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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빙트리 Apr 05. 2025

지켜야 할 카지노 게임

2023.11.24

지켜야 할 카지노 게임

오늘은 집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나오느라 개점 시간이 조금 늦어졌다.
누구와 약속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괜히 마음이 조급해졌다.
마치 이 책방을 누군가 보이지 않는 점주가 대신 지키고 있었던 것처럼—
서둘러 책방 문을 열었다.

문을 여는 찰나, 여자 손님 두 분이 들어왔다.
한참을 책장을 훑고, 이것저것 들춰보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기도 하고,
귓속말로 조용히 속닥이다 이내 나가버렸다.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이 책방에서 파는 것들이
그들에게는 가볍게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이었는지도.....
누구나 아는 온라인 서점에서는
새 책을 할인된 가격에, 간편한 택배로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손때 묻은 중고책을 정가로 사야 할 이유는 없을 테니까.

며칠 전 제주도의 한 카지노 게임가 쓴 글이 떠올랐다.
“책방은 책만 파는 곳이 아닙니다.
공간과 시간,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파는 곳이죠.”
그 글을 읽고, 나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었다.

이곳에 찾아온 사람들이 책을 사지 않아도 괜찮다.
이 공간에서 흘러가는 시간,
스며드는 공기,
책장을 넘기며 머무는 그 짧은 순간들이
어딘가에는 여운으로 남기를 바란다.

지금은 다소 쓸쓸하지만
언젠가 누군가, 그 여운을 따라 다시 이 카지노 게임를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보이지 않는 규칙을 지키며,
이 카지노 게임를 지키고 있다.


이 공간을 꾸려나가는 카지노 게임의 정성이 느껴지신다면,

책 한권 구매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거에요.

부디 사진만 찍고 나가지 말아주세요. -제주 책방 소리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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