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그런데, 그런 동생 세윤이, 자정 가까운 시간에 혼자 외출했을 뿐만 아니라 붐비는 군상으로 불쾌한 냄새가 잔뜩 밴 지하철 막차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태윤은 ‘마침내 내 동생도 사회성을 갖추려 노력하는 건가?’라는 안도감보다도 낯선 불안감에 압도되는 기분이 들었다. 태윤은 자신이 내려야 할 역에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을 듣고서 동생에 대한 회상을 정리했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쏟아지는 승객 사이에 우두커니 선 동생 세윤이 보였다. 태윤은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세윤의 눈빛에서 약간의 분노와 조금 더 많은 의심을 느꼈다. 태윤은 애써 취기를 숨기려는 듯 눈을 추켜 뜨고 톤을 높인 목소리로 세윤을 불렀다.
“일단 나가자.”
태윤이 무어라 말할 새도 없이 세윤은 앞장서 출구로 향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잘못한 것도 없이 괜히 세윤의 눈치를 보며 뒤따랐다. 3번 출구로 나오자 춥다기보다는 오히려 상쾌한 겨울 공기에 다시 취기를 날린 카지노 게임 사이트 주머니에서 담배를 찾으며 세윤에게 물었다.
“니 무슨 일 있나? 원래 밤에 잘 안 나온다아이가?”
“아무 일도 없다.”
“그럼 뭐 하러 나왔는데?”
세윤은 선뜻 대답하지 않고 걷다가 태윤을 슬쩍 보고는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였다. 무표정한 동생의 웃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태윤에게는 낯선 일이었다. 세윤은 태윤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길게 숨을 내뱉더니 대뜸 말했다.
“행님, 요즘 뒷산에 안 간 지 좀 됐제?”
“그렇지. 나도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정신없었고… 산에 안 가서 답답해서 나왔나?”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무슨 고민 있나?”
세윤은 다시 입을 닫고 몇 발자국 걷다가 물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말보로 레드 한 개비를 입에 물고서 바람을 살짝 등지고 불을 붙이려는 참이었다.
“행님, 근데 산에 갈 때마다 내 데리고 가는 지름길 중에 나무들 벌목한 데 기억하나? 원래 큰 나무들이 빽빽하게 서 있었는데 산불 예방한다고 나무들 싹 다 벌목했던 데. 행님이 거기 자주 갔었잖아. 벌목하기 전에 아빠가 우리 끌고 가서 팼던 데.”
카지노 게임 사이트 세윤이 왜 자꾸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뒷산 얘길 꺼내는지 몰랐다. 그리고 세윤이 말한 그 장소라면 누구보다 잘 아는 곳이다. 등산로 입구에서 산 중턱에 있는 체육시설까지 25분 거리를 15분 만에 갈 수 있는 지름길이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고 태윤과 세윤만이 아는 길. 등산로를 벗어나 비탈을 5분쯤 걸으면 펼쳐지는 평지. 그리고 상류에서 조르르 흘러 내려오는 물줄기를 따라 오르는 길. 태윤과 세윤이 함께 아버지의 폭력을 감당해내야 했던 곳. 그리고 무엇보다 그곳은…
이번에 선뜻 대답하지 못한 건 세윤이 아니라 태윤이었다. 담배에 붙은 빨간 불이 무색하게, 태윤은 담배 연기를 제대로 들이쉬어 보지도 못하고 얼었다. 태윤은 그제야 지하철역 공중화장실에서 봤던 사진이 무엇인지, 묘한 기시감과 분명한 불안감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깨달았다. 취기는 완전히 날아갔다. 방금까지 상쾌하게만 느껴지던 겨울 공기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주머니에 넣은 손끝이 떨렸다. 지하철역에서 겨우 10분 거리인 집이었지만 주거지 골목으로 들어오는 순간 사방은 지나치게 고요했다. 태윤은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앞서던 세윤도 따라 멈춰 서서 태윤을 뒤돌아봤다. 태윤이 가까스로 고개를 들었을 때, 세윤은 윗입술을 한껏 올려 잇몸을 드러내며 기괴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