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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락 Dec 19. 2024

이 별에 있어

통곡의 밤 2일차가 지났다. 카지노 게임 온몸을 뒤척이다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두 시간이 넘도록 잠들지 못했다. 처음엔 옆에 누운 엄마를 툭툭 치다 언제부턴가 두 발에 힘을 잔뜩 실어 엄마를 향해 버둥대기 시작했다. 침대 밖으로 나가겠다 아우성치는 아기를 달래다 눈이 마주친 순간, 아기가 오른손을 쭉 뻗었다. 뻗은 오른손은 옷장 위를 가리키다 이내 입술 위로 자리를 옮겼다. 제 입술을 연거푸 손으로 만지며 한층 또렷해진 눈으로 엄마를 보는 아기. “이제 없어”라고 알려주자, 엄마가 아무것도 해주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은 듯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우는 아기를 모른 체하다 안아서 눕히다 이제 자라며 잔뜩 목소리를 깔아보다 지쳐 모로 누웠을 때, 엄마 배에 두 발을 올리고 가까스로 잠든 아기. 내가 누웠던 자리에 토끼 인형을 놓아두고 방을 나선다.


아기는 카지노 게임을 연습 중이다. 사실, 지난 여름에 한 번 카지노 게임했었는데, 가을에 장염으로 끙끙 앓는 아기를 보다 못해 슬금슬금 다시 곁에 두었다. 사라졌다 다시 돌아오면 몇 배는 더 소중한 법. 자는 동안은 물론이고, 잠에서 깨어 아침을 먹으면서도 한 손에 꼭 쥐고 있던 그것을 이제는 영영 놓아야 한다. 아기가 잠들기 전, 옷장 위에 쌓아두었던 그것을 서랍 안에 넣었다. 목욕이 끝나고 로션을 바르고 옷과 수면조끼를 입고 유산균을 먹고 이를 닦은 후, 고양이 누나와 아빠에게 차례로 인사를 한다. 엄마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와 침대 위로 올라간다. 침대 위에 서서 엄마를 향해 입술을 쭉 내밀었는데,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는다. 매끄럽게 흘러가던 아기의 밤이 멈춘다. 멈칫 하는 아기를 곁에 눕히고 천천히 설명한다.


“쪽쪽이는 응애 하고 우는 아기들이 하는 거야. 그런데 이제 라윤이가 많이 커서 쪽쪽이가 쪽쪽카지노 게임로 갔어. 라윤이는 이제 아기 아니지? 쪽쪽이 없이도 혼자 잘 수 있지?”

무언가 심각한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하지만 엄마의 말을 완전히 알아 듣지 못한 카지노 게임 손을 들어 허공에 왔다갔다 한다. 별이라는 단어를 알아듣고 반짝반짝 별 흉내를 내는 것이다. 나도 손을 뻗어 열심히 반짝놀이를 해준다. 반대편 벽을 향해 멀어졌다 이내 아기 얼굴 바로 앞까지 가까워지는 엄마의 손가락별. 카지노 게임 소리 내어 웃는다.


“쪽쪽이 대신 이불이 왔네? 큰 카지노 게임 이렇게 이불 덮고 자는 거야. 토끼 이불 덮어주고 라윤이도 이불 덮자.”

토끼와 자신의 가슴께까지 이불이 덮히는 걸 지켜보다 조금씩 뒤척이는 손과 발. 꼭 감은 카지노 게임 눈을 콕콕 눌러보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자 머리카락을 당겨보는 손가락. 손가락이 머쓱해질 무렵 별안간 터지는 울음.

커지는 울음을 듣고서도 움직이지 않는다. 쪽쪽이를 다시 가져다주는 것 이외에는 해줄 것이 없는데, 그것이야말로 절대 해줘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 여름에 쪽쪽이를 끊고 말끔해졌던 카지노 게임의 입가가 다시 붉어지더니 수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루만’ 하고 미루다 가을을 지나 겨울까지 와버렸으니 이젠 정말 끊겠다고 다짐한다. 한참을 울다 제 풀에 지친 카지노 게임 얼굴이 해쓱해졌다. 두 시간 사이에 갑자기 어른이 되어버린 표정.


처음 쪽쪽이를 물렸던 날을 생각한다. 조리원에서 온 지 이틀 째였던가. 새벽에 카지노 게임 울고, 왜 우는지는 도통 알 수 없어 종종거리다 눈에 띄었던 그것. 아기에게 물리자마자 고요가 찾아왔다. 얼굴의 반을 가린 쪽쪽이를 물고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던 아기를 기억한다. 내 팔길이와 비슷하던 아기의 첫 침대와 백색소음기 소리. 갑자기 인생에 나타난 아기를 두고 어쩔 줄 몰라 하던 가을밤은 이제 저 멀리 사라졌다.


쪽쪽이가 쪽쪽카지노 게임로 갔다고 말해주면 된다고 한 건 아기 친구의 엄마였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면 당황할 테니, 쪽쪽이를 보여주고 잘 가라고 인사하며 보내도록 해주는 부모들이 있다고 했다. 눈앞에서 쪽쪽이를 보면 당장이라도 잡고 싶어질 것 같아, 먼저 숨겨두고 천천히 설명해 주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아기가 자라면서 보낸 것은 셀 수 없이 많은데 이렇게 호되게 카지노 게임식을 치른 건 처음이었다. 첫 침대도 분유도 딸랑이 장난감도 자연스럽게 먹고 눕고 노는 빈도를 줄이다 다른 침대와 밥, 다른 장난감으로 바꿔주었다. 쪽쪽이만은 서서히 빈도를 줄이는 일이 불가능했다. 아기는 쪽쪽이 없이 한 시도 자지 않으려 했고, 어느 날 갑자기 다른 별로 보내버리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1에서 0이 된 두 번째 밤. 서서히 조금씩 멀어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세상에는 그럴 수 없는 게 너무 많다. 카지노 게임 소식은 갑작스럽게 누군가의 입에서, 전화기에서 날아들고 우리는 멍해진다. 0의 세계를 견디는 일은 더디고 버겁다.


0이 아니라면? 이전처럼 가까이에서 보고 들을 순 없지만 여전히 1이라면? 자기 별로 돌아간 쪽쪽이는 사라진다고 해서 완전히 없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카지노 게임 자라고, 아기를 둘러싼 많은 것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모두 없는 일이 되는 건 아니다. 아기가 보고 듣고 만졌던 것들은 차례차례 자신의 별로 돌아갈 것이다. 조금씩 늘어나는 별이 홀로 잠든 아기의 밤을 밝혀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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