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고등어
가을걷이 끝내고
오일장에 나가셨던 아버지
환하게 목 빼고 기다릴 식구들
눈에 아른거려
짭조름한 간고등어 한 손
지게다리에 매달고
장터 국밥집 들리셨다는데
반주로 마시던 막걸리가
해 저물도록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던 걸까
막차 타듯 어둑해서야 귀가하셨다
이리 휘청 저리 비틀
돌부리에 차이고 나뭇가지에 걸리며
고갯마루 넘어오실 때
잠시 쉬었다 가라고
옷깃 잡아끄는 나뭇가지에게
발목 붙잡는 돌무더기에게
아녀, 아녀, 이러지들 말어,
새앙쥐 같은 자식들이 눈 빠지게
기다린단 말여,
통통한 고등어 몸통 한 점씩 떼어주며
달래 놓고 오신 걸까
지게다리 끝엔 대롱대롱,
고등어 대가리만 매달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