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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진 Feb 21. 2025

카지노 게임 사이트 사는 오피스텔 골목 안

카지노 게임 사이트 사는 오피스텔 골목 안에는 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산다. 몰래 보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내 방 창문에서 보여 그를 관찰했다. 처음에는 그가 마루에 둔 카메라 여러 대와 식물들이 눈에 띄어 어디 스튜디오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저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일상만 눈에 들어왔다. 내가 눈여겨본 것은 그의 루틴이었다. 화분을 돌보고 마당에서 책을 읽고 간단하게 운동을 하며 빵조가리나 국수로 소박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반복이었다. 누구나 다 그렇게 살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매일 똑같이 같은 시간에 일과를 소화한다. 보고 있으면 지루해서 오래 보지는 않지만 가끔 일하다가 쉴 때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이쯤에는 뭘 하겠지 싶으면 딱 그걸 하고 있다. 이 닦으면서 출근 준비하겠지 하면 정말 그는 거울을 보며 양치를 한다.(그의 집은 수돗가가 밖에 있다)

난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약간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 혼자 있는 시간에 뭐가 그리 할 게 많은지 재밌는 노는 게 친숙하다. 그의 문고본 책이 뭔지 제목은 볼 수 없었지만 스티븐 킹이나 페트리샤 하이스미스 같은 페이지 터너가 아닐까 지레 짐작한다. 저렇게 매일 비슷하게 살면 지루하지 않나. 난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넌 어때? 촘촘한 루틴은 그런 의문을 집어삼킨다. 생각하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이 모든 의심을 지우니까. 언젠가는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내 방 창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난 급히 몸을 숨겼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 창문이 밖에서 잘 안 보이는 것을 깨닫고 나 역시 그를 응시했다. 난 방금 꿈에서 본 종려나무 숲의 풍경과 그가 가꾼 화분과 정원이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가꾼 삶이 나와 어우러져 있었다.

난 그를 때때로 따라 한다. 문을 나설 때 하늘을 뚫어지게 본다거나, 별 의미 없는 물건들을 사진으로 남긴다거나. 요즘에는 그가 가끔 벽을 보고 하는 쉐도우 복싱도 따라 한다. 헬스장에서 스쿼트를 하다 말고 입으로 슉슉 소리를 내며 주먹을 뻗기도 했다. 허공에 주먹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거다. 그의 집 벽에 걸린 아날로그시계와 카키색 요, 금성 전축, 열쇠 꾸러미 등이 내 꿈에 자주 등장한다. 지나간 시절과 변함없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내 일상에 그가 침범하고 있다. 단순하게 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고, 단출하고 싶었는데 치렁치렁 많이도 걸치고 다니는 난 어쩌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삶을 시샘하고 있는지 모른다.

일상의 재미를 찾는 건 중요한 일이다. 매일 비슷해도 아기자기한 게 필요하다. 그래야 버티고 살 수 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아무래도 전축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자기가 가꾸는 식물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에 애착이 있는 것 같다. 가끔 마시는 믹스커피와 얇아서 하루면 다 읽을 것 같은 페이퍼백 책도 그가 지닌 소소한 재미로 보인다. 나는 때때로 삶이 시시해서, 그냥 이대로 살 수만은 없어 괴롭다고 느끼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지켜보며 나의 물건들을 어여삐 둘러본다. 반복이라는 터울 속에서 날 구출해 줄 소박한 뭔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언젠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집에 누군가가 와 있었다. 지난 1년 처음 있는 일이다. 교복을 입은 여자애였다. 감정적인 동요가 없고 손님처럼 그 아이에게 커피를 타 주는 것으로 보아서 가족은 아닌 것 같았다. 어쩌면 조카 정도? 그는 눈에 띄게 아이를 불편해했지만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아이는 수돗가에서 세수도 하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보란 듯이 그의 물건을 뒤지고 다녔다. 그는 곤란해하면서도 이런저런 말을 보탰다. 보기 좋았다. 결국 여학생은 반나절만에 그곳을 떠났다. 그는 한동안 속이 상해 보였는데 그렇다고 자기 삶을 부정하는 걸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의 가족은 어디 있을까. 그 여학생은 가족일까. 그에게도 원래의 삶이라는 게 있을까. 말과 소통의 의지가 없는 사람일까. 그에게 누군가가 필요할까.

난 아주 가끔 내가 계단을 내려가서 건물 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헤치고 나아가 그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한다. 늘 닫혀있는 그의 집 문을 열어젖히고 당신이 노려봤던 8층 관음증 환자라고 날 소개하고 싶다. 난 당신의 미니멀리즘과 아날로그식 삶을 동경한다고 고백하고 싶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고 내 얘기도 들려주고 싶다. 내가 다 털어놨으니 이제 당신도 말할 차례라고 억지를 부리겠다. 당신 사랑은 해봤냐고, 여기 오기 전에는 어디서 살았냐고. 왜 맨몸 운동만 하냐고, 아령 하나 갖다 주냐고. 사람이 아닌 세계와 자연과 사물과 소소한 일상의 것과 소통하며 살면 후련하냐고. 다들 연결되어 보이는데 다르게 사는 기분이 어떠냐고.

아마 그는 내게 되물어볼 것 같다. 뭐 하는 사람이냐고. 나는 주저하다가 관찰자라고 대답하다 말고 말을 흐리다가 다시 작가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니 당신 얘기를 들려달라고, 내가 글로 잘 써보겠다고 청할 생각이다. 그는 아마 내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뗄 것이다. 내가 처음 집을 나선게 딱 스무 살이었습니다. 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으로 오게 된 것도 딱 그때였죠. 난 아주 편안하게 그의 이야기를 듣게될 것 같다. 더할나위 없이 바라 마지 않는 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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