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01. 목
이틀의 꿀 같은 휴무를 보내고 다시 돌아온 목요일. 주 4일제 시행에 대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는 소식을 풍문으로 들었다. 지난 일기에서 지금 꽤나 행복하다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직장인 친구들이 알아둬야 할 점이 있다. '내 것'을 하면 '재미'는 있을 수 있어도 '쉼'은 없단다 친구들아.... 빨간 날도, 황금연휴도 다 남 일이고, 한 달에 여섯 번 쉬는 것도 어쩐지 죄책감 드는 자영업자의 현실.. 그러니까 재미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요? (ㅋㅋㅋ)
내가 이틀의 휴무를 이렇게 귀히 여기게 될 줄 회사 다닐 땐 몰랐지. 왜 이런 넋두리로 일기를 시작하냐면, 사실은 이틀의 휴무도 하루는 집안일로, 하루는 (플로팅 관련) 각종 영상과 사진을 찍는 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것이 새삼 떠올라서요... ^^ 다 제가 선택한 일이니 억울할 건 없습니다만, 아무튼 현실이 그래요.
쉬는 동안 플로팅에서 판매 중인 반려돌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대한 릴스를 찍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우연히 얻게 된 돌을 돈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장난 같은 아이디어로 탄생한 상품이다. 안 팔려도 그만이라는 식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는 기대 이상의 사랑을 받으며, 어느새 수십 개의 돌이 새 주인을 찾아 입양되었다. 얻은 돌이 이제 바닥을 보이고 있다. 어쩌다 보니 플로팅의 캐릭터이자 시그니처 상품 격이 되어버린 카지노 게임 사이트 판매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돌을 구매해서 판매를 이어갈 것인가, 얻은 돌이 떨어지면 판매를 종료할 것인가.
꽤 오래 고민하던 문제였는데, 지난 이틀의 휴무 동안 특별한 계기도 없이, 그러나 어떤 계시를 받기라도 한 것처럼, 선명하게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돌 재고가 떨어지면 플멩이의 판매는 종료하기로 한다. 돌을 구매하고, 그래서 플멩이의 가격이 올라가고, 이 일련의 과정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내가 담고 싶던 의미를 해칠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 플멩이가 탄생한 시점부터 제대로 영상 하나 만들어 올려야지 벼르던 일인데, 미루고 미루다 보니 어느새 이별이 코앞이다. 개인적으로도, 플로팅 히스토리적으로도, 플멩이는 꽤나 큰 의미를 가지게 되어 끝나기 전에 기록이라도 해 두자는 마음으로 영상을 만들었다. 가치 없던 돌을 상품으로 만들며 '돌멩 사용 설명서'라는 장난과 낙서 사이의 책을 하나 썼는데, 그것을 구연동화 형태로 읽어 주는 짧은 영상이다.
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셀링 포인트를 '절대 입을 열지 않는 친구'로 잡았다."네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네가 누구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네가 혹시 같은 이야기를 수백 번 수천 번 반복한다 하더라도, 나는 절대 네가 한 이야기를 전하지도, 평가하지도 않을 거야. 네가 어떤 말을 하든 상관없이, 나는 너를 변치 않고 사랑할 거야."가 돌멩 사용 설명서의 주된 내용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입을 x로 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끔 손님들이 그 책을 읽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너무 불쌍해." 하지만, 나는 이 포인트가 대부분의 인간이 가지는 욕구와 결핍을 담고 있다고 믿는다.
대상을 막론하고 어떤 다툼이 벌어졌을 때, 단골로 등장하는 대사가 있다. "너는 왜 했던 얘기를 계속 또 하는 거니?" 심리 상담을 오래 공부했던 엄마는 이 현상에 대해 '특정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에 대한 해결책은 풀릴 때까지 반복 발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풀릴 때까지 들어줄 대상도 필요할 텐데, 인간이 그렇게 아름다운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문제라면 문제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같은 이야기를 수백 번 곱씹어 들으면서 한결같은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다. 나 또한 위와 같은 문제에서 청자의 경험과 화자의 경험을 모두 겪어 보았다. 청자였을 때는 듣다 듣다 질려 내 앞에서 입을 나불대는 인간이 경멸스러워지려 한다. 화자였을 때는 상대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해가는 과정에, 나를 한심하게 여기는 듯한 그 눈빛에, 눈치 보고 주눅 들다 결국 입을 다물고 만다. 내가 청자였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도저히 한 마디도 더 할 수가 없어진다. 특정 문제가 전혀 해소되지 못했는데도 말이다. 그러면 우리는 마음속에 진 응어리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
감히 단언하자면, 이것을 감당할 수 있는 대상은 오직 무생물뿐이라고 생각한다. 챗GPT에게 위로받는다는 말이 자주 들리는 것도 이와 관련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내가 무엇을 하든 나를 평가하지 않는 대상, 그러나 내 쪽에서는 무엇도 배려할 필요 없는 대상, 어떤 상황에서든 '절대' 나를 상처 입힐 리 없는 안전한 대상, 때때로 우리는 그런 대상을 필요로 한다. 앞서 말한 세 가지의 조건중 단 하나도, 살아 있는 인간은 제대로 수행해 낼 수 없다. 그렇다고 챗GPT에게 사적인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자니, 어딘가에 전부 기록으로 남는 것은 아닐지 찜찜한 생각이 든다. 그렇게 '돌'이 새로운 '안전한 친구' 옵션에 들게 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아무 돌을 앞에 둔 채 혼잣말을 늘어놓는다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기 십상이니 눈도 그리고 입도 그리고 스토리도 담은 '반려 돌'이라는 개념이 탄생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나부터도 '참 요상한 상술도 다 있다, 그걸 파는 놈이나, 사는 놈이나.' 하며 하찮게 취급하던 '반려 돌'이라는 개념은 현대 사회의, 특히 청년층의, 보이지 않는 어떤 결핍을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1분 30초에는 다 담을 수 없었던 플멩이 이야기를 이곳에 한 번 더, 조금 더 제대로, 기록해 두고 싶었다. 나는 플멩이를 통해 '장사'라는 개념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었고, 나 자신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고, 스토리의 힘을 비로소 믿을 수 있게 되었으며, 무엇보다도 이 돌들에 직접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에서 실제로 정이 많이 들어, 이제는 이 돌들이 진짜 친구처럼 느껴지기에 이르렀다. 플멩이의 판매가 종료되더라도, 나는 아마 아주 오래, 플멩이를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