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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뱃살공주 Apr 03. 2025

딱! 한 번만 더

쿼클보드게임

"엄마 어디야?"

"바빠! 왜?"

책상 위에 눈을 고정한 채 그녀는 높은 '도'음으로 빠르게 답을 카지노 가입 쿠폰.

"오늘 자율학습 없어서 일찍 왔는데. 배고파. 먹을 거 없어. 도대체 엄마는 어디야?"

"냉장고 뒤져봐. 아님 형이랑 통닭 시켜 먹어. 엄만 책 읽고 있어. 일단 끊어."

눈동자를 물레방아 돌아가 듯이 돌리고 돌리던 그녀가 사나운 목소리로 핸드폰을 껐다.

분명 날 선 칼날 같은 목소리였는데.웬걸.그녀 입술이 옆으로 찢어지며 눈도 따라 웃고 있다.

그녀는 오른손에 쥐었던 쿼클 3조각을 내 가슴 바로 앞쪽에 있는 노란색 아래로 줄줄이 붙였다.

홀가분해진 손가락을 지휘자처럼 휘저으며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그녀가 나에게 말카지노 가입 쿠폰.

"12점입니다."


지난해여름부터 10살 어린 친구랑 나는 책 읽기를 하고 있다.그 친구 농막이 우리 집 근처에 있어 만나기도 수월카지노 가입 쿠폰. 직장인이던 그 친구 시간에 맞춰 읽기를 카지노 가입 쿠폰. 처음엔 각자 읽고 싶었던 책을 선택해서 읽었다. 읽다 보니 오래전 읽었지만, 다시 읽고 싶은 책이 생각났다. 각자 갖고 있던 책 출판 연도가 다른 책은 중고 서점에서 다시 구카지노 가입 쿠폰. 그렇게 우리 둘은 곶감을 빼먹듯 책꽂이에서 머릿속으로 책을 옮겼다.


소리 내어 책을 읽어본 지가 언제던가. 우린 가물가물한 읽기를 피서지로 정카지노 가입 쿠폰.


처음 책을 읽던 날. 우린 낯설었다. 글자를 따라가는 입이 더디기만 카지노 가입 쿠폰. 책에 쓰인 글자가 아닌 내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마치 책에 쓰인 글자처럼 읽기도 카지노 가입 쿠폰. 빨리 읽으려는 욕심에 발음이 새기까지 했지만, 더위와 친해질 정도로 읽기에 몰입카지노 가입 쿠폰. 난 그 친구가 책을 읽는 동안 다가오는 졸음에 지지 않으려 허벅지를 꼬집기도 카지노 가입 쿠폰. 마치 고3 수험생처럼. (흐흐 그때 그래야 했는데.)


그러다 10월 말 친구가 퇴사카지노 가입 쿠폰. 그때부터 한 달에 2~3번이던 만남을 4~ 5번으로 늘렸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 둘은 세상을, 자식들을, 친구들을 책 속으로 끌고 왔다. 보물을 숨기듯이 페이지마다 속상함, 서러움, 화 등을 감췄다. 물먹은 솜처럼 책 페이지가 부풀어 오르면 우린홀가분해졌다.

읽었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한 책을 다시 읽게 된 기쁨을 친구는 도시락으로 표현카지노 가입 쿠폰. 덕분에 난 영양가 있는 밥에 내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퇴직자에 혼밥까지 해야 할 내게 이보다 더 즐겁고 행복한 일이 있을까?

우리 둘이 책을 읽는 목소리가 어느새 농막 안팎을 감싸는 담쟁이넝쿨이 되었다.

며칠 전 봄비가 내리던 날. 빗줄기에 담쟁이가 더 푸르고 싱싱하던 시간. 두꺼운 책을 덮으며 그녀가 내게 속삭였다.

"너무 오래전에 읽어 기억에도 없는 벽돌 깨기를 같이 하니 너무 좋아요. 쌤"

난 그런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며 의젓하게 답카지노 가입 쿠폰.

"덕분에 내가 더 좋지요. 묵언수행을 할 뻔한 내가 이렇게 목소리를 내니 말이에요. 고마워요."


가장 뜨겁게 토론하며 빠져들었던 '총균쇠'. 이어서 '사피엔스'를 읽으며 우린 눈이 반짝거렸다.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줄 정도로 깊지는 않지만, 소소하게 우리 가슴속 귀퉁이를 흔들어 주는 내용에흥분카지노 가입 쿠폰.

그렇게 한 권 두 권 …. 열하일기를 펼칠 때쯤 내가 '쿼클'을 들고 갔다.


갤러리를 운영하는 친구에게프랑스사람들이 점심 후 가볍게 놀이 삼아한다는 쿼클보드게임을 배웠다.

처음 당구를 배우는 사람들이 빠져든다는 천장 보고 당구 치기에 내가 빠져버렸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천장에 쿼클 조각들이 여기저기 날아다녔다. 눈에 어른거리는 조각들을 잊지 못해 쿼클 보드게임을 샀다.

하지만, 혼자는 할 수 없어 책 읽기 하던 날 들고 갔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흥분과 다른 게 우리에게 다가왔다.6개 조각의 색깔이나 모양을 맞춰 점수를 더해가는 단순한 게임이 우릴 붙잡았다. 화장실 가는 것도 미루면서 빠져들었다. 다시. 다시. 하다 보니 어느새 점수를 적어가던 노트 한쪽이 다 채워져 버렸다.


학교에 근무할 때 교실에서 동전으로 딱지치기나 삼치기(짤짤이)를 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차 없이 동전은 회수했고 반성문은 덤이었다.학기 말이면서랍 한쪽에 동전들이 수북카지노 가입 쿠폰. 그게 다 학생들한테 걷어온 것들이었다. 방학 들어가기 전 학급 파티 때 보탠 동전이 얼마였던가?

그토록 혼내도 다시 또 동전으로 게임을 하는 학생들을 이해 못 했던 내가. 글쎄, 윷놀이도 화투도 카드도 관심 없던 내가…. 혹시, 이런 게 중독?


그녀가 아들 전화도 받았으니 이젠 슬슬 집으로 가자고 카지노 가입 쿠폰. 책상 정리를 하며 바라본 창밖은 오후 6시가 돼가는데도 환카지노 가입 쿠폰. 추위가 물러나더니 해도 제법길어졌다. 아직 어둡지도 않고 간식을 먹은 아들에게 저녁밥은 이르다며 그녀가 날 바라봤다. 난 중독이란 단어를 떠 올리면서도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책상을 정리하던 손을 멈추며 은근한 목소리로 내가 말카지노 가입 쿠폰.

"그래요. 우리 딱! 한 번만 더 하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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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는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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