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이 누나 향지
며칠 후면 봄 소풍이다.
그러면 아빠는 또 카메라를 메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학년 소풍 장소에 따라올 거다. 참, 형식이가 입학을 했으니까 어쩌면 일 학년 소풍 장소로 가실 수도 있겠다. 아무튼 그날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빠가 제일 멋지게 보이는 날이다. 비싼 카메라를 들고 반별 단체 사진을 찍는데 선생님들도 모두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빠 카메라 앞에서는 차렷 자세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빠는 대장이라도 된 것처럼 모든 사람들을 이렇게 저렇게 지시한다. 그러면 아무도 거역하지 못한다. 카메라 앞에서는 모두 순한 양이 된다. 조금 더 예쁘게 보이려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빠한테 더 굽신거린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학년에서 제일 무서운 호랑이 체육 선생님도 사진기 앞에서는 벌벌 떤다. 그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몰래 뒤에서 킥킥대고 웃는다.
이날은 맨날 잘난 척하는 부자도, 인기 많고 예쁜 영주도 내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부자네 집에도 사진기가 있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빠 대형 카메라에 비하면 턱도 없다. 그날은 사진 한 번 더 공짜로 찍으려고 아이들이 내 옆에만 졸졸 따라다닌다. 아빠는 그날만 특별히 나랑 찍는 애들에게는 공짜로 사진 현상을 해 주기 때문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집은 무당 할머니 집 건너 방이다. 마당 들어서면 바로 마루 정면에 신당이 있다. 신당 오른쪽이 무당 할머니 방이고 왼쪽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집이다. 그리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집을 빙 돌아가면 어두컴컴한 뒷방이 하나 더 있다. 거기는 용숙이네다. 용숙이는 이번에 4학년에 진급하지 못했다. 용숙이 어머니 병이 점점 심해져서 갓난아기 형춘이를 볼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맨날 형춘이를 업고 집안 살림을 용숙이가 다 한다. 아침에 내가 학교 가려고 마루에서 엄마가 머리를 땋아주시면, 용숙이는 걸레통을 들고 형춘이를 업은 채 부러운 눈빛으로 한참을 서서 쳐다본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안 좋았다. 엄마는 용숙이가 그러고 있으면 형춘이를 받아 안았다.
“용숙이, 아침 안 묵었제?”
“괜찮아예!”
“카지노 게임 사이트 부엌 부뚜막에 밥 한 그릇 남았다. 아침에 소고깃국을 끓있는데 간이 맞는가 모르것다. 냄비 채로 들고 가거라. 얼른 들어가서 어머이 드리고 한 숟가락 묵고 나오너라!”
“번번이.”
“쪼매난 아-가 그런 인사치레 안 한다! 얼른.”
용숙이가 들어가고 나면 엄마는 또 형춘이 목욕물을 아궁이에 끓인다. 나는 그럴 때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엄마가 천사처럼 보였다. 아빠도 그런 엄마의 착한 마음씨에 반해서 몇 달이나 따라다니다가 겨우 결혼했다고 했다. 외할아버지는 아빠가 사진이나 찍는 딴딴라라고 완전히 반대하셨다는데 지금은 명절마다 시골에 내려가서 동네 사람들 사진 찍어주고 하니까 아빠만 보시면 웃으신다. 어른들은 참 변덕도 심하다.
“쯔쯧, 또 헛공 들인다!”
무당 할머니가 구부정한 허리를 펴지도 못하고 마루를 기다시피 나온다.
“흐흐, 와 예!”
“그란다꼬 죽을 년이 살까?”
“쉿, 아침부터 또 와 이랍니꺼?”
엄마는 뒷방 용숙이가 들을까 봐 고개를 돌려서 눈치를 본다. 무당 할머니가 정말 싫다. 심술쟁이, 욕쟁이 할머니! 무당이라면서 열 번에 한 번을 맞추는 법이 없다. 대문에 꽂아둔 대나무에 오색실도 먼지투성이고. 제발 점도 못 치면서 대나무라도 좀 뺏으면 좋겠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집을 아는 애들은 모두 놀린다. 무당집에 산다고. 작년까지는 그럴 때마다 용숙이가 덤벼서 애들을 다 막아줬다. 그런데 이제는 용숙이도 학교에 없고. 내 앞날이 캄캄하다.
“형식아, 학교 가자!”
무당 할머니 잔소리 듣기 싫어서 방 안에서 뒹굴거리는 형식이를, 집이 떠나가게 불렀다. 엄마는 용춘이를 마루에 눕히고 뛰어나오는 형식이 옷매무새를 만져주었다.
“천천히 조심조심 다니거라!”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큰 소리로 인사하고 대문을 나섰다.
“다 헛공이라!”
무당 할머니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정말 듣기 싫은 소리다.
“향지야, 마치면 곧장 오너라!”
착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 엄마 목소리다.
“예!”
나는 골목이 떠나가게 일부러 더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는 형식이 손을 잡고 골목을 막 뛰어나갔다. 골목 끝 빨래터를 지나 넓은 밭으로 나가니까 아이들이 삼삼오오 걸어가고 있었다.
“어! 서영아!”
형식이는 내 손을 놓고는 앞에 가는 서영이랑 영민이 쪽으로 막 달려갔다. 나 보고는 영민이 잘난 척해서 꼴 보기 싫다더니만 그래도 서영이는 좋은가보다.
“무당집 향지!”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째려보면서 뒤로 홱 돌아봤다. 정말 듣기 싫은 소리다. 역시 부자다. 오늘은 또 꽃무늬 원피스에 흰 스타킹에 예쁜 구두까지 신었다. 피부가 깜 해서 그렇지 예쁘긴 하다. 부자 뒤에는 무뚝뚝한 연자가 따라가고 있었다. 연자는 체크무늬 바지에 아직도 두꺼운 겨울코트를 입고 있다. 부자는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내 옆을 지나갔다. 연자는 꼭 시녀처럼 졸졸 따라간다. 같은 자매인데 어떻게 저렇게 차별할 수가 있을까. 부자는 피아노에 발레에 안 배우는 게 없고 연자는 맨날 걸레통만 들고 빨래터에서 산다. 돈도 많으면서 참 이상하다.
뒤에서 영주네 아이들이 달려왔다.
“향지야, 오늘 수업 마치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집에 놀러 올래?”
“진짜? 혹시 용숙이도 데려가도 되나?”
“당연하지!”
영주는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를 찰랑대면서 동생 미주랑 영석이를 양손에 잡고 걸어갔다.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 영주는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착하고 공부며 피아노며 무용까지 못 하는 것도 없고.
갑자기 기분이 우울해졌다. 밭 너머 큰 다리를 지나면서 강을 내려다보고 서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까 저 쪽에서 말숙이가 서 있는 게 보였다.
“말숙아. 학교 안 가고 뭐 보노?”
“그냥. 카지노 게임 사이트 언니하고 같이 학교 다니고 싶었는데.”
“가자! 내하고 가면 되지!”
“….”
“준비물 떨어지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 교실로 와라! 4학년 10반이다! 알았제?”
“응, 언니!”
말숙이 표정이 갑자기 환해졌다. 나는 말숙이 손을 꼭 잡고 다리를 건너 기차 굴도 지나 유채밭에서 유채 한 줄씩을 뽑아 질겅질겅 씹으면서 갔다. 아이들이 구름처럼 교문 근처에 모여 있었다.
세상은 모두 공평하지만은 않은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