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의 시간
날이 어둑해졌지만
그렇다고 아직 밤은 아니다.
낮이라고 하기엔 주위가 너무 흐릿하고
밤이라고 하기엔 시계視界가 열려있다.
이맘때가 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슴이 운다.
곁에 있을 사람은 이미 다 곁에 있는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 모르는 어떤 그리운 이가 또 있어
저 길을 따라 찾아와 줄 것만 같아
모딜리아니 그림 속 여인처럼 목 길게 늘여
자꾸만 밖을 내다본다.
누군가 기웃기웃
내 집 담장을 넘어다 보는 듯하여
망막 조리개를 잔뜩 조여 보면
저만큼 다가와 서성이는 푸르스름한 저것이
개인지 늑대인지 도통 구별이 안 간다.
혹시, 내 내면의 선과 악, 두 인격이 분리를 일으키느라 낮과 밤의 경계에 서면 이토록 혼란스러워지는 것일까? 내 속에 잠들어 있던 또 다른 온라인 카지노 게임 밖으로 나오려 용트림하는 것일까?
어젯밤에도 분명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다가 잠이 든 것 같은데, 아침에 일어나려니 몸이 천 근 만 근 무겁다.
도대체 나는 밤새 나도 모르게 어디서 무슨 짓거리를 저지르고 다녔길래 아침이면 이렇게 일어나기가 힘든 것일까?
태곳적에 나는 개였을까 늑대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