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카지노 게임과 나

〈와 나〉잡지를 읽으며

평소같이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현관문 번호를 누르기 전에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밖에 놓인 우체통을 스캔했다. 흰 비닐로 감싸진 책 하나가 있었다. 〈와 나〉, 지난 호부터 구독 신청을 했던 문화 예술,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이다.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디자인에 참여하는 것을 알고는 삼성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구독 신청을 했다. 이 매거진은 삼성문화재단에서 발행하는 문화교양지이다. 문화,예술 증진이라는 공익을 위해 운영되다보니 잡지도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12월, 계약 종료를 앞둔 자취방 문제로 매일 정신없이 보내던 중에 우체통 입밖에 빼꼼 고개를 내민 이것을 발견한 것이다. 포장된 책을 꺼내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손을 씻기도 전에 짐을 내려놓고 흰 비닐을 짧은 손톱으로 뜯어냈다. 남색 원단에 바느질 된 한번에 알아보기 어려운 이미지가 표지로 있었지만 요즘 말로 '느'낌이 '좋'았다. 책등을 보니 이번 호의 주제가 적혀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몇몇 단어나 소리는 그 자체로 공감각적 경험을 준다. '선'과 '물'은 핫팩을 가슴 가까이에 포개는 따뜻함을, 짝사랑하는 상대 앞에서 쿵쿵거리는 마음의 소리와 형태를 전달한다. 〈와 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편에는 10명의 인터뷰이에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의미를 물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작가, 텍스타일 스튜디오 디자이너, 시인 등이 이야기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각기 다른 정의를 가진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이야기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관심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형식이다", 개인의 철학이 녹아든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의미를 곱씹으며 나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져 보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진실이다. 고마움과 사랑을 표현하는데 서툰 이들이 있다. 나도 그중 한 명이다. 풍선처럼 부푼 마음을 '자주', '직접'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부끄러운 감정에 못 이겨 불분명한 표현을 한다. 그것은 보통 잘 수신되지 않는다.마음을 표현하는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내게 좋은 포장이 되어준다. 그 안에는 드러내지 못한 진실이 들어있다. 친구를 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저를 응원해줘서 큰 힘이 되었어요, 티는 안 내도 사실 제 마음은 이래요. 당신을 무척 좋아한다는 진실을 담아낸다.

어릴 때 내게 마지막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주고 간 민성이라는 친구가 있다. 스마트폰이 없었던 초등학생 시절에는 집전화로 연락을 하거나 집으로 찾아와 벨을 누르고는 친구를 불렀다. 민성이는 청주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 전학을 가게 되었다. 구체적인 정보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어느날 점심에 우리 집 벨을 누르고 민성이가 찾아왔다. 자기는 이제 이사를 가야한다고 찾아온 민성이는 급하게 뛰어온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는 문방구에서 사온 것 같은 땡땡이 포장지로 손수 포장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건네고는 금방 가버렸다. 그안에는 필통이 들어있었다. 10년 이상이 지났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생각하면 기억나는 장면이다. 곧 이사를 가야하는 민성이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들고 우리 집에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오래 있지도 못하면서 굳이 찾아온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의미는 무엇이고 민성이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