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앞으로의 육아 이야기에 더 이상 10평 육아란 이름을 붙이기가 어려워진, 아주 단순한 이유랍니다.
1화에서도 밝혔듯, 저는 결혼 전부터 타이니하우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기 때문에 작은 집이 원망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것 몇 개만 두어도 꽉 차는 공간이 마음에 들었더랬지요.
제가 결혼 전 살았던 집은 부모님이 처음으로 마련했던 자가였습니다. 나중에 따져보니 그 집에서 딱 20년을 살았더라고요.
당시 입주하는 아파트는 샷시같이 비싼 것들은 개인 돈으로 해결하고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해요. 예상보다 큰 집을 구해버려서 예산이 부족해진 부모님은 샷시를 제일 저렴한 것으로 하였는데, 덕분에 겨울마다 외풍이 대단했습니다.
그런 단열 부실한 아파트에서 살았던 추억 때문인지, 난방하면 난방하는 대로 냉방하면 냉방하는 대로 금방 따뜻해지고 금방 시원해지는 10평짜리 신축 신혼집은 참 좋았더랬습니다. 카지노 게임를 키우면서 중요한 건 역시 넓이보다는 온도니까요.
이후로 두 번의 이사를 더 하여 지금 집은 꽤나 잘 빠진 30평대가 되었습니다. 지난 주말, 고장이 나 버린 로봇청소기의 여파로 방이 좀 더러워 보이길래 간만에 물걸레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안방과 드레스룸만 닦아 냈는데도 체력의 한계가 오더군요. 불현듯 첫째 카지노 게임와 지지고 볶았던 그 조그마한 둥지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그때는 지금보다 젊어서 그랬는지 집이 작아서 그랬는지, 걸레질도 참 금방 끝났었는데 말예요.
저의 이야기를 남에게 선뜻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성격 때문에, 작은 집에서 알차게 실천한 미니멀라이프 이야기를 그 당시에는 많이 하지 못했었습니다. 남들은 다 쓴다는 아기침대, 아기매트, 기저귀갈이대, 울타리, 국민문짝, 점퍼루 없이도 아이를 잘 길러낸 이야기를 그때 당시에 실시간으로 여러분과 나누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기를 키우면 현타가 오는 순간이 꽤나 자주 찾아옵니다.
그런데 말예요,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육아에서 중요한 건 돈보다는 체력, 그리고 사람이더라고요. 비싼 외출복이나 장난감보다는 지금 아이를 한 번 더 안아줄 근육과 나 대신 아이를 한 번 더 쳐다봐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었어요.
하지만 '슈퍼맨이 돌아왔다' 속 하루 이틀정도는 육아를 전담해 주는 아빠와 인터넷 맘카페 속 구세주로 자주 등장하는 친정엄마가 없는 상황.
저 같은 분 꽤 계실 테죠?
이런 상황에서 저를 구원해 준 것이 카지노 게임였습니다.
나 혼자 사는 것도 아닌데, 어른 둘이 사는 것도 아닌데, 인터넷에서는 육아는 템빨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미니멀라이프가 육아의 돌파구가 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이번 에세이를 통해 그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작은 집? 오히려 좋습니다.물건으로 선물을 해 준다는 주변의 호의를 거절하기 딱 좋은 명분입니다. 물건이 집에 들어온다는 것은, 그것들을 둘 공간과, 그것들을 돌볼 나의 체력과, 나중에 처분해야 하는 시간까지 잡아먹는다는 의미입니다. 지금까지 없이도 잘 살았다면, 앞으로도 그것 없이도 잘 살 확률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너무 힘들어서 무엇인가를 들여야 한다면 꼭 그 물건의 마지막을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것을 감수해 내서라도 물건의 이점이 있을 때만 들인다면 잡동사니로 거실이 꽉 차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미니멀라이프를 하고 나서 집안일이 눈에 띄게 줄어든 덕에, 저는 아이를 재우고 집안일을 하는 게 아닌 아이가 깨어있을 때 조금씩 조금씩 할 일들을 해 놓고 아이가 쉬면 함께 쉬는 형태로 홀로 육아기간을 버텨왔습니다.
저처럼 체력과 사람을 더해줄 수 없다면, 시간을 벌어다 주는 미니멀라이프 어떠신가요? 아이가 어릴 때는 휴식시간을, 아이가 조금 크고 나서는 취미활동할 시간을 나에게 선물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