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파랑이 어우러진 '홍가시(레드로빈) 나무'
하루 종일 뉴스 특집으로 시끄럽던 날. 2016년부터 썼던 '5년 후 나에게' 노트를 폈다. 매일 같은 질문에 5년 동안내가 대답했던 노트다. 그땐하루하루가버거웠다. '무엇이?'라고 묻는다면 정확한 답이 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굳이 꼽아보자면. 나도 모르게 스멀스멀다가와두툼한 뱃살 밑바닥에 서서히 자리 잡은 '우울' 일 거다. 슬픔이 나에게 조금만 더 다정하고 감미롭게 다가왔더라면.뱃살과 우울정도는 옆차기로 날릴 수도 있었을 텐데.
집 현관문을 열기 전 문고리에 걸려있던 '열정'가면을 쓰고 직장을 향해 씩씩하게 갔던 시절이었다. 거기가 나에게 세끼 밥을, 맛있는 커피를, 사람들과 어울림을 꽉 쥐고 있던 곳이라서 갔다. 때론 천방지축 날뛰는 학생들과 업무로 부딪치며 서로 흘겨보는 동료들이 보고 싶어 가기도 했다.
얽히고설킨 업무로 신경전을 펼치느라 내 얼굴이 반쪽이 되어있던 날. 선배 선생님이 나에게 건네준 초콜릿(내게 초콜릿은 비싼 영양제다.)과 우스갯소리가 퇴직하던 날까지 내 입속을 달달하게 했다. 그 힘으로 정년퇴직 날까지 버티고 버텼다
"출근은 6.25 정신으로,퇴근은 3.1절 정신으로.버릴 것은 즉시즉시 쓰레기통으로. 특히 널 힘들게 하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은 바로 삭제하고. 자동차 머리는 언제든지 뛰쳐나갈 수 있게 둬."
퇴직 후 책장 정리를 할때마다한 가지씩쓰레기통으로 던져버렸는데. 아직도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5년 후 나에게' 노트를한 장한 장넘겨봤다.글을쓰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눈물 흘린 자국이 군데군데있다.짤막한 글을 매일 쓰는 동안 가쁜 숨을 천천히 뱉어내는 시간이었나 보다. 누구에게도 토해내지 못 한 서러움이 슬픔이밀려와 울었을 거다. 글씨가 번진 곳도 있다. 내 글씨라앞뒤 맥락을 맞춰 읽었다.4월에서 5월로 넘기자 내가 누구인지 찾아 헤매는 답이 많다.아직은팔팔한(하하하) 50대라 그랬을 거다.
직장인이 그렇지. 모두들 힘들고 지친 순간들이 있다.나도 그랬다. 어두운숲 속커다란 나무 곁에 서있었다. 그런 나를붙잡고 썼던 짤막한 대답들이 눈물과포개져 있다. 그때 브런치를 알았더라면. 켜켜이쌓여있는 눈물이 지금쯤 문장을 잘 주물럭거리는 근동(近洞)에 소문난 맛집이 되었을 건데.바보다. 난.
<주제: 카지노 쿠폰 일어나기를 바라는 일은?
2016년 4월 4일(월)
: 늘 바라는 것은, 눈을 뜨면 지금까지가꿈이었다는 것. 어제까지 있었던 일들이 지금도 괴롭다는 것이 사라져 있기를. 눈을 뜨기 전 마법이 내게로 오기를. 카지노 쿠폰은 꼭 다가오기를.
2017년 4월 4일(화)
: 기승전 힘듦. 출근길이 힘들다. 그렇다고 이대로 무너질 순 없다. 카지노 쿠폰 제발 일어나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것은 조용하게 지나가길.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가 물 흐르듯이 지나가길. 3월이 끝났으니 제발 숨 쉬는 시간이 다가오기를.
2018년 4월 4일(수)
: 도서실 앞 벚꽃나무에서 학급 사진을 찍을 땐 그냥 활짝 웃기를. 사라진 미소가 카지노 쿠폰은 다시 내게로 오기를. 어제 학생부에 잡혀간 놈이 카지노 쿠폰은 반성문을 제대로 써서 오기를. 나도 좀 살자. 이놈아!!
2019년 4월 4일(목)
: 제발 보건실이 조용하기를. 너무 힘든 3월이 지났으니 나도 좀 쉬고 싶다는 마음이 절실하다. 집에선 괜찮다가도 학교만 오면 보건실로 달려오게 하는 건 내 탓이다. 내가 너무 잘해서다. ㅎㅎㅎ 이렇게라도 웃자.
2020년 4월 4일(토)
: 진이 다 빠져서인 지 없다. 그냥 모든 사람들에게 평범함이 돌아오길 기원한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시끄러운데 제발 조용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거의 4개월을 시달리다 보니밥맛도없고 잠도안 온다.제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지구를 떠나거라. 코로나야!!
2025년 4월 4일(금)
: 텔레비전을 보고 있자니 심장이 나댄다. 나대는 심장이 조용해지기를. 쿼클게임을 5번에서 3번만 하고 책에 몰입하는 내 모습을 찾기를. 그래도 내일 또 할 거면서. 이왕 할 거면 즐겁게 하길.
11시 22분 내가 멍을 때리듯이 잠시 세상도 먹통이 되었다. 지난겨울 우리를 춥게 만들었던 일에 대한 결과 발표가 있던 순간이었다. 난몇 년전 같은 상황이던 날이 떠올랐다.
2017년 3월 10일(금) 노트를 폈다. 그날 주제는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이었다. 내가 노트에 적은대답은 주제와 상관이 없었다. 그날 오전 11시. 3교시 수업 중이던 학급 카지노 쿠폰과 나누었던 세월호와 현 정부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카지노 쿠폰의 날카로운 질문에 사회 시간에 다시 질문하라며 두리뭉실하게마무리했었다.더 깊숙이 들어갈 지식이부족했던 탓이다.
이젠 진짜 봄이다. 내가 할 카지노 쿠폰 도서관 가는 도로에 있는'홍가시(레드 로빈)나무'를 잘 보살피는 거다. 도서관 옆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있어 카지노 쿠폰 안전을 위해살펴봐야 한다.카지노 쿠폰등하굣길을덮어버리기 전 미리 잘라주고. 미세먼지, 매연에 고개 숙이는 나무줄기는 꼿꼿하게 세워주고. 깔끔하고 단정한 빨강과 파랑이 잘 어울리게 만들어 카지노 쿠폰 가는 길을 환히 밝혀줘야 한다.
다신 카지노 쿠폰에게 추운 겨울을 맛보게 할 순 없다. 겨울이 오기 전 깔끔하게 정리된 길을 선물하리라.
난 오래전 다쳤던 오른쪽 무릎 탓에 걷는 게 무겁고 엉성하다. 하지만, 홍가시(레드로빈) 나무가 윤을 내며 반짝거리는 길이 된다면.나도 카지노 쿠폰 걸음에 맞춰 도서관을가볍게 오고 갈 수 있을 거다.
카지노 쿠폰 일어나길 바라는 일이 일어났던 건 광장을 지킨 당신들의 응원봉 덕분입니다. 무지개 색깔 봉을 흔들며꽃비가 축하해 주는 봄 속으로 저랑 같이 소풍 한번 가실까요? 당신의 팔짱을 꼭 낀 채 걷고 싶습니다. 울퉁불퉁한 길일지라도 사뿐히 걸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