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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A Apr 16. 2025

요란한 밤

밤새 바람이 시끄러웠다.


대학을 졸업한 지 일 년을 갓 넘긴, 이십 대 청년 둘에게 밤새워할 일을 주고 나 몰라라 할 수 없어 남은 일들을 깡그리 몰아 한밤을 내달렸다. 고작 몇 장의 카지노 게임 추천을 밤새도록 그린 청년들의 노고는 내겐 몇 시간짜리 업무인지라 멀뚱 거리며 기다리기엔 너무 긴 밤이었다. 마침 제주의 봄은 낮과 밤이 극명하게 달라 창문을 때려대는 바람 소리에 잠이 달아났다. 해가 떠오르는 새벽이 돼서야 어느 정도 들어맞는 카지노 게임 추천이 완성되었다. 어느 정도라는 말에 걸맞게 마무리는 해야 했지만.


이 밤을 우리 대리님들은 어떻게 기억할까.

인턴시절, 나에게 설비카지노 게임 추천의 카지노 게임 추천목록표와 카지노 게임 추천이름을 체크하라는 실장님이 그랬다.

“카지노 게임 추천이름이라도 알아주면 나중에 도움이 될 거야.”

인턴 때와 별반 다를 게 없던 신입시절, 내게 선생님 역할을 했던 건 협력업체의 마음씨 좋은 소장님들이었다. 젊은이의 무지와 패기가 만나면 무식함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창피한 줄 모른다. 아마도 그 당시 나와 비슷하게 아무것도 모르던 실장님을 모며 깨달은 바가 컸던 탓일 것이다. 어려서 모르는 건 그냥 귀엽지만 연차 높은 자의 무지는 위험하다. 게다가 건축이지 않은가. 적어도 공사가능한 카지노 게임 추천을 그려야 하지 않겠나. 나름 대기업이었던 회사에 사수는 없었다. 그저 교육과 맘씨 좋은 협력업체, 엄청난 데이터베이스가 있었다. 그 속에서 치열하게 스스로 배워갔다. 그렇게 십 년이다.


이제 나는 실장이다. 그럼에도 매번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모르는 것이 늘어간다. 나이가 드니 염치가 없어진 걸까. 능청스러워진 걸까. 뻔뻔해진 걸까. 자연스럽게 무지를 드러내며 나 좀 도와줘! 를 대놓고 말한다. 모르는 거 아는 척해봤자 좋을 것 하나 없고, 새로운 프로젝트는 새로운 변수가 생기는데 그 모든 걸 안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니 겸손이 필요하다.


나의 무지와 젊은 카지노 게임 추천가의 무지를 똑같이 본다면 나는 마땅히 그들의 실수와 시행착오를 견뎌줘야 한다. 그런데 자꾸 화가 난다. 언제까지? 어디까지? 기다려야 하는 걸까.


본성이 선하고 구김살 없이 사랑받고 자란 청년들이라 그 어떤 꾸지람도 꼬아서 듣지 않는다. 오히려 고맙다고 한다. 그 마음가짐이 참 예쁜데 문득 화가 치밀어 오르는 나를 주체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내가 성격파탄자인가. 건축하다 보면 사람이 괴팍해지긴 한다. 아집과 치밀함이 늘어야 납품 후 뭔가 실수한 거 아닐까 라는 불안을 그나마 잠재울 수 있다. 예민해지고 꼼꼼해진다. 납품 전까지 같은 카지노 게임 추천을 수십 번 들여다본다. 무엇이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현장에서 물어보는 수만 가지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어, 그거 내가 고민해 봤는데 이게 나아. 이런 자신감을 가지고 몇 번 대응하다 보면 감리자도 시공자도 카지노 게임 추천에 대한 설계자의 진심을 느낀다. 그리고 치명적인 실수에 대해서 사람이 하는 일인데 일에 저렇게 진심인 사람이라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다 함께 수습해 보자 라는 긍정적인 관계가 형성되기 쉽다. 절절한 진심 앞엔 약간의 까방권이 생긴다. 그렇게 진심을 앞세워 일하던 내가 청년들의 진심을 알면서도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그 고민을 일 년 넘게 하다 보니,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이 지역 최고의 대학에서 오 년이나 공부를 했고, 학점도 좋았던 친구들인데, 이들이 이렇다면 다른 대학 출신은 어떨까.

결국 이건 교육의 문제다.


밤새도록 시끄러웠던 바람만큼이나 부글거리던 마음이 새벽녘, 그나마 카지노 게임 추천 같은 카지노 게임 추천을 보고 가라앉는다. 새벽까지 기다린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날리는 착한 청년들, 그들에게 사자후를 날리는 내 마음이 편치 않다. 한편으론 그나마 우리의 만남이 다행이다 싶다. 아무것도 모르는 졸업생과 아무것도 모르는 신생 건축사의 만남은 정말 끔찍할 것 같다.


가끔 지방 공공카지노 게임 추천 현상설계에 서울의 신진 카지노 게임 추천가들이 당선될 때가 있다. 혹은 내로라하는 이름의 스타 카지노 게임 추천가일 때도 있는데, 멋진 조감도와 시공 후 준공사진을 비교해 보면 그 싱크로율이 놀랍다. 지방의 시공 수준을 모르는 이와 모든 것을 기성품이 아닌 맞춤으로 제작하고 시공성이 필요한 현장에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선정된 시공사의 사정이 만난 최악의 결과이다. 그럼에도 가뭄에 콩 나듯 마감까지 매끄럽게 구현한 카지노 게임 추천물들이 있다. 기사화되고 인터뷰를 하는 설계사가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담당 공무원의 협조, 발주처의 의지 같은 것들 말이다. 그건 결국 돈과 압력, 그리고 진심이 통한 설계자, 발주처, 시공자의 한마음이다. 연관된 모두의 쓸데없는 노력 와 야근,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노력도 가능해지려면 건축가가 미학적인 것, 이미지에 불과한 그림을 넘어서서 시공의 과정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시공자의 마음을 어르고 달래며 현실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물론 납품 후에 일어나는 일이니, 설계비를 생각한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합당한 사유로 발주처를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어린아이가 떼쓰듯 내 건물 예쁜데 똑같이 구현해 줘, 아 난 모르겠고 시공은 알아서 해야지. 당선된 안인데 예산 없는 건 모르겠고 무조건 이렇게 지어줘. 이랬다간 멋진 조감도를 애매하게 닮은, 멀리서 바라봐야 그나마 비슷하다 싶은 건축물이 나오게 된다. 작은 사무실일 수록 설계자의 능수능란함이 필요하다. 지금 카지노 게임 추천을 그려내야 하는 설계와 이미 그려낸 설계를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내 목표는 우리 사무실에서 머문 이가 적당히 지방 시공 수준에 걸맞은 설계를 하는 나보다 더 좋은 건축가가 되는 것이다. 그런 내 목표가 무색해지는 건, 그저 모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민하고 생각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방법조차 모른다는 현실을 마주할 때이다. 이름만 오년제지, 매년 그저 더 나은 이미지를 만드는 것에 몰두하며 포토샵 일러 알량한 시지 만들기만 하고 온다. 졸업작품 자세히 들여다보면, 평입단면이 하나도 맞지 않는 카지노 게임 추천이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천장 속, 그러니까 보와 설비가 지나가는 공간을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는 작품들이 너무나도 많다.


적어도 이건 알겠지 싶다가도 이것도 모르는 현실 앞에 내가 무슨 욕심이 있어 생판 모르는 남에 불과한 이들을 가르치고 있나 현타가 온다.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너무나도 건실한 청년임에도 선뜻 품어지지가 않는다. 어쨌든 각자도생이다. 언제든 날아갈 수 있는 파랑새이다. 그런데 애정을 두고 내 시간을 쓰는 건 속된 말로 배신과 배반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나를 견뎌주는 이 시대의 청년이 몇이나 될까 싶기도 하다.


하루에도 몇 번 화가 났다 풀어지고 미워졌다 예쁘다.

다독이며 가르치기도 하고 무서운 침묵을 시전 하기도 하고, 웃으며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그래도 나보다 나은 건축가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기에 노력 중이다. 대학에서 내뱉어 놓은 그림만 그릴 줄 알고, 실무 따위 개념 앞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분위기에 물들어 카지노 게임 추천 그리는 게 너무나 힘든 어린 건축가들이 언젠가는 시공사와 감리자보다 더 많은 현장지식으로 현실적으로 구현가능한 멋진 그림과 거창한 개념을 모두 장착한 떠오르는 샛별 건축사가 되기를 빈다.

그들의 성장에 작은 주춧돌도 안 되는 역할일지라도 뭔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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