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3
벌써 10분은 족히 지났지 싶다. 여자아이 둘이 진열대 사이를 오가며 과자를 들었다 놨다, “이건 얼마예요?” 물었다가, 다시 소곤거리기를 다섯 번이나 반복하는 중이다. 둘이 초특급 절친인 듯한데 일요일마다 비슷한 시간대에 오는 걸 보면 근처 교회에 다니는 모양이다.
사실 예전의 나도 가끔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가면 매장 안을 한참 서성이곤 했다. 어디에 어떤 상품이 있는지 일단 둘러봐야 했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만 파는 물건을 구경하는 게 재미있었다. 결국 사는 건 과자 한두 봉지 혹은 라면 한두 개. 이런 내 행동이 직원에게 스트레스가 되리라곤 그땐 생각 못 했다. 손님이 언제 계산하러 올 지 알 수 없어 화장실에도 못 가고, 빈 매대를 채우러 창고에 다녀올 수도 없다. 물론 신중하게 구입을 고민하는 손님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 소비란 마땅히 그래야 한다. 다만, 하염없는 대기 상태에 놓인 붙박이 노동자의 은근한 긴장감과 피로를 말하고 싶을 뿐이다. 가만히 있다고 해서 쉬는 게 아닌.
다행히 바쁘지 않은 시간대라 어린 손님들의 질문과 요구에, 귀찮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애써 부드럽게 응할 수 있었다. 이들이 한참의 망설임 끝에 선택한 건 부숴 먹는 라면 과자 한 봉지와 다디단 음료 한 병.
“같은 학교 다녀?”
“아니요. 학교는 다른데요, 같은 교회 다녀요.”
‘예상이 맞았군.’
“1학년이야?”
“네! 맞아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밖으로 나가는 대신 매장 뒤쪽 식탁으로 향했다. 그제야 나도 창고와 워크인을 오가며 매대를 채우고 간간이 시시티브이로 아이들을 확인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말소리가 그리 크지 않아 정신 사납지 않게 매장을 두루 살폈다.
계산대로 돌아와 앉아 있는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다가왔다.
“휴지 있어요?”
“휴지? 테이블 위에 있지 않아?”
“있는데요, 다 썼어요.”
주눅 든 표정과 목소리가 어쩐지 불길하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 열 손가락 전체가 스프 범벅이다.
“아니, 손이 왜 이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아무말이없다. 물티슈를두장씩손에쥐어주고는서둘러식탁으로걸어갔다. 테이블주변에떨어진하얀라면부스러기, 상판에진득하게눌어붙은얼룩과휴지뭉치가멀리서도또렷이보였다.
가까이 가니 테이블과 바닥만 더러운 게 아니라 냅킨통에도 끈적한 스프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행주로 냅킨통을 먼저 닦고 테이블과 바닥도 차례로 치웠다.
그러는 사이 손님 몇 명의 물건값을 계산하고, 배달 주문을 처리했다. 바닥 마포질까지 마친 뒤에야 다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나가고 없었다.
손은 깨끗하게 닦았을까? 꽤 끈적였을 텐데. 차라리 물로 씻게 화장실 문을 열어줄 걸 그랬나. 직원 전용이라 외부인은 사용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일을 잔뜩 벌여놓고 간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밉기는커녕 눈에 삼삼한 이유는 뭘까.
아이들의 손을 보자마자 뒷골이 확 당긴 건 사실이다. 더러운 식탁을 치우는 게 한두 번이 아닌데 볼 때마다 열이 뻗친다. 이번엔 어지른 상태가 특히 심했다. 그런데 스프가 잔뜩 묻은 냅킨통과 식탁 여기저기 말라붙은 휴지를 보면서 어쩐지 화가 차츰 누그러졌다. 자신들이 저질러 놓은 걸 치우려 애쓴, 어설퍼서 오히려 뭉클한 흔적들.
식탁에 떨어진 라면 국물이나 도시락 반찬 국물을 닦지 않고 그대로 일어서는 뒷모습을 많이도 보았다. 젓가락 포장지나 심지어 입 닦은 휴지를 식탁에 둔 채 떠나는 뒤통수도. 담배 비닐을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바닥에 버리고 나가는 이의 뒷덜미를 잡아채 “주우세요!”라고 외치고 싶기도 했다. 자신이 더럽힌 줄은, 버린 줄은 알까? 살피는 습관을 익히지 못한 미숙한 자라면 알지 못할 것이다. 알고도 그런다면... 할 말이 없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나간 출입문으로 오후 햇살이 가득 비쳤다. 어지러운 먼지들 사이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남긴 얼룩이 애틋하고 잔잔한 무늬로 바뀌는 것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