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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김정 Apr 11. 2025

걱정하는 건 실은 걱정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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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안에는 금기가 있습니다.


고등어를 식탁에 올리면 안된다 입무료 카지노 게임.


이유인즉슨.

어린 시절고등어구이를 먹은 적이 있는데요.

음 생각해보니 실은 뭐 많이 먹은 것도 아니지만요.

젓가락먹었나.

얼마 지나지않아 몸에오돌토돌 뾰루지 같은 게 뭡니까요.


“엄마, 이거 뭐야.”

뭐긴 뭐겠어요.


누가 봐도 알레르기.

아무튼 알레르기니까, 그럼 앞으로 먹지않으면 될 건데.


근데 문제는 부모님 반응이었죠.


두분혼비백산했습니다.


"으아아아."


왜냐면 어머니도 여름에 놀러가서 민물생선 맛만 살짝 봤는데 알레르기로 몇개월을 고생했었고.

얼마전막내가 홍역을 심하게 앓아 죽네 사네 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부모님 입장에선 질병 거시기하면 공포심에 가까운 트라우마가 있었던 것이죠.


해서 백지장처럼 하얘진 아버지가.

덜덜덜. 남은 거 싹다 갖다버려!”

한 겁무료 카지노 게임.


조리하지않은 멀쩡한 고등어까지 버리려던 어머니께서.

아깝기도 하고, 알레르기라는 게 누군나고 누군 안나는 선별적인 거아닌가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어서요.


뭐 어떻든 그렇겠죠.


이웃에 선심 한번 쓰자는 취지로 옆집에슬쩍얘기해보니.


“오호고등어 아닙니까.이 맛있는 걸.우린 그런 거 없으니 후딱주쇼.” 하고 선뜻 건네받았다고 합무료 카지노 게임.


4남 1녀의 자식들과 연로한 할머니까지 모시고 사시는 대가족인 옆집은.

구이며, 조림이며, 김치찜이며, 시끌벅적먹방을 했겠.


“아니, 이 맛난 걸 먹고 알레르기가 낫다고?”

“그렇다네요.”

“꺼억. 까탈스럽네.”


네. 그렇습니다.

옆집은 멀쩡했습니다.


이럼 다른 식구들은 먹어도 되는 거 아닐까요.


그러나 아버지 생각은 달랐죠.


질병이라면, 알레르기라 하더라도 엄격한 원칙론의 근본주의자였습무료 카지노 게임.

중세 수도승이며, 이슬람 원리주의 시아파였죠.


“네 속엔 고등어와 상극의 피가 흐르는 게 틀림없어.” 라며.

저희집에서고등어를 밥상에 올리는 일은 일체 없었다는 얘깁무료 카지노 게임.


가자미는 올려도, 갈치는 먹어도, 동태는 괜찮아도, 새우젓갈, 멸치조림은 곁들여도, 고등어는 철저히 배제되었죠.


만 빼고 먹어도 될텐데. .


그 뒤로 저희는 고등어가 없는 세계에서 살게 되었죠.




그러다 세월이 흘러 회사 신입사원때 일입니다.


연수원직원식당에서 인사담당 상무님과 점심 테이블에 동석한 적이 있었죠.


좋았을까요.

좋을 리 없겠죠.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숨이나 제대로 쉬면 모를까.

밥 먹다 질식사하는 거죠.


그리고.

1대1로 앉았냐고요.

설마요.

소개팅도 아닌데.


당연히 인사팀 부장님, 연수원 장님, 지도 선배님이 함께 했죠.

저를 포위하고.


1개월도 안되는 신입사원이 어째서 그런 자리에 껴앉은 걸까요.

저쪽 테이블들엔 신입인 제 동기들끼리 꽁냥꽁냥 모여있는데.

그런 신입동기들이백명도 넘었는데.

하필제가.


우수사원이라서.

신입사원들을 대표해서.

절대 아닙니다.


강의실에서 무슨 일인가로늦게 올라왔는데,

아마 화장실 갔다왔겠죠.


식당 문 앞에서 자리가 없어 꾸물쩍거리는 를 보고,

지도선배님이손을 흔들었습다.


“어이. 거기 멀뚱멀뚱 서있지 말고, 일로 와 앉아.”


"넵!"


헌데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죠.

왜냐고요.


식당의 메인 메뉴가.

고등어조림이었으니까요.


고등어.


저희집 금기 음식 맞습니다.


"헉!"


이슬람교도가 삼겹살을 만날 때처럼.

힌두교도가 육회비빔밥을 조우할때처럼.

비건주의자가 특대 내장탕을 해후할때처럼.


아연실색해졌죠.


거기다 문제는 더 있었습니다.


배식하시는 분께서 상무님과 함께 식사한다고아부성으로고등어 토막을 듬뿍 얹어주셨습니다.


한토막.

두토막.

세토막.


감사합무료 카지노 게임만 이 정도로 충분히 치사량인데.


네토막.

다섯토막.


그만! 이 양반이 진짜 누굴 죽일 참이야!


근데 거기서 멈추지않고.


에잇솥에 있는거 다 부어줄께.

신입인데 이거 먹고 힘내고. 상무님께 평소 배식이 이 정도라고 말 한마디만 해줘.


엉엉.


물론상황을 보고,깨작거리다가 버리면 되지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으실텐데.

거기에도 문제가 좀 있었죠.


뭐냐면.

당시 연수원 식당에는 ‘잔반을 절대 남기지 말기’ 라는 캠페인이 한창이었습무료 카지노 게임.


출구에서 영양사님이 날카로운눈빛을 빛내며 식판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었죠.

상무님까지 오셨으니 또 얼마나 군기가잡혀서 그랬을까요.

이건 갓 훈련소나온 신입 소위뺨칠 정도로 군기가 바짝 올랐으니.원.


“거기, 신입! 밥알 12톨 남았어!


한편.

고등어조림이 산처럼 쌓인 식판을 받아들고 저는 착석했습니다.


정신이 나간채.


귀로는 주위에 냠냠냠 맛있게 고등어를 먹는 소리가 들리죠.

건너 상무님이 눈이 휘둥그레져.

"자넨 고등어를 엄청 좋아하는구만."

하시죠.


옆에 계신 분들도 상무님이 저리 말씀하시니 한마디씩 거들죠.


연수원원장님왈.

"고등어가 등푸른생선으로 오메가가 풍부해서 우리 신입들 건강을 위해 저희가..."

요컨대 연수원이 일을 잘 하고 있다, 이 소리죠.


인사팀장님왈.

"저런 고등어를 좋아하는 신입은 우리 회사의 건강한 미래를 책임질 인재로, 저희가채용을..."

해석하자면 인사 채용 부서가 일 아주 잘 하고있다.


헌데 지도 선배님왈.


"요새 고등어가 제철 아닙니까. 제가 바다낚시를 좋아하는데, 상무님 낚시좋아하신다는..."


"아니. 자네가 그걸 어떻게..."


"이번에 물 좋은 데가..."


미쳐.

누군 지금 죽을 맛인데.


여하간.

전략적이고 건설적얘기들을 하며.

제가 저 많은 고등어 어떻게 먹나 구경하는 겁니다.

왜냐. 신기하니까요.


이햐. 아무리 고등어가 좋아도 저걸 다 먹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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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식판 위의 고등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죠.

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맛있어서가 아니라 기가 막혀서죠.


이걸 두고 딜레마라고하는 걸까요.


여기서 산처럼 쌓인 고등어를 죄다 남긴다면 어떨까요.

볼만 하겠죠.


잔반 처리하자고 난리인데.

편식은차치하고 이건 뭐 신입이 회사에 반항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죄다 남긴다?


아마 영양사 누나는 뒷목 잡고 쓰러지겠죠.


아니면.


“전 알레르기 때문에 이딴 거 먹을 수 없어요. 딴 거 주세요”

할까요.


그럭저럭 사원 인권 차원에서 피할 수는 있지만, 신입이 나약하다느니, 그럼 처음부터 받질 말든지, 배식 이모의 마음을 몰라주네, 저걸 죄다 버리게 생겼네 등등.

우여곡절을 겪겠죠.

어쨌든본사 인사상무님과 인사팀장님 앞에서 찍히는 겁무료 카지노 게임.

안봐도 비디오죠.


대체 왜 전 이 테이블에 앉아가지고 이런 사단이일어나는 걸까요.


그렇다고 그냥 먹자니.

그냥 죽을 것 같았습니다.


흠.

아무리봐도.

몇번은 염라대왕아저씨 얼굴 도장 찍고 올 정도는 되니까요.

염라대왕 따님 결혼식도 아닌데.


아니면 뾰루지로 온몸에 유니폼을 맞춰 입고 거품 물든지.


뽀로로로 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그러다 결국마음을 다졌습니다.

먹고 죽자고.


아니요.

설마 죽기야하겠어.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아니야.

진짜 죽을지도 몰라.


안먹을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고.


아.


걱정이 산처럼 쌓입니다.


식판엔 고등어대신 걱정이 올려진 겁니다.


걱정이 불안이 되고.

불안이 공포가 되고.


그러다 신입의 기백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뭐하는 짓인지.


주위에선 저걸 다 을까 힐끔힐끔 쳐다보는것 같고.


그래서생각했죠.

깊이.

또 깊이.

삽을 들고 걱정으로 쌓인 머릿속을 깊이 깊이 파내려갑니다.


그리하여.

전.


‘이건 고등어가 아니라 고등어로 둔갑한 삼치이거나 살찐 꽁치일 뿐이야’ 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물론 그럴리 없겠지만요.

철학적으로 그렇다는 겁니다.

실존주의적으로 말이죠.


쉬운 말로 정신이 나간 거죠.


그래서 어쨌든 는 고등어를 먹었습니다.

아주 많이.

냠냠냠.

산처럼 쌓인 고등어를.

무턱대고.

될대로 되라.


에이 나도 모르겠다.

하고.


과연.


어떻게 됐을까요.


어떻게 되긴요.


어린 시절 발진했던 뾰루지는 일도 찾아볼 수 없었습무료 카지노 게임.


왜일까요.


걱정하는 건 실은 걱정일 뿐.

아무 것도 아니니까요.

고등어 걱정도 사실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전 고등어조림을 아주 맛있게 먹었고요.^^


현실적 이유가 있다면.

성인이되니까 면역이괜찮아진 것 아닐까.


혹시 여러분 중에서 저처럼 지금도 다른 걱정을 껴안고이 글을 읽는 분이 계시다면.

어떻게든 될 겁니다.


도 이렇게 고등어 금기를 이겨내고 잘 살고있으니까요.




이 글은 예전에 쓴 글인데 다시 끄집어내보았습니다.

어쩌면.

일 때문에 걱정도 많고 머리에 쥐가 나는 요즘 제게 하고싶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걱정은 정말 걱정일 뿐.

아무 것도 아니겠죠.

고등어처럼요.

냠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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