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쿠폰도 유전인가? 그런 듯.
딸이 카지노 쿠폰에 빠졌다.
버튜버란 무엇이냐. 버츄얼+ 유튜버의 합성어로, 유튜버긴 한데 본체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버츄얼 캐릭터가 나오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들이다.
뭔지 잘 모르실 어르신들을 위해 설명드리자면 예전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이버 가수 아담이 노래도 부르고 잡담도 하고 춤도 추고 게임도 하면서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한다고 보시면 되겠다.
바다 건너 일본의 카지노 쿠폰 전문 회사 '홀로라이브'는 상장사이다. 티커는 5253, 오늘 주가는 2948엔. 23년 당시 750엔 스타트였다. 돈이 되는 산업이란 뜻이다.
소속 버튜버는 80 몇 명, 1인당 수익이 약 연 7억 원 정도라 하니 회사 규모를 대충 짐작할 수 있으리라.
여하튼, 딸이 이 홀로라이브 소속의 인도네시아(??) 버튜버 '코보 카나에루'에 빠져 알아듣지도 못하는 인도네시아어와 영어 일본어 방송을 들으며 깜깜한 카지노 쿠폰을 시작했다.
덕력도 유전인지? 딸이 저러는 모습을 보니 옛날 내 모습을 보는 듯하다... ps1복제 디스크를 사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일본어로 게임을 하고, 귀가 안 트여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일본 노래를 더듬더듬 따라 부르며 카지노 쿠폰을 하던 과거의 나와 남편...
덕후끼리 교배(!)를 했으니 유전 법칙에 의해(?) 당연히 덕후가 나오겠지 뭐.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 부부는 아이가 카지노 쿠폰한다고 잔소리할 자격이 없다. 본인들이 과거에 한 짓이 있는데.
대신, 카지노 쿠폰을 같이 했다. 카지노 쿠폰은 혼자 하면 외로운 법. 그걸 잘 아는 나와 남편이기에 열심히 딸과 같이 버튜버 방송을 시청하고 각자 다른 최애를 잡아 카지노 쿠폰을 시작했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서 인터넷으로 딸깍 하기만 하면 카지노 쿠폰의 먹이가 굴러 들어온다. 인도네시아라는 메이저 하지 않은 국가의 버튜버임에도 불구하고 핥아먹을 자료가 차고 넘치는 세상인 것이다. (사실 인기는 홀로라이브 내에서 탑 3안에 드는 것 같다. 국가는 마이너지만 개인은 메이저급이다. 인도네시아 혼다의 오토바이 광고도 찍은 걸 보면...)
지난 주말에 롯데시네마에서 일본에서 하는 홀로라이브 콘서트 라이브 중계가 있었다. 마쿠하리멧세라는 한국의 코엑스 같은 곳에서 진행할 정도로 규모가 큰 행사다.
딸을 위해(?)인당 7만 얼마 하는 티켓을 구매해 인형이며 그간 사다 모은 굿즈에 응원봉까지 한 보따리 짊어지고 극장으로 가보니 어린애는 우리 딸 하나뿐이더라... 그렇지 아무래도 언어의 장벽이 있으니까 애들은 힘들지...
이전에 이미 두 번 정도 다른 콘서트에 간 경험이 있기에 익숙하게 인형과응원봉을 꺼내서 흔드는 딸.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졌다. 공부는 못할지라도 이렇게 카지노 쿠폰만 해도 외국어는 건지겠다 싶어서.저걸로 밥 벌이할 길을 열겠지 싶어서.
그 큰 회장을 꽉 채운 사람들을 보니 음반계, 방송계, 공연계에 특이점이 왔다는 실감이 들었다. 그들의 음반은 평범하게 음반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고 차트까지 올라가고, 그중 호시마치 스이세이라는 가수는 가수로서의 성공 지표 중 하나인 부도칸 공연을 해 냈으니 말이다.
바다 건너까지 안 보더라도 우리나라에도 성공 사례가 있다. 이세계 아이돌이라던가 플레이브라던가. 여기는 그냥 가수다 완전.
아담을 기획한 사람은 시대를 얼마나 앞선 현자였던 것인가. 몇십 년이나 지나서야 이렇게 그가 그렸을 세상이 펼쳐졌다.
어쨌든 무대에서 열창하는 3D캐릭터들을 보고 있자니 새삼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한동안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유튜버였는데, 이렇게 버튜버가 계속 승승장구하다 보면 장래희망이 버튜버인 아이들도 많이 늘어날 것 같다.
일단 우리 딸부터 카지노 쿠폰 꿈인 듯하다. 딴엔 부끄러워서 숨기는 듯 하다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