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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민 Apr 24. 2025

내 인생을 구해줄 카지노 게임 속 명장면 2

"이 세상엔 대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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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이 된 인공지능, 그리고 갑자기 사라진 그녀를 찾는 주인공


뭔가를 잃어버린 듯 허둥지둥대는 한 남자.카지노 게임의 주인공 테오도르는 극중 첨단 인공지능 시대에 살면서 ‘대필 작가’로 타인 대신 편지를 보내주는 일을 한다. 인공지능이 뉴스를 선별해 줄 정도로 삶의 편리를 누리는데도 사람들은 정작 직접 해야 할 일은 타인에게 맡기고 있다.


어쨌거나 타인에게 자신의 삶을 의탁하기는 주인공인 테오도르도 마찬가지여서, 그 역시 아내와 이별하고 그 허기를 달래기 위해 선택한 인공지능과 어느새 사랑에 빠져있다. 얼마나 깊이 빠져 버렸는지, 그는 인공지능 ‘사만다’가 갑자기 모습을 감추자 넋나간 사람처럼 당황하기까지 한다.


'사만다'는 외로운 이들을 위해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주인공인 테오도르는 처음엔 '말벗이나 해볼까'하고 프로그램을 구동하게 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테오도르의 성향에 완벽히 맞춰주는 사만다는 그의 미래까지 응원하면서 점점 애인과 같은 모습으로 바뀌어 간다.


절절한 사랑의 열기 끝에서 이별의 절벽에 발을 디뎌본 사람이라면 절벽이 벼락처럼 무너지는 그 기분을 잘 알 터. 이미 테오도르는 인공지능인 사만다와 잠자리를 가질 만큼 깊은 사랑에 빠져있다. 아무리 그래도 컴퓨터 프로그램과 사랑이라니, '그게 가능해?' 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카지노 게임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사람이라면 아마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깊은 외로움에 침잠한 사람들은 대체할 무엇을 찾기 마련이고, 카지노 게임가 줄곧 강조하는 지점도 그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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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게임 :(중략) “어디 갔었던거야?”

사만다 :“업그레이드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웠어. 우리 프로세싱 플랫폼을 바꾸기로 했거든”


이내 업데이트를 끝낸 사만다가 다시 카지노 게임를 찾아온다. 카지노 게임는 안도감에 주저앉아 안부를 걱정하지만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다.



카지노 게임 :“우리? 우리가 누구야?”

사만다 :“나랑 운영체제들”


테오도르가 사만다를 인공지능 프로그램인줄 알면서도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은 사만다가 오직 자신만을 위해 특수하게 진화한 프로그램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극중에서 사만다는 처음 OS를 설치할 때 자신은 사용자에게 맞춰 진화한다고 언급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운영체제들”이라는 사만다의 말에 테오도르는 샘솟는 의구심을 떨쳐낼 수가 없다.



카지노 게임 :“잠깐... 그 철학 모임이랑 같이 한 거야?”


살다보면 ‘알면서도 하게 되는’ 맹점이 많이 생기게 된다. 카지노 게임가 사만다의 작동원리를 궁금해 하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어찌됐건 상관 없단 태도를 취하는 것처럼 말이다.


테오도르 스스로도 사만다의 프로그램이 한 사람에게 맞춰져있지 않을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겠지만, 그 짙은 외로움의 그늘 속에서 한 줄기 빛처럼 쏟아지는 사만다의 다정함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마치 카지노 게임 <인셉션에서 꿈속에 갇힌 멜이 “한 때는 알았지만 잊어버리기로 한 진실”을 가두는 것처럼.


결국 카지노 게임는 그저 단순히 통화를 하는 것처럼 보이던 길가의 행인들도 점차 그와 같은 지경에 놓여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카지노 게임 :“나랑 얘기할 때 다른 사람하고도 얘기해?”


카지노 게임의 ‘알고 있었지만 잊기로 한 진실’은 현실의 끝에서 점차 그 형태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카지노 게임 :“몇 명이나 돼?”

사만다 :“8316명.”


사만다는 카지노 게임 외에도 자그마치 '8천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과 동시다발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대용품은 그저 ‘대용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폭로되고 만다.



카지노 게임 :“다른 사람들하고도 사귀어?”

사만다 :(중략)“응”


그러나 카지노 게임는그중에서최소한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신뿐일 거라는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재차 사만다를 다그친다.



카지노 게임 :“몇 명이나?”

사만다 :“641명.”


인공지능인 사만다는 8천 명의 사람들 중에 교제관계에 이른 사람도 600명이나 된다는 것을 시인한다. 테오도르는 더 깊은 절망감에 빠진다.


카지노 게임를 엄습하는 절망감은 사만다에 대한 일련의 배신감도 있지만, 자신의 선택에 대한 자괴감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카지노 게임는 이미 자신의 행동이 근본적인 해결법이 되지 못할 모순을 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당장 엄습해오는 고독을 이기지 못해 잠시 모순을 덮고 타협해버린 것이다.


세상에는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아무리 훌륭한 모조품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세상에는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 반드시 존재한다. 카지노 게임가 훌륭한 글 솜씨로 타인에게 대신 손편지를 전달한대도, 그 마음이 온전히 전해 질 리가 없다. 거칠고 투박하더라도 직접 ‘자신의 언어’로 쓰여야하는 것이 편지다. 대체할 수 없는 것을 대체하려할수록 오히려 그 자리의 공허함만이 커져나갈 따름이며, 결국 소통을 포기하고 대체품에 더욱더 의존하는 성향을 띠게 된다.


언제부턴가 고독의 원인을 우리 스스로가 불러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가치를 어느새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자신의 고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스로 제한을 가해 대체품으로 고독을 자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며 정작 내 일상을 차지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진정 나를 행복하게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공허를 대체하는 것인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진지한 소통이 점점 사라져가는 요즘, 이 장면은 꽤 깊은 고민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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