소리에 빠져든 내눈은 말릴 틈도 없이 그를 따라 웃고 있었다.

그는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고장 난 거실과 아직 고장 전인 안방 화장실까지 부품 교체를 했다. 깔끔하게 뒷정리까지 마친 그가 집을 나서면서 듣기 좋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저도 장인어른이 돌아가셔서 장모님 일이라면 발 벗고 뛰어갑니다. 어머니 사위 분 마음도 그랬을 겁니다. 저처럼 개구쟁이 같은 어머니 모습에 쫄보인 저도 편안하게 천천히 일 마치고 갑니다. 언제라도 불편하면 가까이 사는 저를 사위려니 생각하고 부르십시오. 어머니!"


무인도에 갈 때 꼭 필요한 한 개를 선택하라는 질문에 사람이라 답하던 나. '사람에겐 사람이면 충분해'라는 말에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변기 고장으로 만난 사람이 가까운 이웃사촌 같았다.

나는 일을 마치고 떠나는 그를 오랫동안 바라봤다.그가 주고 간 명함에 새겨진 업체명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감동을 줬던 '홍반장'이었다.


화장실 청소까지 마친 난 텔레비전을보며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혀에서 살살 녹았다. 이 맛에 노동을 하는 거지.노곤함이 밀려와 슬며시 눈이 감겼다. 살짝 잠이 들려다 치과에서 덜덜 떨며 치료받던 내모습이 떠올랐다. 달달함에 흠뻑 빠져있는 이를 앞세우고 화장실로 갔다. 칫솔살균기에 얌전히 꽂혀 있는칫솔들.이름표가 부착되어 있다.칫솔을빼냈다. 카지노 쿠폰 이름이붙은 칫솔도보인다. 난 그날이 생각나 괜스레변기물을 내렸다. 수영장에 설치된 미끄럼틀을 타듯 물이 부드럽게 술술 흘러갔다. 이 닦던 내 손과마음이 물소리를 따라 흥겨워한다. 여기저기 따스함이 스며드는 카지노 쿠폰 저녁 8시. 내 곁에 쨍쨍이까지 왔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카지노 쿠폰

<사장님이 허락해 준 사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