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샹콩젠과 옌카지노 게임
798 예술구에서 인생 사진을 건졌다면 이제 두 번째 인생 사진을 건지러랑위앤스테이션(朗园Station)으로 가자. 798 예술구에서디디추싱을 타면 15-20분 남짓 걸린다.
지금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공간이 있다. 3년 전 랑위앤스테이션이 그랬다. 당시에는 특별한 게 별로 없었고 공사하는 곳도 많았지만 '여기 앞으로 굉장해지겠어'라는 묘한 예감이 들었다. 베이징 출국이 얼마 남지 않아 변화를 관찰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러니 3년 만의 베이징 여행 코스에 랑위앤 스테이션을 넣은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예감은 꼭 들어맞아 지금의 랑스(MZ처럼 내 맘대로 줄여봄)는 겨울임에도 생기가 넘치는 핫플레이스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카지노 게임이 두 개나 들어와 있어 절대 놓칠 수 없는 여행 코스로 등극했다.
랑위앤스테이션에서 만난 카지노 게임 하나, 단샹콩졘(单向空间).
시대의 저항자로 불리는 ‘쉬즈위안'과 언론 및 출판계에서 일하던 지식인 13명이 5만 위안씩 모아 만든 카지노 게임이다. ‘우리는 세계를 읽는다’는 슬로건을 가진 곳. 예전에 있던 지점이 모두 없어지고 랑위앤 스테이션에 새로 오픈했다. 타 지점 폐점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처럼 아주 크고 멋지게.
'일방통행로'라는 의미의 단샹콩젠은 독일 언어 철학자 발터 벤야민의 책 제목에서 따왔다. 벤야민은 보들레르가 파리에서 그러했듯 도시를 배회하며 사유하는 산책자였다. 쉬즈위안은 거리의 풍경에서 떠오르는 시상과 낱말, 사유를 자유롭게 건져 올렸던 벤야민식 사유가 카지노 게임에서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이름을 지었다.
단샹콩젠에는‘阅读是一座随身携带的小型避难所(독서는 휴대할 수 있는 작은 피난처)'라고 쓰여 있는 컵이 있다. 당신의 가방에는 휴대할 수 있는 피난처가 있나요?라고 묻는 듯했다. 여행자의 가방에는 책은 없지만 이북이 가득한 휴대폰이 있으니 나는 어디서든 대피할 수 있다.
어느 카지노 게임에나 마치 다른 세계를 찾듯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다. 머리를 통째로 다른 세계에 담그는 매력적인 일에 대하여 생각한다.
청년로(青年西路)에 있던 YAN카지노 게임도 랑위앤 스테이션에 새로 문을 열었다. 2016년에 오픈한 言YAN Coffee는 세계 각지의 우수한 예술, 패션, 디자인, 생활미학 등의 출판물을 위주로 하는 독립카지노 게임이다. 문화 관련 전시와 행사들도 많이 진행했다.
이들의 슬로건, Books Coffee and More Ideas for Life.
무방비상태에서자전거두대가나란히놓인카지노 게임의입구를보고야말았다. 이런 모습으로 나를 맞아주는 공간을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예전 인테리어가 깔끔한 화이트톤이었다면 우드 감성이 더해진 새로운 옌카지노 게임은 더 멋스러워졌다.
내부를 찬찬히 둘러보니 옌카지노 게임의 시그니처인 새하얀 책장은 그대로다.
유난히 눈길을 끌던 장면 하나. 벽에 붙은 작은 거울에 새하얀 책장과 책이 비치고 조금 황량하지만 따스하기도 한 바깥 풍경이 덧붙여졌다. 몇십 분이고 하염없이 볼 수 있을 것 같은 풍경. 훗날 옌 카지노 게임을 떠올린다면 나는 이 장면을 바로 끄집어낼 것이다.
베이징러 시절, 이방인의 신분으로 읽을 수 없는 책들이 즐비한 서점을 누비며 김겨울 작가의 <책의 말들에 나온 글귀를 떠올렸다.
'도서관이 특별한 줄은 도서관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아는 것 같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책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카지노 게임도 비슷하겠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내게 줄 수 있는 압도적이고도 내밀한 기쁨에 대해 생각한다.
매일 걷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